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및 의대와 관련이 없는 분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도대체 의대 및 의전원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많은데, 왜 외과, 흉부외과 등은 항상 사람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인가?

우선 대한민국의 의료계는 의료 공급자들을 제외한 이들에게는 굉장히 행복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인정해줬으면 한다. 수없이 이야기한바 있지만 비현실적인 수가 제도에, 우리의 가카께서는 백성을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약값 급여 반값 할인의 칼을 뽑아드셨으니 중소 제약회사들은 조만간 줄도산의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말도 안되는 의료 수가 시스템으로 병원을 굴리는데 어떻게 종합병원들은 살아남고 있나? 궁금하지 않은가? 모순되는 말이 아닌가?

대한민국에는 전문의 제도라는 것이 있다. 각 임상과에 따라 다르지만 현행 제도로는 인턴 1년 + 레지던트 4년(혹은 과에 따라서 3년인 경우도 있다.)을 거치고 전문의 자격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전문의 자격을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조금씩 제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유형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각주:1].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유별난 현상이 하나 있으니 거의 전 의사가 전문의 자격을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각주:2].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있어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인턴이라고하면 환자들도 의사 취급을 하지 않고 막대하는 인간들도 있으니 꽤나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우선 여기서는 모든 의사가 전문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낭비인지는 잠시 접어두고 진행하자. 일단은 모든 의사가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것이 좋다고 가정하자는 말이다.
 
전문의가 되기위해서는 반드시 전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전공의는 누가 뽑는 것일까? 각 병원의 과장을 비롯한 병원의 스텝[각주:3]들이 학회에서 배정된 인원수에 따라서 지원자들 중 가려서 뽑게된다. 그리고 이 전공의 배정 숫자는 각 분과학회에서 병원에 지정된 숫자만큼이다. 모든 이들이 서울대에 가고 싶다고해서 합격시켜주는 것이 아니니만큼 각 인기과도 마찬가지다.

피안성, 정재영이라는 말이 언론상에서도 오르내릴만큼 현재 의료계에서 인기과 쏠림현상은 점차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기과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까놓고 말한다. 돈과 평안한 삶, 그리고 안정성이다.

피부과는 피부비뇨기과였던 시절부터 주욱 비인기과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대한민국 사회가 먹고 살기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미용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대두되더니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비보험 진료가 많으며 삶의 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안과는 라식 수술의 개발이후로 대두되었고, 성형외과 또한 피부과와 유사한 시기부터 그 위력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신과는 정신병원에 배정해야할 정신과 전문의 숫자를 늘리면서부터, 재활의학과는 정형외과적 영역에 있어서 비수술적 치료가 발달하면서부터, 영상의학과는 단순 방사선 사진의 판독료를 인정하면서부터 그 인기가 올랐다고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마방진(마취통증의학과, 방사선 종양학과, 진단 검사 의학과)은 아무래도 의료 소송등에서 한발 빗겨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점차 인기를 모아가고 있다고 본다.

각 시대에 따라서 돈과 평안한 삶, 안정성에 대한 선호도의 비중은 달라지겠지만, 의사도 사람인 이상 이러한 것들에 절대 얽매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이나, 기득권이 그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기를 바라는 것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물론 일부 특출나고 사명감에 가득찬 의사들의 경우에는 그러한 것과 상관없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서 비인기과에 지원하기도 하며, 이러한 이들에 대해서는 같은 의사로서,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체계에 예속되어있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존경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말이다. 모든 사람이 부처나 예수가 될 수 없듯이 모든 의사가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사명감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의사도 사람이고 먹고 살아야 하므로.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비인기과에 지원한 의사들도 자신이 배운 것을 100% 써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본인도 한 때 흉부외과에 관심이 있던 적이 있었다. 학생 때 보았던 OPCABG[각주:4] 같은 수술을 보면서 현대 의학의 성과에 감동을 받았으며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을 거듭할 수록 그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심장혈관외과 의사로서 삶을 살고 싶어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국내에서 2자리수가 되지 않는다. 

내가 먹고 사는 문제야 차지한다고 치더라도 그 사명감을 펼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면 수련기간은 무엇때문에 있는 것인가? 흉부외과뿐만이 아니다. 대학병원의 외과는 대부분 암환자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지만, 외부로 나가게 될 경우 가장 많이하는 수술들은 치질이나 맹장염[각주:5], 정맥류에 대한 수술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산부인과야 산과에 한정할 경우 자신이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는 기회가 높지만, 이 미친 사회는 의사의 잘못이 없어도 의사에게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은 비인기과를 지망하지 않는 의사들을 상대로 도덕적 비난을 퍼붓는다.


