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교 병원의 인턴이라는 것은 분명 외부에서 보기에는 어느 정도 부러움과 질시를 살 수 있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의사란 학력상으로는 분명히 최상위 계층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고, 경제적으로는 최상위 계층은 힘들어도 상위 계층에 속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현재로서는 자기 자식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닌 말로 자기 자식이 의사로서의 숭고한 사명을 지키며 깡촌에 가서 슈바이쳐와 같이 찌질대며 살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겠는가, 아니면 적당히 우아하게 상당한 수익을 올리면서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겠는가?

어찌되었건 이러한 동기든 아니면 다른 이유든 현재도 많은 학생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꿈꾸며, 많은 의대생들은 타 단과대에 비해서 약 2배이상의 돈을 6년간 때려부어가면서 자신의 청춘을 도서관에 저당잡힌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대다수는 의사 면허를 부여받게되고 일부를 제외한 이들은 의사로서의 첫 생활을 인턴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인턴이 의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 깜냥의 의학적 지식으로 환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서울대학교 병원 계열의 병원에서는 이러한 기회는 거의 0에 수렴한다라고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있다. 우선 내 자신부터가 3년전에도 그러한 일을 했고, 현재로서도 대다수의 인턴이 그러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턴은 무슨 일을 하는가? 혹여 인턴을 하고 있거나 하게될 예정자라면 김새는 말이긴 하겠지만, 의사가 해야되는 일이나 그 난이도가 높지 않으면서 귀찮은 일. 의사가 아닌 다른 교육받은 집단이 해도되는 일이지만 병원의 경제적 사정상 다른 인원을 추가로 고용하기는 싫고 싼 인력으로 부릴 수 있는 일 그리고 의사가 할 필요도 없고 다른 교육받은 집단이 할 필요도 없지만 다른 추가 인력을 고용하기도 멋쩍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그 구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번째 종류의 일은 가장 대표적으로 응급실 예진을 들 수 있겠으며, 2번째 종류의 일은 가장 대표적으로 IV, sampling[각주:1] 등을 비롯한 각종 잡다한 술기를 들 수 있겠고, 3번째 종류의 일은 가장 대표적으로 밥을 시키는 일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짜증났던 것은 3번째 종류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였다.

개인적인 성향상 내과계 의사로서의 진로는 이미 관심이 없었으므로 인턴 생활을 할 때에도 외과계를 중심으로 지냈는데, 대한민국의 외과계 의사는 몇몇 과를 제외하고는 식사 시간이 매우 불규칙하다. 점심을 거르기는 태반이고, 저녁 또한 언제 먹을지 알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교적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적당히 배부를 정도로 시키는 것이 인턴의 주된 업무가 되는 것인데, 사실 이게 좀 지랄맞다. 

우선 사람이 100명이면 100명 모두 입맛이 다르기에 똑같은 메뉴를 시켜도 어느 때는 잘시켰다고 듣고, 어느 때는 왜 이따구로 시켰냐고 욕먹는다. 특히 면류의 경우에는 제때 먹을 수 만 있다면 좋지만 때를 놓치면 탱탱 불어서 이게 죽인지 면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중 제일은 밥값 안주고 떼먹는 레지던트를 만날 때이다.

내가 비록 지랄맞기는 하지만 인턴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 짜증나는 것을 참아가면서 겨우 밥을 시켜놨는데 인간으로서 덜 된 놈들은 밥을 잘 쳐먹고나서 밥 값을 안준다. 그게 한두번이면 넘어가겠는데 상습적으로 그러는 놈들이 있고, 이러한 놈들 중에서는 인턴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놈들이 있다. 물론 밥 값을 달라고 당당하게 말을 해도 되지만, 병원 내 의사 사회에서 최하 계층에 속하는 인턴이 그런 말을 하기는 쉽지 않고, 특히나 인턴 기간의 초반부에 혹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과 중의 하나를 돌 때 이러한 일을 당한다면 더더욱 이러한 말을 대놓고 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얘기하자면, 이러한 놈들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대부분 그 과에서도 촉망을 받는 놈은 없다고 보아도 되고 그러한 고로 대부분의 경우에 당신들이 지원하고자 하는 과의 당락에 영향을 끼치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해도 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므로 장담은 못한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와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서러웠던 기억중에 하나를 꼽는다면 내 돈으로 밥시켜 놓고 나는 일하느라 먹지도 못했는데 돈도 안줄 때 였다. 환자들이 되도 않는 것으로 나에게 지랄을 하는 것도, 되도 않는 잡일이 내려와서 짜증이 날 때에도 내가 조금 더 잘하면 되겠지하고 삭혔지만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마저 충족이 되지 않을 때만큼 내가 이 짓을 왜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이 현 광역 자치구 단위로 벌어지려 하고 있다. 방년 다섯 살 훈이 떄문에.

