시작하기에 앞서.


밑의 댓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같은 내용으로 답하기도 지쳐서 미리 적어둡니다.


리베이트 처벌은 당연한 겁니다. 받은 의사는 면허를 박탈해도 좋고, 준 제약회사는 영업 정지를 시켜도 할 말이 없다고 봅니다. 이 글은 리베이트를 처벌하지 말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제네릭 약가를 정하는 제도 자체가 너무 제약회사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고, 생산 원가 대비 판매가가 너무 높으니 이걸 조절해서 애초에 '리베이트'를 줄 엄두도 못하게 만들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내용입니다.


다시 한번 복창합니다.


'리베이트 받은 의사 개새끼, 준 제약회사도 개새끼. 강하게 처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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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를 필두로 한 의사 파업이 장기화 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제약회사를 털기 시작했다. 이젠 어지간한 비의료계 종사자들도 알고 있을 '리베이트'의사 개새끼 프레임을 짜기 시작했다.


어쩜 이리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지.


리베이트란 다른 것이 아니라 그냥 판촉을 빙자한 뇌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뭐 따지고 들면 문구가 새겨진 볼펜 같은 판촉물을 들고 오는 것부터 해외 학회 지원까지 한없이 많다고 하더라만 필자는 잘 모르겠다. 해외 학회도 병원 지원금이 모자라서 내 돈 내고 가는 판국에. 어찌되었건 리베이트는 기본적으로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왜 리베이트가 발생하고 어떻게 해야 없어지냐는 것이다. 우선 왜 발생하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모든 사업체는 끊임없이 영업을 한다. 내가 아이폰과 갤럭시는 양싸다구를 날릴 수 있을 정도의 스마트폰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사는 사람이 없으면 나는 망한다. 이를 위해서 오늘도 수많은 회사들은 연예인에게 돈을 부어가며 광고를 하고, 유튜버에게도 '뒷광고'를 하고 있으며, 블로그에도 '신뢰의 아이콘'을 써가며 광고를 한다. 하다못해 동네 식당도 개업하면 전단지를 돌리는데. 즉, 순수하게 제품 개발 실력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각주:1].


이러한 영업을 위해서 업체들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일반 개개인이 주 대상인 업체들은 주기적으로 추첨을 통해 구매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하기도 하고, SNS에 인증을 해주면 사은품을 보내주는 행사도 많이 한다[각주:2].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펩시-해리어 전투기 판촉 사건(Leonard v. Pepsico, Inc.)도 있고. 대한민국에서는 흔하게 하는 방법은 아닌데 미국 같은 경우에는 행사 기간의 구매를 증빙할 수 있는 기록을 첨부해서 일정한 양식의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면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의 판촉[각주:3]도 많이한다.


각 개인이 소비하는 소비재야 이처럼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되나, 문제는 각 개인이 소비하는 것이 아닌 사업체-사업체간 거래다. 보통은 일본의 반도체 제조 재료 수출 거부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완제품이 아닌 중간 재료나 생산 설비 등을 나사하나부터 다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은 대기업에서 필요한 부품들을 발주를 하면 중소기업에서 이를 받아 납품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영업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영업은 제품의 질로 승부를 보거나 단가를 깎는 것까지 무궁무진한 방법 중 발주처의 마음에 들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이 모두 공평한 기준에 맞춰서 칼같이 진행되면 만사가 해결되겠지만 모든 사람이 속세를 초탈한 성인도 아니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두 제품 다 발주처의 기준에는 통과하고 납품 단가도 비슷할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기계적 알고리듬으로 발주가 진행된다면 소숫점까지 따져가면서 진행하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분명 어느 정도는 친분에 기대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 업체의 경우 약간 점수가 낮더라도 신생 업체가 가지지 못한 기존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얻은 수치화 할 수 없는 신뢰도로 만회할 수 도 있을 것이고.


