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유시민이 정말 싫다. 반어적인 의미도 아니다. 아니 이렇게 적으면 조금 이상해 보인다. 정리하자면 한 개인으로서의 유시민은 내가 알 필요 없으므로 관심 없다. 내가 유시민이랑 밥이라도 먹으면서 술 한잔 할 것도 아니고 관심 없다. 작가로서의 유시민은 꽤나 좋아한다. 그의 공전의 히트작중 하나인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던가, 그의 글이 최초로 세상에 알려진항소 이유서등은 여전히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으로서 유시민은 너무나도 싫다.

정치인으로서 유시민이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나와 비슷한 직업에 종사하게 될 이들은 그가 했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갖은 실책을 들이대며 유시민을 증오하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러나 본인은 그런 사소한 이유로 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원죄가 있고, 그것이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를 최초로 정치계에 입문시킨 개혁 국민 정당. 바로 그것이다. 최초에 개혁 국민 정당이 등장한 것은 몇몇 정치적 명사에 의해서가 아닌 당비를 내는 당원들의 견해에 따라 정치하는 풍토를 만들어보자는 장기 목적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밖에서 힘을 주기 위해서라는 단기 목적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만들어진 것은 5년 전쯤일 것이다.
그 당시 구호가 ‘100년 정당개미가 참여하는 신이 나는 정치였다. 혹시 이것 어디서 조금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이미 처절하게 갈라지고 대통합 민주 신당이라는 대선 전용 정당으로 개편된 그들의 전신, 열린 우리당에서 표방하던 구호이다.

 

어찌되었건 개혁 국민 정당은 유시민이라는 한 걸출한 명사와 함께 그 첫발을 내디뎠고, 이는 대중 정당을 표방하던 개혁 국민 정당에는 사실상 분열의 씨앗을 잉태한 채로 출발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개혁 국민 정당은 노사모와 결합하여 엄청난 효과를 보여주었으며, 상당한 Issue maker라고 했어도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당시 많은 개혁 국민 정당의 당원들은 대선이 끝나면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 그 때부터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심지어 2003년 봄에 치러진 보궐 선거에서는 개혁 국민 정당의 이름을 걸고 출마한 유시민 후보가 의원으로서 당선되기 조차 했으니까.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꿈은 노무현 대통령이열린 우리당의 창당을 결심했을 때 샅샅이 흩어지고 말았다.

 

모두를 표방하는 100년 정당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열린 우리당은대중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기존의 민주당과 다름 없는명사 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이전 '열린 우리당'의 형성 과정에서 유시민의 원죄가 발생한다. 개혁 국민 정당을 자발 탈퇴함으로써 해산할 것을 선동하고 자신은 열린 우리당이라는 곳으로 몸을 빼서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유시민이 책임져아만 하는 원죄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문제점의 해결방향에는 크게 2가지 방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대단히 뛰어난 사람[각주:1]이 이를 이끌고 책임을 지는 방안과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공동 책임을 지는 방안이다. 전자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이 고대의 제정일치 사회 혹은 중-근세의 절대왕정 사회라면 후자의 형태로는 현재의 민주주의 사회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류가 되었던 것은 명사가 중심이 되는 해결방안이었으며, 계몽주의 이후로 각성한 시민사회는 끊임없이 투쟁하여 현재의 방안을 쟁취했다. 그러나 현재에도 이러한 명사 중심의 정치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각주:2], 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정당들 또한 부지기수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은 후자의 방안이 절대선이며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시민은 후자의 방안을 대한민국에서 현실화 시킬 것을 열망하는 당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위해 이것을 도구화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것은 결코 정치적으로 용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
. 거짓과 기만으로 자신의 지지자와 정치적 동지를 배반하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당적을 옳긴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치 철새의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만약 유시민이 정말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자 하는 열망만으로 창당을 했다면 개혁 국민 정당이라는 거창한 당명보다야 그 당시 한나라당이 비판했던 것처럼 민주당 2중대당이라던가 노무현 지지당이라는 당명을 사용했었어야만 했던 것이다.

 

현재 정치계는 대선 이후로 끊임없는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회창의 행보야 어느 정도 예견되어있었던 것이었으며[각주:3], 유시민을 필두로 흔히들 친노 정치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통합 민주 신당에서 주류 헤게모니를 빼앗기자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다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권을 차지한 한나라당조차도 박근혜 계[각주:4]와 이명박 계의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춘추전국 시대의 상황을 보는 듯 하다.

 

나는 속칭 진보적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명박의 당선이 민주주의 퇴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이명박 당선자가 예전 전두환처럼 체육관에서 선거를 했거나, 참정권을 제한하는 방안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몰라도, 이명박 당선자는 경부 대운하라는 자신의 공약을 밀어붙여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설마 대운하를 팔 줄 몰랐다고? 그것은 시민으로써의 자격을 포기해야만 하는 비겁한 변명이다. 앞서 말하지 않았나? 민주주의란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해결방안을 모색하여 공동 책임을 지는 제도라고.
본인은 정치적 신념과 환경에 대한 생각으로 경부 대운하를 반대하지만,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국회에서의 투표라는 정치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고, 대중에 영합하기 위해서 경부 대운하를 스스로 취하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비판을 할 것이다. 그것은 앞서 유시민이 했던 개혁 국민 정당의 탈퇴만큼이나 악질적인 정치적 범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시민이 어떠한 행보를 걸을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인세 수입만으로도 꽤나 짭짤하게 벌어들였을 것이니 정치계에서 은퇴한다 해도 먹고 살 걱정이야 없겠지만, 그의 과거 행적상 쉽사리 정계에서 떠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다.
나는 안티니까.

  1. 이후 앞서 기술한 것처럼 명사라고 한다. [본문으로]
  2. 심지어 대한민국 원내정당 중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민주노동당조차도 권영길 개인의 카리스마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는 이번 17대 대선의 참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본문으로]
  3. 김종필과 자민련의 영향력 상실을 기회로 충청권에서의 맹주 역할을 획득한 후 캐스팅 보트를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으로]
  4. 개인적으로는 예전 탈당 때 완전히 작살이 나버린 박근혜가 다시 탈당을 할 것인가가 궁금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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