그리고 종합병원은 이러한 비인기과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가지 결단을 내린다. PA의 도입이 그것이다. PA란 Physician Assistant의 약자로 의사를 돕기 위한 보조인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대부분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받고 이들을 교육시켜서 사용하게 되는데 사실 병원 입장에서보자면 전공의를 부려먹을 때보다야 아쉬운 점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PA들은 의사직이 아닌 간호직으로 분류가 되므로 급여를 비롯한 복지체계에 있어서 전공의들만큼 부려먹기도 힘들고, 전공의들 만큼이나 늦은 시간까지 부려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전문의 자격 획득을 위한 수련 과정으로서의 4년간의 전공의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만하는 전공의들과는 달리, PA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거나, 간호사 자격증을 이용하여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기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병원들은 PA를 선발한다. 전문의를 고용하는 것보다는 돈이 적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반사항에는 관심도 없는 언론들은 자극적인 기사로 대중들의 관심을 낚는다. 내가 받을 수술을 간호사가 집도한다는 말도 안되는 말로. 그러나 이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비인기과에서의 PA 역할 비중은 점차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의를 다량으로 뽑기에는 그 임금을 충족하기가 쉽지않고, 전공의 지원을 받으려고해도 전공의들이 그 과를 지원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배움의 기회를 실천하는데 있어서 그 장점이 너무나도 적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의료체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개혁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차선책은 무엇일까?

우선 현행 의료체계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에 있어서 의료체계는 최대한 싼 값으로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저수가의 문제는 리베이트 등의 관행을 묵인하는 것으로 불만을 덮어왔으며, 현행 노동법상 전공의들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불법행위들도 전공의들의 침묵과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강요하는 것과 이러한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것으로 임금을 낮추는 것을 암암리에 권장해왔다고 본다.

비인기과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점차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격차는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우선 전공의들의 업무 강도를 지금의 1/3 정도만 줄이고, 그 줄어드는 업무의 공백을 전문의를 고용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으로도 비인기과의 문제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인기과 전공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업무강도가 줄어드는 것 뿐만 아니라 미래의 취직 자리를 어느 정도 보장받는 것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전문의 입장에서는 좀더 안정된 경제적이고 학문적인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정말로 사회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전문의를 선발할 수 있도록 전문의 숫자를 줄이고 일반의들이 1차 의료 제공자로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배운 것은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정도의 숫자의 전문의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처럼 병원들이 싼맛에 전공의들을 마구 뽑을 수 있도록 숫자를 늘리는 것은 인기과-비인기과의 격차만 늘려주는 행위일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그 돈을 누가 내주냐는 것이다.

본인이 의료에 관해서 글을 쓰게되면 결국 결론은 1가지로 귀결이되는데 의료 수가의 현실화가 그것이다. 현재에서 굳이 의료적인 치료가 필요없는 경증 질병이라던지 환자 식대 등 쓸모없는 말도 안되는 보장을 줄이고,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을 늘린다. 오리지널 약제에 대한 보장은 두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한 경우에 한해서 제네릭 약제의 사용을 권장하되 그 생물학적 동등성은 반드시 임상 시험으로서 입증하도록 한다. 그리고 쓸데없는 토목 행위에 대한 말도 안되는 지원을 정상화하고 그 지원을 의료보험제도의 공백을 메꾸는데 지원하면 된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라고?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 비인기과들은 점차 고사되어갈 것이다. 

대한민국보다 더 못사는 외국 의사들을 데려오자? 미쳤나. 실력있는 외국 의사들이 한국으로 지원하게. 내가 동남아 출신이라도 대한민국에 올 실력있다면 의사소통이 비교적 쉽고 경제적으로 더 큰 부를 누릴 수 있는 미국과 같은 기회의 땅으로 진출하지 대한민국으로 안오겠다.


PA 제도는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싫다면 제도적으로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속칭 비인기과의 인원을 줄여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숫자만 선발해야할 것이며, 비인기과 전문의의 취직 기회를 늘려야만 한다. 돈을 주기 싫다면 최소한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는 기회는 박탈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돌아가는 꼬라지를 봐서는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1. 병원에 파견온 조선족 중국인 펠로우와 이야기하다 알게된 것인데, 중국은 전문의 제도가 없고 학사-석사-박사 제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학사는 한국의 의대와 같은 레벨일 것이고 석사-박사 제도가 레지던트-펠로우 과정인 것으로 생각된다. [본문으로]
  2. 이와 대비되는 것이 치과 의사들이다.대다수의 의대생이 졸업 후에 어느 병원에 인턴을 지원하냐로 고민을 할 때, 많은 수의 치대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개원/봉직의로 바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경기가 어려워져서 치대생들도 점차 전공의 수련 지원이 증가한다고는 하더라마는. [본문으로]
  3.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교수들일 것이고,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과장들일 것이다. [본문으로]
  4. Off-pump coronary artery bypass graft의 약자이다. 심장도 우리 몸의 장기인만큼 영양과 산소 공급을 위한 혈관을 필요로하게되고 이러한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결과가 심근경색증이다. 이러한 심근경색증의 치료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수술적 방법의 하나로 다른 혈관을 떼어다가 이식하는 것이 CABG(관상동맥 우회 이식술)이다. 고전적인 CABG는 심장을 잠시 멈춘 상태에서 체외순환기(ECMO)를 가동시켜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관상동맥 우회 이식술을 실시한 이후 심장을 다시 깨웠던 반면 OPCABG같은 경우에는 체외순환기를 이용하지 않고(Off-pump) 환자의 심장이 뛰는 상태 그대로 관상동맥 우회 이식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물론 그 술기의 난이도는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고있다. [본문으로]
  5. 충수돌기염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으나 편의상 맹장염으로 표기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