오해를 사기 싫어 미리 이르지만 본인은 자유주의적 우파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만 민족주의는 배격하며 시민에 의해 권위를 부여받는 시민주의적 국가관에 기초를 두기 떄문에 소위 말하는 민족주의에 기반을 두는 정통 우파는 아니다. 그런고로 결과의 평등까지 주장하는 극단주의적인 좌파적 복지관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며, 기회의 평등을 보안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국가에서 보장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기 자신이 수입을 창출할 수 없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아동에게 똑같이 밥을 곯지 않고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무상 급식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 몰라도 할 것이라면 반드시 모든 계층에게 똑같이 제공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만약 무상 급식을 아예 하지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겠다. 어찌되었건 그것은 다같이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똑같이 앗아간다는 의미에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다만 하위 50%에 대해서만 무상 급식을 시행하고, 그 이상 계층의 아동에게는 무상 급식을 거부하겠다라는 것은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만 보아서도 굉장히 불평등하기에 자유주의 우파로서 거부한다.

아닌 말로 똑같은 돈을 내고 밥을 먹더라도 단골에게는 서비스로 간단한 음식이라도 하나 더 제공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멤버쉽 쿠폰에 도장을 찍어줘서 관리를 하는 것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왜 상위 50%의 계층은 상대적으로 하위 50%의 계층보다 세금도 더 내는데 왜 혜택을 덜 받아야 하나? 왜 내가 내는 세금을 하위 50%에게 정부가 선심을 쓰도록 하는 것인가? 까놓고 말해서 내가 내는 세금으로 오늘 니가 먹는 무상 급식은 Carcinogen이 사주는 것이니 감사히 여겨라라고 말해 준다면 내 이해라도 하겠다. 내 세금은 정부에서 떼가고, 그 돈을 기반으로 정부에서 밥 사주면서 정부가 밥 사줬으니 감사해라? 부자 급식을 할 수 없으므로 가난한 이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으니 이에 찬성하라고? 만원부터 10만원까지 각자 돈을 달리해서 냈는데 6만원부터 10만원 낸 사람은 돈이 많으니 밥도 따로 사먹으라고? 아쉽지만 세금이 있는 곳에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같이 싸가지 없고 이기적인 자유주의적 우파는 이에 동의 못하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포퓰리즘 정치다. 피땀흘려 일한 돈의 일부를 시민으로서 의무를 지키기 위해 납세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자로서 이러한 불공평한 예산 배정에 대해서 거부한다.

만약에 정말로 돈이 없다면 온갖 부작용을 낳고 있는 토목 공사나 해마다 갈아엎는 보도 블럭 교체부터 그만 두어라. 다른 모든 곳에서 예산을 빼다 썼는데도 돈이 없다면, 아동의 밥을 굶기는 것이 아니라 노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먼저 줄여라.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노인들은 젊은 시절 그들이 행한 일의 대가를 받는 것인데 왜 그들이 재산을 모으지 못한 것을 탓하지 않고 내가 낸 세금으로 메꾸나? 나는 이미 인생에 있어서 국가를 먹여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희박한 노년층이 공짜로 받는 900원짜리 경로 우대권 한장이, 국가를 먹여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아동들이 밥한끼에 긍긍하느라 그 능력을 펴지 못할 수도 있기에 아동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2500원짜리 밥한끼 보다 더 아까운 사람이다. 그들이 바라는데로 자기 복지는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라면 경제적 능력이 있었던 시기를 지나온 노인보다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시기를 가질 수도 없었던 아동에게 먼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기회를 놓치고 허송세월을 보낸 이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고 아동에게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에, 우국 충정의 마음을 깊이 새긴 자본주의자로서 이러한 불공정한 복지 혜택에 대해서 거부한다.

만약 오세훈 시장이 이러한 나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면 나는 이를 극렬하게 지지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나에게 있어서 8월 24일은 쌩까는 날이다. 
  1. IV란 흔히들 링거로 잘 알려진 정맥 혈관 주사를 투여하기 위해 시행하는 정맥 혈관 삽관술(링거 주사)라고 알면 되겠고, sampling이란 혈액 검사용 검체를 뽑는 행위, 즉 피를 뽑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병원에서 이러한 일을 시키기 위해 의사를 고용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낭비이므로 간호사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paramedic(의사가 아니며,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간호사)의 노조가 강하고, 전공의 노조는 쥐뿔도 없는 서울대학교 병원 계열에서는 인턴이 대개 이러한 일을 담당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