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해부학교실

Data 2007. 6. 13. 21:47

영화 해부학교실 사이트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에 교육을 위해서 사체를 기증해주신 모든 분들께 1명의 의대생으로써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이 그분들의 명예에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의 표현 및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답글로 남겨주시거나 방명록에 적어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의대를 다니면서 좋지 않다고 느낀 것은 더이상 공포 영화를 즐기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부터 공포 영화를 비웃으면서 보긴 했지만(쟤는 저때 왜 싸우니? 장기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다. 등등), 해부학을 거치고 수술실에서 단련되고 나니 영 현실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극동 아시아 지역의 공포 영화는 서양쪽의 슬래셔 무비보다는 영혼과 관련된 영화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피가 튀는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고 할까? 이전 OCN에서 방영해준 특별 기획 시리즈 '코마'를 볼 때에도 다른 부분은 재밌게 봤지만 엉성한 병원 및 의사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피식거렸으니 굉장히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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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의대를 다니면서 수 없이 받은 질문이 있었으니, '시체 배는 갈라봤냐?'로 대표되는 '해부학 실습'에 대한 질문이다. 일반인들이야 의대생이 6년 내내 시체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 본과 1학년 해부학을 배우는 기간에만 잠깐 해부하는 것이 전부이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도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해부학이란 것이 일반인에게 갖는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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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의 질문과 연계되어 같이 받는 질문은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몰래 시체를 도굴했다며?' & '시체 닦는 알바 정말로 있냐?'.
자 우선 '예전에는 몰래 시체를 도굴했는가?' 도굴하던 당시에 대학을 다녀본 것이 아니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헛소리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물론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절까지 올라간다면 가능할 수는 있겠다.). 일단 본과 1학년의 심리적 압박감이 한가하게 야밤에 좀비 놀이 하면서 시체 파러 다닐 시간을 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을 테고, 예전에는 신원 불명의 시체를 이용했었다고 하니(반대로 요즘은 사체 기증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한다.), 어떤 심술궃은 의대생이 후배들을 겁주려고 한 이야기(CIBA는 본과 오기전에 3번은 읽고 와야 한다. 생화학책, 생리학책은 다 읽고 있지?, 신경과 혈관이 구분안가면 직접 깨물어봐서 시큼한 맛이 나면 신경이다 등등)가 와전되어 전해내려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체닦이 알바'는 있다면 나도 좀 해봤으면 좋겠다. 돈도 없구만. 도대체 어디서 흘러나온 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혹시라도 시체닦이 알바 있다면 나도 소개시켜다오. 적어도 서울대학교 병원,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 시립 보라매 병원, 아산 병원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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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일반인들의 해부학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라는 것을 보면, 이와 같은 영화가 나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단 '카데바' 때깔이 너무 좋다는 점. 의대생들이 해부하는 카데바는 대개 혈액은 제거되거나 굳어있고, 전신이 포르말린에 쩔어있는 상태라 절대로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색과 같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억상으로 회색 비슷하게 보이는 모습으로 대략 비슷한 것은 로즈웰 외계인? 내지는 초, , 고등학교 과학실 혹은 생물실에 있는 포르말린 통에 담긴 동물 표본과 같은 색을 생각해주시면 되겠다. 그런고로 절대로 해부학 실습때는 혈관 속에서 딱딱하게 굳은 피를 제외하고는 피를 볼일이 없으며, 사체에서 나오는 모든 액체는 포르말린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가끔씩 여름에 하는 공포 드라마에서 사체의 배를 갈랐더니 피가 나왔더라는 전부 구라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그리고 모든 카데바는 해부하기 전에 우선 전신 면도를 시행한다는 점에서 머리가 치렁치렁한 카데바는 발 붙일 곳이 없겠다. 앞서 말한 때깔과 더불어서 본다면... 역시 로즈웰 외계인을 떠오르게 한다(사체를 기증해주신 분께는 정말로 죄송합니다.).
또한 전술한 바 있듯이 요즘의 카데바들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기증된 것들을 위령제를 거쳐서 사용하며, 최근에는 기증 신청이 너무 많아져서 고민될 정도라고 한다. 영화 시놉시스에 나온 것 처럼 '신원미상의 시체'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우리나라 법의학의 위력을 잊지 말자. 주민등록제도로 인해서 주민등록이 말소가 된 사람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 사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부학 교수가 수술할 일은 없다'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해부학 교실이 제대로 없는 중세시대 의과대학도 아니고 외과 교수가 해부학 일부분도 아니고 담당해서 가르친다니, 어느 나라 커리큘럼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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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불평가득하게 적어놓았지만,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나로서는 아마도 이 영화 볼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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