다만 이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갑질'이 붉어지거나 '성접대', '백마진' 등의 범죄 행위도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납품할 제품들의 단가나 성능이 고만고만하다면 결국 구매담당자에 의해서 결정이 될 테니, 구매담당자의 취향에 맞는 접대를 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을'사업체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이 될테니까. '술상무'란 단어가 괜히 나왔고, 강남, 역삼, 선릉의 수많은 룸싸롱들이 과연 그 동네 회사원들의 월급만으로 지탱되겠는가? 오죽하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그 분께서도 모두가 정직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일갈하시지 않았던가?


의약계의 리베이트도 이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한다. 현재는 의사가 각 환자에게 처방할 약을 정확히 이름과 제약회사까지 지정해서 처방하는 '약품명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약을 소비하는 환자는 개인이지만, 실제로 판매가 되는 창구는 사업체-개인간 거래라기보다는 사업체(제약회사)-사업체(병-의원)간 거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제약회사는 처방 건수가 늘어나는 것이 곧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므로 실제 소비자인 환자가 아니라 의사에게 집중해서 영업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오늘도 수많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병-의원을 돌면서 판촉을 하고 있다. 그리고 분명 일부는 불법적인 영업도 자행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의사라고 전부 성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 제약회사도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고고하게 판촉만 하고 있지는 않을테니까.


다만 제약회사가 다른 여러 사업분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오리지널'과 흔히들 카피약이라고 부르는 '제네릭'이 그것이다. 오리지널은 말 그대로 어떤 제약회사에서 처음으로 만든 약이다. 아마 가장 많이 접하게 될 약 중 하나인 '타이레놀'로 한번 설명해보자. 타이레놀은 미국의 '존슨 앤드 존슨즈[각주:4]'에서 처음 acetaminophen을 정제해서 만든 약으로 이미 개발된지 수십년이 되어 특허가 다 풀려있다. 애 키우시는 분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세토펜' 부터 '서스펜', '타세놀' 등등 제네릭이 몇개나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더군다나 이 acetaminophe은 단독 약품으로도 쓰이지만 다른 약과도 결합된 약품[각주:5]도 워낙 많아서 이게 들어간 약들을 국내에서 파는 것만 해도 적게는 수십종 많게는 3자리 가까이 가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약의 주요 성분이 같다고 해서 결과까지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약의 제형이 알약인지 캡슐인지 따라서도 달라지고, 재료의 순도에 따른 문제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한때 인기를 끌었던 '냉장고를 부탁해'를 생각해보면 되겠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도 내가하면 쓰레기통에 가고 일류 요리사가 하면 수십만원의 가치를 가지는 요리가 되니까. '오리온 초코파이'와 '롯데 쵸코파이'의 관계를 생각해도 이해는 갈 것이고.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와 같은 약품명 처방인 상황에서, 의사 개개인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모두 같다면 모든 의사는 '오리지널'을 처방할 것이다. 내가 '제네릭'을 쓴다고 딱히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없고, 모든 연구 결과는 '오리지널'을 사용해서 발표가 되었으며, 약효를 평가할 때도 '오리지널'이 기준이 된다. 즉 오리지널의 최대 장점은 아까 말한 것 처럼 '기존에 꾸준히 제품을 공급해오던 사업체의 신뢰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리지널'은 비싸다는 것이다. 환자가 삼키는 알약의 재료 원가는 아마 알약 하나당 수십원 정도 수준일 것이다. 특히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같이 나온지 수십년이 넘어가는 약의 주효 성분 재료의 단가는 알약 1개당이 아니라 kg당 얼마라고 계산하는 것이 더 쉬울게다. 그런데 왜 약 값이 비쌀까?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약을 만드는 것은 고도로 공정화되어있고 계량화 되어있는 첨단 산업이다. 동북아시아 전통 의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전설의 '신농씨'야 직접 온갖 풀을 다 먹어보고 자기 몸으로 임상 시험해서 정리했다고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저런 짓을 하면 '자연인이 좋다' 내지는 '세상에 이런일이' 정도에나 나올 거고, 실제로 다국적 제약회사는 온갖 전통 의학의 사료를 뒤져가며 신물질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고, 대한민국에서도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 서적을 뒤져가며 조인스, 레일라, 스틸렌 등 신약을 개발하거나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 과정은 공짜가 아니다.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분들, 동물 실험에 희생되는 실험 동물[각주:6]들이 흙파서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실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분석 장비들도 수천만원은 우스운 장비들이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국가는 이렇게 개발된 신약에 수년간 지속되는 특허[각주:7]를 준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바이오 개잡주[각주:8]의 잭팟은 이 때 터지는 거다.


