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특성상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종종 보게된다. 그것이 수술로서 바로 호전이 되고 경과가 좋아질 수 있는 질환인 경우도 많지만 가끔은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어도 그것을 해주기 힘든 경우도 많다. 그리고 오늘 그런 환자를 한명 더 보게되었다.

Osteosarcoma[각주:1] 환아로 현재로서는 통증 등을 비롯한 어떠한 증상도 없고 팔을 쓰는데 있어서는 정상과 전혀 차이가 없는 환아다. 문제가 있다면 위팔과 아래 다리, 그리고 폐까지 전이된 종양이 있다는 것이다. 수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tumor burden을 줄이는 목적 외에는 다른 이득을 볼만한 상황이 없으며, 수술을 한다면 확실히 지금보다는 기능의 제한이 심하게 오게될 환자다. 심하다면 오른쪽 팔은 그냥 달려있는 것 외에 어떠한 기능도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동의서를 받지 못하였다.

'선생님 아들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라는 간단한 환자의 질문에 한참동안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수술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고민을 하겠지만 결국에는 할 것 같다고. 그러나 만약 내가 의학적 지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안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암이 진행하는 상태로 수술 후 항암 제제를 바꾸더라도 그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수술을 하고나면 삶의 질은 분명 수술을 하기 전보다는 저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환자 어머니는 아버지와 상의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는 얼마가 걸려도 좋고 밤 늦게라도 좋으니 우선 고민을 해보시라고 하였다. 아마도 그것이 내 자신이 느낄 자괴감을 조금이라도 늦게 맛보게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리라.

만약 내일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아마 마음 한 구석에는 계속해서 찝찝한 느낌이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생존보다는 삶이라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하지않는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고민을 할 것이다. 혹시라도 수술을 했다면 환자가 건강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희박한 확률이라도 갖고 있는데, 굉장히 희박한 희망이라도 주는편이 좋지 않았을까하고.

나는 생존보다는 삶을 다루고 싶어서 정형외과 의사가 되는 길을 지원을 하였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 과정중에 접하는 환자를 대하는 의사로서 내 자신에 대해서 계속해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는 종양을 다루지는 못할 것 같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두렵고 무서우며 비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도, 환자도, 그리고 그 보호자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1. 골육종. 흔히들 말하는 골암이라는 것으로 뼈에서 암이 생겨서 자라나는 것을 말한다. 암 중에서도 희귀한 질환이며 대개는 수술전 항암치료를 통해서 크기를 줄인 후에 수술을하고 이후 또다시 항암 치료를 하게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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