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집단 생활을 하면서 선과 악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의 대다수는 이전에 존재하였던 자연발생적 원시신앙의 태두리에 포함되면서 일종의 체계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때로는 신으로, 때로는 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때로는 악마로 표현되는 이러한 악에 대한 고찰은 수십세기에 걸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것을 비교종교학 및 종교역사학의 탈을 쓴 기독교 신학적 관점으로 표현한 책이 바로 '악의 역사' 4부작이다. 


악의 역사 4부작은 고대 종교서부터 최근의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존재하였던 악의 실체를 밝히고자 설정한 '악마'라는 개념에 대해서 끈질기게 파고든 책이다. '왜 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단순한 물음은 인류가 발생하면서부터 끊임없이 많은 사람에게 화두가 되었던 주제로 나타났음을 보여주는데, 저자는 이를 위해서 비교종교학 및 종교역사학이라는 수단을 써서 해명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서구 사회에서 다신교 시절의 관념부터 일신교로의 변화에서 발생한 관념의 변화 및 변혁에 집중하였으며, 부가적으로 기독교와 동일한 기원을 갖는 여러 종교들을 비교하면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데, '악의 역사' 4부작에서 초기 역사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일 수록 비교종교학의 비중이 높고, 후기 역사 부분에 해당할수록 종교역사학의 비중이 높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이러한 종류의 책이 쉽게 빠지기 쉬운 특정 종교 철학에 기초를 둔 거대 담론이라던가, 신앙 고백으로 빠지려는 것을 막고, 객관적으로 보려는 의지를 보여주어, 최대한 학자로서의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저자가 서구 사회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기독교 신학을 중점에 둔 비교종교학적 관점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과, 기독교 신앙의 중심점이 된 서구와 중동 외의 세계는 거의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며, 후기 역사 부분을 서술한 책일 수록 초창기 역사 부분에서 보여주었던 비교적 엄정한 비교종교학적 관점을 유지하지 못하고 기독교 신학에 기초를 둔 종교역사학적 관점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각각 서구 기독교 신학에서 발생한 악마의 종류(데블, 사탄, 루시퍼, 메피스토펠레스)를 제목으로 하고 있는데, 이에 맞추기 위해서 내용을 약간 억지로 끌어 맞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출판사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인지 곳곳에 눈에 띄는 오타가 많아서 매끄러운 진행을 방해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권마다 편집이 일치하지 않아서 이에 대한 통일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한권, 한권으로 읽을 때야 상관없지만, 전집으로 출간했다면 이는 출판사의 기본적인 자세가 안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다음 번에 새로 판형을 만든다면 꼭 교정해주기 바란다.

기본적인 종교역사학 서적으로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본다. 아쉬운 것은 오타와 저자 시점의 한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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