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있었던 서울시 박원순 시장의 발표로 또 뭔가 시끄럽게 일어터진 모양이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메르스 걸린 의사 개객끼!'라면서 또다시 마녀 사냥이 벌어졌고, 그 당사자는 현재 이에 매우 화가나신 상태이신 것 같다.

그 와중에 아무 것도 하지않고 온 우주가 도와주길 바라고 계시던 모 정당은 박원순 시장 극딜에 나섰고.


일단 이 사태에 있어서 가장 크고 근본적인 책임은 방역 체계가 뻥뻥 뚫릴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전염병이 급속한 속도로 전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는데다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파하지 않아서 괴담만 떠돌아다니게 만든데다가, 적반하장격으로 괴담 유포자 엄벌 및 미신고 의료진 벌금이라는 '개망나니 칼춤'만 추고 있는 행정부와 집권 여당에 있다.


애초에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잡혔다면 의사가 메르스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동의를 했을 것이며, 어차피 대한민국 사회에 환자가 들어온 이상 각 지방의 공공 의료 기관[각주:1]들을 중심으로 신속히 지정 격리 병원을 지정하고 이를 널리 알렸어야 했을 것이며, 미신고 의료진은 벌금이다라고 떠들기전에 앞서 N95 마스크[각주:2]를 비롯한 개인 보호 도구 및 방역 장비, 검사 키트 등을 보급하는데 주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보아하니 이건 바이러스의 약독화 현상[각주:3]이 발생할 때 까지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금 레이디 가카 집권 이후로 의료계 관련하여 하는 삽질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일단 제껴두자. 어차피 그건 모두가 안다. 여기서는 박원순 시장 브리핑 관련해서만 집중해보겠다. 


초기 발표문에서는 별 이상 사항이 없다. 현재 상태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보건복지부 까기가 조합되어 있었다. 약간 원론에 가까운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중간의 질의 발표 때도 증상 발현 시기 관련하여 부정확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았는데 아쉽게도 마무리가 부족했다. 


위 링크 영상의 약 37-38분경 쯤에 의사가 빡치게 되는 대목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이 직접 말한 것은 아니고, 보건 관련된 노란 잠바 입은 공무원이 대답한 사항인데, 정리하자면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는 밑밥을 깔면서 보건복지부에서는 따로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병원 자체적으로 격리 지시를 했는데 돌아다녔다는 뉘앙스로 대답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35번 환자이자 의사는 격렬히 분노를 표했다. 서울시 영상과 인터뷰 기사에 보이는 그의 의견을 정리해보자.


1. 27일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직접 접촉을 했는가?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일해본 사람 혹은 환자나 보호자로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유동 인구나 정신 없기로는 5일장이 선 재래시장 못지 않다. 만약 그 의사가 직접 진료를 했던 환자가 아니라 다른 과 환자였다면 그 의사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며, 쓸 수도 없었다고 본다. 

지금 100병상이 약간 안되는 조그만 병원에서 일하는 나만 해도, 응급실에 온 환자가 정형외과적 영역이 아닌 내과적 영역으로 온 사람이라면 그냥 신경안쓰고 지나치니까. 어차피 내가 그 환자에 대해서 알아봤자 해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저 35번 환자 겸 의사는 환자가 누구인지도 모를거다. 즉 31일이 되기전까지는 접촉했다는 의식조차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의사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했을때, 이 의사가 증상이 나타나기전에 격리해야했다는 말은 그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있던 당시에 거기서 일하던 모든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들과 그 당시 응급실에 있었던 모든 환자, 보호자가 모두 통째로 응급실에 격리되어야 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는 이성적이지 못한 조치이다.


2. 증상의 발현이 29일부터인가?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사람들은 아마 저 의사의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리고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환자의 한명으로써 그의 말에 100% 동감한다. 본인도 알레르기 비염으로 거의 1년 중 백일 이상은 코를 훌쩍거리고 다니는지라, 알레르기 증상이지 메르스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보통 비염이라고 하면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것만 생각하는데, 후비루(post nasal drip)이라고 해서 콧물의 일부가 목과 연결된 콧구멍 뒤쪽[각주:4]을 통해서 뒤로 넘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넘어간 콧물은 목부분을 자극하여 기침을 유발시킨다. 만성적으로 콧물 및 재채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 열도 안나고 가래가 끓는 등의 증상[각주:5]도 없는데 메르스를 걱정했다? 이건 일반인이면 모르되 의사라면 건강 염려증에 가까운 비이성적인 반응이다.