만약 알약 하나로 10년간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된다고 치자. 아마 그 약을 개발한 회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비아그라가 실증한 바도 있고. 특허가 보장하는 독점 판매 기간 동안의 약가는 기본적으로 제약회사가 결정한다. 물론 병의 증세나 기존 비슷한 약과의 비교를 통해서 상식적으로 결정되기는 하지만, 그 유명한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처럼 1년 약값이 7000만원에 해당하는 경우[각주:9]도 있다. 쓴다고 완치가 되지는 않지만 죽지는 않으니까. 즉,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의 생존 방법은 대량의 돈을 쏟아 부어 연구를 진행하고 그렇게 해서 얻은 특허로 독점 판매 기간동안 그 이상 회수하는 것이다. 만약 인류애를 위해서 특허를 무시한다? 아마 그 인류애로 인해서 모든 인류는 더 이상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죽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임상 논문들의 데이터는 이 기간에 쌓인다. 다른 모든 학문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그 분야의 연구가 각광받는 때는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온 직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논문들이 특허 기간에 '오리지널' 약을 이용하여 작성되고, 이는 다시 고스란히 그 제약회사의 '신뢰도'라는 무형적 자산이 된다.


특허 기간이 만료되었다고 알아서 약가를 인하하는 제약회사는 없다. 물론 다른 '제네릭'과도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약가가 떨어지기야 하지만, 온갖 방법으로 특허를 연장하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허가 만료되어도 다른 제약회사에서 수익성 등을 문제로 아예 만들지 않기도 한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에는 한가지 더 복잡한 문제가 끼어든다. 건강보험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대한민국의 의료행위는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이는 앞서 다른 두 글에서도 언급했으니 넘어가자. 그리고 이는 약값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급여가 되는 모든 약은 국가에서 얼마 이상 받지 말라고 값을 정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리지널' 신약이 나올 때에도 제약회사와 정부가 협상을 하게 되고, 이는 주기적으로 행해진다. 그리고 특허가 풀릴 때쯤이 아마 가장 민감한 시기일 것이다. 제약회사는 당연히 같은 가격을 받고 싶어할 것이고, 건보공단 측에서는 다른 곳에서 만들 제네릭을 무기로 약값을 후려치고 싶을 테니까.


제네릭 약가의 산정 기준은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오리지널' 약가의 몇% 하는 식으로 매겨진다. 그리고 돈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라면 당연하지만 비싼 오리지널보다 값이 싼 제네릭을 처방하길 원할 것이다. 만약 모든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효능이 비슷하다면 좋은 의도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실은?


만약 모든 제반사항이 같고, 자신에게 떨어질 이득이 같다면 환자를 보는 의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오리지널'을 처방한다. 제네릭이나 오리지널이나 내가 받는 돈은 같은데 굳이 듣보잡 회사의 '제네릭'을 처방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까 말했던 제약회사의 무형의 자산인 '신뢰도' 문제 때문에. 하지만 언제나 그렇든 현실은 시궁창이고, 의료계는 막장골이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고혈압 환자들을 떨게하는 일이 일어났다. 고혈압 치료제인 '발사르탄'이라는 약제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뭐 이는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었기는 하지만 왜 의사들이 같은 조건이면 '오리지널'을 처방하는지에 대한 답은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 등록된 제약회사가 몇개인지 아는가?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의사인 나도 이름을 정확히 아는 제약회사가 한 20개 정도 될까? 나머지 제약회사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냥 듣보잡이다. 기본적으로 '오리지널'은 대형 제약회사만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 약 1개 나오는데 걸리는 세월은 짧게는 수년에서 10여년을 넘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대다수는 연구하다가 임상시험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엎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오리지널'을 만들 수 있는 제약회사라면 기본적으로 품질 관리가 철저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만약 당신이 환자라면 '동아'나 'CJ'나 '노바티스'나 'SK' 등의 오리지널을 만들 수 있는 회사의 약을 원할까 아니면 의사도 모르는 듣보잡 제약 회사의 약을 원할까?


