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정의학과와 붙어있는 다른 과들보다는 가정의학과가 나아보여서 택한 것이지만, 2주 동안 다른 관점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3차 의료기관, 특히 서울대병원의 경우 보통 의사라면 평생 보기 힘든 질환들일 너무 많이봐서 전반적으로 academic한 분위기를 나타내게 된다(물론 아닌 과들도 있다.). 그래서일까? 가정의학과 conference는 다른 과와는 달리 진행된다. 다른 과의 conference는 공부를 위한 목적(무언가 희귀하거나, 배울점이 있는 질환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공부를 해와서 발표), 의학적인 판단을 위한 목적(내과계, 외과계, 진단방사선과 등이 모여서 환자 치료 방침을 결정) 등으로 열리는 반면에, 가정의학과의 conference는 철저하게 어떻게 환자에 접근해야 하는가에 촛점을 두고 실행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자면 '온몸이 쑤시다고 온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진단을 해나가야 하는가?', '죽어라고 술, 담배를 끊지않는 비만, 당뇨, 고혈압 환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를 그만두게 해야하는가?' 등인데, 내과 같았으면 LSM(life style modification)이나 TLC(therapeutic life change)와 같이 한 단어로 끝냈을 것에 대해서 파고든다는 점이 신기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정의학과는 걸음마 단계이고, 나아가야할 길도 험난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때문인지, 자가 진단에 자신이 있으므로(내 몸은 내가 잘 안다.) 약지어주고 주사 놔줄 사람만 있으면 되기 때문인지, 전문의가 아니라면 1차 의료기관이라도 절대로 방문하지 않으려고 하는 비정상적인 의료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정의학과라는 것은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감기하나를 놓고도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가정의학과가 경쟁하는 판국에 오죽할까?

다만 가정의학과의 장점은 어떤 사람의 주치의가 될 수 있고, 전반적인 몸 상태에 대해서 건강 상담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도 이러한 의학적인 상담에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보험 제도가 형성되어야 가능한 것. 아무래도 의료 재정이 풍족치 않은 우리나라에서 가정의학과는 조금 시기상조가 아닐까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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