더군다나 31일 아침부터 가래가 끓기 시작했고, 회진을 돌면서 자신이 봤던 환자가 격리 대상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자 바로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의심하고 마스크를 쓰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굉장히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본다. 그 이후에 다른 곳을 간것도 아니고 얌전히 자가용을 타고 집으로 이동했다고 했으니 의사로서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나무랄 것이 없다.


3. 정말 병원의 격리 지시를 무시하고 돌아다녔는가?

애초에 저 말대로라면 메르스 의심 증상이 없었으니 병원측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했을리 만무하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의사가 격리를 당해야했다면 당시 응급실에 있던 사람들은 통째로 격리를 당했어야 한다니까?

뭐 백보 양보해서 병원측에서 정말 격리 지시가 내려왔다고 가정해보자. 병원에서의 격리[각주:6] 혹은 역격리[각주:7]는 어지간해서는 취해지는 조치가 아니다. 그런데 의사가 이 격리 지시를 무시하고 돌아다녔다? 이건 '제발 짤라주세요!' 라고 소리치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 학교로 치면 정학 지시가 떨어졌는데 학교 돌아다니면서 선생들 앞에서 지랄하고 있는 불량 학생이 하는 짓이나 똑같다는 말이다. 스스로 직장을 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는가? 더군다나 이러한 행동을 본인이 했다면 개업을 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자신의 취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막는 행동인데? 그가 미쳤다고 보기보다는 병원의 지시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결론을 내자면 분명 서울시장 박원순은 이 건에 대해서는 의도는 좋았으되, 신중하지 못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애초에 보건복지부가 똑바로 일을 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었다면 이럴 일이 없었겠지만, 서울시에서도 '35번 환자 메르스 확진 관련 브리핑'이라고 특정인을 지목해서 발표를 할 것이었다면 그 특정인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염두에 두었어야만하며, 이에 따라 철저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본다. 브리핑 내용 대로라면 약 1500명에 대해서 최대한 전화 통화를 직접하면서 안내했다고 하는데, 왜 단 1명에게는 전화 한통 할 생각을 못했는가? 지금 서울시가 해야할 것은 변명이 아니라, 그 피해 당사자에 대한 사과못된 정보를 전해준 보건복지부에 대한 질책이다.


2015/03/18 - [Talk/개소리작작해라] - 옆집 의사. 내가 노예냐?


2015/03/24 - [Talk/개소리작작해라] - 아이 열내리기? 박원순씨 어디 아프세요?


2015/03/24 - [Talk/개소리작작해라] - 옆집 의사. 내가 노예냐? F/U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박원순 시장은 보건 정책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된 의사들의 의견을 좀 더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명의 의사로서 의료 및 보건 정책과 관련된 그의 언급을 보면, 현실감각 없이 이상향을 정해놓고 떠드는 시민 사회 단체의 개연성 없는 발언들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박원순 시장은 신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35번 환자에 대해 사죄를 표하기 바란다. 


청와대, 새누리당, 보건복지부? 

걔들은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야 될 무능한 것 들이고. 

어디서 잘못된 정보를 줘놓고 반성도 없이 

잘못 발표했다고 떠드나? 

이 양심도 없는 것들아!




  1. 각 행정구역별 의료원 및 보건소, 보건지소등을 의미한다. 앵그리 홍이 닫아버린 그 공공 의료원도 이에 속한다. [본문으로]
  2. 의료용 마스크의 규격 중 하나. 비말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재질로 되어있다. [본문으로]
  3. 바이러스의 전염이 점차 늘어나면서, 바이러스가 옮겨가는 능력은 강해지고 감염된 사람을 죽일수 있는 능력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러스의 최종 목표는 자기들이 널리 퍼져서 사는 것이지, 숙주인 인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들은 자연도태되고, 치사율이 낮은 바이러스들만 널리 퍼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숙주인 인간이 죽으면 바이러스도 같이 죽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현대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진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본문으로]
  4. 라면 먹다가 재채기 해본 경험이 있으면 알 것이다. 라면 면발이 코로 나올 때 지나가는 길이 바로 그 길이다. [본문으로]
  5. 대다수의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은 콧물과 잦은 재채기이다. 그리고 콧물의 색깔은 투명하고. 가래, 발열, 누런 콧물 같은 증상이 감염을 시사하는 소견이다. [본문으로]
  6. 감염의 위험성이 있는 환자를 특정 구역에 감금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본문으로]
  7. 감염에 취약한 환자를 특정 구역에 감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환자와 같은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온갖 병에 다 걸릴 수 있으므로 무균실에 집어 넣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역격리에 해당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