그렇다고 약의 신뢰성을 위해서 '제네릭'을 '오리지널'과 같은 정도로 기초부터 임상 시험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면 약가에 있어서 큰 차이가 안날테니까 제네릭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제네릭'과 '오리지널'을 비교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국내에는 '생동성 시험' 이라는 것을 한다. 아주 예전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쓴 것이 있고, 생동성 시험만으로도 깔 거리는 넘치지만 일단 약효는 차이가 안난다고 이상적으로 가정해보자.


정말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약효가 100% 같다고 하더라도 의사 입장에서는 굳이 이걸 처방해야할 이유가 없다. 괜히 똑같다고 처방했다가 효과가 없다고 따지고 들면, 그 불만을 의사가 무마하나 아니면 제약회사가 무마하나. 귀찮으니 그냥 원래 처방하던 오리지널 쓰는게 낫다 의사에게도 그리고 환자에게도. 심지어 어떤 제네릭은 오리지널보다 비싼 미친 약들도 있다.


이 지점에서 리베이트가 생기는 원인이 밝혀진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제약회사가 너무 많고, 약가는 정부에서 지정을 해놓았기떄문에 가격 경쟁은 제한이 된다. 더군다나 직접 돈을 주고 사는 매매 행위는 약국과 환자 사이에서 일어나지만, 제약회사 입장에서 그 약이 실제로 팔리는 것은 약국과 환자 사이가 아닌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럼 약효가 똑같다고 가정했을 때 의사가 제네릭을 처방하게 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그냥 인간적으로 영업을 잘해서? 아마 아닐 것이다.


흔히 말하는 영업사원 끝판왕에 해당하는 직종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고 한다. 아마 반은 맞고 반은 틀릴 것이다. 오리지널 약같은 경우에는 그 효과가 탁월하다면 영업사원이 굳이 안달복달 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체가 안되므로. 문제는 아까 말했던 그 200개 넘는 제약회사 중 듣보잡에 해당하는 그 제약회사들이다.


다시 휴대전화를 보자. 나는 영업사원이고 내가 일하는 듣보전자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이 나왔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 제품은 잘해봤자 갤럭시 S2 정도다. 그럼 이걸 어떻게 팔까? 정상적이라면 지금 갤럭시 S2 중고 가격 정도로 팔면 잘하면 개발비 정도는 건질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장이 미쳐서 빨리 개발비 뽑아야 되니까 갤럭시 플립 가격으로 팔겠다고 한다.다행히 많이 팔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그럼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이걸 팔기 위해서 자기 인센티브를 까서 판매 보조금에 붙여야 겨우 팔까말까 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L*에서 요즘 휴대전화 새로 내면 저 가격이면 그냥 갤럭시나 아이폰 산다늣 댓글이 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듣보잡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면 정말 깝깝할거다. 약이 좋다는 보장도 못하고, 이걸 처방한다고 딱히 의사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회사에서 많이 팔라고 미친듯이 닥달을 해대고, 많이 팔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그럼 '내 인센티브를 까서 의사에게 건내주면 처방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게 바로 리베이트가 될 것이다. 아까 말한대로 온갖 방법이 다 있을 것이다. 고전적으로 처방전 1개당 얼마 하는 식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고, 골프 접대 같은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럼 리베이트를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을까? 약사 측에서 주로 주장하는 방법이 바로 '성분명 처방'이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모두 약효가 같다고 가정하고, 의사가 성분명으로 약을 처방하면 약국에서 환자가 알아서 사가는 것. 그럼 문제 해결! 이면 좋겠으나 아까도 말했던 것 처럼 생동성 시험은 참 깔 거리가 많고, 그래봤자 리베이트의 대상이 의사에서 약사로 넘어가는 것 뿐이다. 지금도 약국 백마진이 있다는데 뭐.


