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d by Carcinogen


돈 키호테 데 라 만차. 줄여서 돈 키호테.
엉뚱하고 이상한 사람의 대명사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대다수의 아동 문학 전집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이 책의 진가를 아동들이 알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걸리버 여행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와 더불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동 문학 정도로 알고 있는 책이며, 이는 한국에서도 다를 바 없다.

위에 올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스페인어판 완역이라는 말에 혹해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발간된지는 꽤나 오래 되었으나, 최근에야 눈에 띄어서 구입한 책으로 책 자체의 상태는 매우 훌륭하다. 시공사답게 책의 제본 상태라던가 종이의 질은 최상급이며, 내용 및 삽화도 꽤나 꼼꼼하게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준다(전모씨와 이모여사가 아들은 잘 둔 것 같다. 물론 비자금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서도.).

책의 내용이야 대부분이 알 수 있듯이 돈 키호테로 대표되는 이상주의자와 산초 판사로 대표되는 현실주의자간의 갈등과 애증, 분노와 투쟁으로 점철된 휴먼 드라마 였으면 더욱 재밌을 것 같으나, 아쉽게도 21세기 연속극이 아닌지라 문득 어리석게 보이는 시골 귀족 돈 키호테에 질질 끌려다니는 산초 판사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나름 그 당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잔머리를 굴린 세르반테스의 수많은 장치들로 당시 사회상을 짚어볼 수도 있고, 귀족 및 성직자에 대한 삐딱한 야유로 풍자 정신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백미는 돈 키호테로 대표되는 이상주의자의 삶이 아닐까한다.

현대를 낭만이 죽어버린 시대라고 하지만, 그 당시에도 이는 마찬가지 아니였을까? 아니 아마도 그 이후로 400년 동안 주욱 그 시대의 사람들은 낭만이 죽어버린 시대라고 느꼈을 것이고, 그랬기에 자신의 이상에 매몰되어 정상인의 범주에 속하는 이들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돈 키호테로 하여금 대신 날뛰어두도록 해준 것이리라.

돈 키호테에 대한 각색을 수없이 이루어져서 아동 문학 전집, 연극, 만화 등으로 재창조되고 오마주되며, 패러디되었으나 이상주의자로서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아마도 원전과 musical Man of La Mancha의 the impossible dream이라는 노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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