의사 입장으로서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성분명 처방을 하되, 모든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비교해서 '비열등성 검정[각주:10]' 임상시험으로 약효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약만 시판허가를 내고 나머지 약들은 모두 시판을 취소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할 경우 저질 카피약들은 모두 몰살당할 것이고 제네릭의 약가는 지금보다 오를 것이다. 임상시험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걸 수행할 수 없는 업체들은 모두 망할테니 경쟁자가 줄어서.


만약 재정문제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또 다른 방안이 있다. 바로 제네릭의 약가를 일괄적으로 후려쳐서 리베이트를 할 자금을 못만들게 하는 것이다. 아까 말했던 것 처럼 제네릭의 존재 의의는 가격이 낮은 약의 공급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제네릭은 절대 싸지 않고, 일부는 심지어 오리지널보다 더 비싼 약도 있다. 리베이트 근절이 목적이라면 지금 제약회사 중 한 1/10 정도만 남을때까지 제네릭 약가를 후려치고 성분명 처방을 동시에 시행하면 된다. 그리고 일반 의약품은 지금 일부 하고 있는 것처럼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약의 종류를 늘리면 된다. 제약 회사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겨우 입에 풀칠하는데 리베이트용 비자금을 만들지도 못할거고, 설령 만든다고 하더라도 성분명 처방을 하면 차라리 약사에게 갔으면 갔지 의사들에게 가지는 않을 거다. 물론 약사라고 성인들만 있는 것은 아닐테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고 듣보잡 제약회사들은 줄줄이 도산을 할텐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정부가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리베이트는 의사 두들기는 꽃놀이 패로만 쓰고 있는 것 같다.

  1. 하다못해 OS와 사무용 소프트웨어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비율을 자랑하는 MS도 광고를 한다. [본문으로]
  2. 필자가 겪어본 바로는 육아 용품들이 이 행사 많이 하는 것 같더라. 나는 귀찮아서 안한다만. [본문으로]
  3. 보통 이런 방식을 리베이트라고 한다. [본문으로]
  4. 맑게, 깨끗하게, 자신있게로 유명한 그 베이비 로션 만드는 회사 맞다.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면 않겠지만 존슨 앤드 존슨즈는 제약뿐 아니라, 수술용 의료 기구 등등을 생산하는 의약계의 공룡이다. 특히 정형외과계에서는 골절과 관련된 수술 기구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정형외과적 영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은 마약성 진통제(opioid라고 한다)인 트라마돌과 결합된 울트라셋일 것이다. 공전의 힛트를 치고 특허가 풀리면서 파라마셋 등 온갖 비슷한 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본문으로]
  6. 다시 한번 인류를 위해서 희생되어 가는 동물들의 안식을 빌고, 고마움을 표한다. [본문으로]
  7. FDA 기준으로 3년에서 7년 정도된다. 아예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서 쓴 것인지, 아니면 기존 물질을 쓰되 제조 방법을 바꿨는지, 희귀병에 사용되는 약인지 등에 따라 조금씩 특허 기간이 다르다. [본문으로]
  8. 건실한 제약회사에는 미안하다만 국내 코스닥에는 워낙 듣보잡 바이오 회사들이 많아서. [본문으로]
  9. 지금은 특허가 만료되어 제네릭 약가는 1/4 정도로 낮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 분야가 아니라 차이가 날 수는 있다. [본문으로]
  10. 간단히 말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직접 환자에게 먹여봤더니 제네릭의 효과가 오리지널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는다' 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단순히 채혈해서 농도를 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주효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고혈압약이라면 오리지널 약이 혈압을 110/70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제네릭이 105~115/65~75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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