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lownews.kr/17758반도의 흔한 종북 좌빨.png


요즘 역사 교과서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선택받은 TK-PK의 은혜에 힘입어 집권하고 있는 여당의 염동렬 국회 의원이 감히 혹부리우스-뽀그리우스-뚱땡이우스 3대가 세습 집권 중인 한반도 북쪽의 빨갱이들이 선진국이라며 찬양 고무를 하면서 비교하며 국정 교과서를 해야한다고 하지 않나[각주:1], 황우여 장관은 감히 쿼터 갓인 그분의 지시라며 발뺌을 하지 않나, 심지어 애국자의 1등 신문 조선 일보는 집필진의 60% 이상이 빨갱이라고 한다. 여당 국회의원부터 학계까지 종북 좌빨이 득시글 거리는 나라라니! 국정원은 좌익 효수를 원훈으로 삼는 이들이 아니던가? 댓글만 달더니 아주 정신줄을 놓았는지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가 개판이다.


비록 나라돌아가는 꼬라지는 개판이지만 애국 보수인 타자는 주전공인 의학 이외에 가장 관심이 큰 분야가 역사이니, 우선 역사란 무엇인가 짚어 보자. 역사는 문자로 기록된 인류의 행적을 의미하며, 역사 시대와 선사 시대를 나누는 기준은 문자로 기록된 인류의 행적이 어디서 시작되는가로부터 비롯된다.

선사 시대는 크게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 시대로 나눠 진다고 흔히 생각하나, 엄밀히 따지면 이는 틀린 구분이다. 만약 철기를 사용했던 시기에도 문자로 된 기록이 없다면 선사 시대라고 해야 하며, 뗀 석기를 이용한 구석기 시대라고 하더라도 문자로 된 기록이 발견된다면 역사 시대라고 해야 한다. 뭐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만약 핵전쟁이 나서 인류의 모든 기록과 문자 체계가 사라지고 오직 사람만 살아남는다면[각주:2], 그리고 약 1,000여년 이후에 새로이 문자가 발명되어 역사가 기록된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1,000여년 뒤의 기준으로는 선사 시대가 될 것이다. 물론 그 때도 환빠의 후손들은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 드립을 치면서 방의 한쪽 구석에 앉아 정신적 딸딸이를 치고 있겠지.


역사를 보는 관점은 시대에 따라서 계속해서 수정되어 왔다. 최초의 사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신 혹은 하늘의 의지를 받들어 세계에 풀어놓은 영웅들의 행적을 중점으로 추적하여 업적을 기록한 영웅주의 사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 시대 이전에는 신화 혹은 전설의 형태로 구전되던 영웅의 이야기는 문자의 발명에 의해 체계적으로 기록되어 일부는 역사로 편입이 되고, 일부는 신화, 전설, 종교의 형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런 영웅주의 사관은 현재도 위인전의 형태로 살아남아 무지한 아이들의 머릿속에 쓰레기를 주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영웅주의 사관이 아주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박진감이 넘치는 영웅주의 사관의 역사를 듣다 보면 이렇게 명쾌하게 역사가 설명되다니라고 놀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에서 태어난 혁거세의 비범함이 있었기에 신라가 태어날 수 있었고, 조국의 불운을 짊어지기 위해 친히 군화를 벗고 근대화의 십자가를 메신, 흉탄에 스러져간 반인반신의 가카가 계셨기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살 수 있게 되었다라고 단순히 생각한다면 이렇게 현실이 간결하게 설명될 수가 없다. 일반 민중은 모든 불행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백마탄 초인에게 모조리 떠넘기고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Rex quondam, Rexque futurus[각주:3]만 기다리기만 했던 백성들은 랑케가 주창한 지겹고도 재미없고 환상을 깨부수는 실증주의 사관으로 인해 좋은 시절을 떠나 보내야 했다. 동북아에서 '우리 말고는 다 오랑캐임. 하악 하악.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대패했을리 없다능! 이게 불여우 같은 가시나 때문에 안타깝게 진거임.'으로 대표되는 춘추필법이나, '브리튼 섬의 아서 왕이 우리 왕국의 조상이라능! 하악 하악'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사관이나, '한 수천년 되기는 했지만 원래 가나안은 우리가 살던 땅임. 내놓으라능!'으로 대표되는 사막 잡신 종교 사관이나 차이가 뭔가?

근대 사학의 주창자로 칭송받은 랑케는 역사가는 오로지 사실이 스스로 말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역사라며 실증주의 사관을 주창했으며, 역사가는 자신의 견해에 흔들리지 말고 모든 객관적 사료를 긁어 모아 정리하는 것이 일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정신 나간 애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팩트가 아마 현재 대한민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실증주의 사관의 비교적 가까운 예가 될 것이다.

분명히 이것은 기존의 관점보다 진보한 것이기는 하다. '왜 번개가 치나요?'라는 물음에 '제우스 찡이 빡쳐서 집어던지는 것이 번개라능!'이라고 대답했던 것이 영웅주의 사관이었다면, '세상에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있는데 이것들이 저기압 상태에서 반응하여 생기는 현상의 일부가 번개다.'라고 무미건조하게 설명하는 것이 실증주의 사관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증주의 사관은 인류의 이성에 대한 믿음이 최고조에 달하던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절정을 향해 치닫다가 한 역사학자 겸 외교관의 소박하지만 힘이 실린 물음에 의해 기존의 힘을 잃게 된다.


'What is history?'


영화 변호인의 성공 이후,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났다[각주:4]는 대한민국 검찰 지정 불온 서적인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저자인 Edward Hallett Carr[각주:5]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역사가가 끊임없이 과거의 사실들과 소통하여 얻어낸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다. 또한 역사는 단선적으로 계속해서 진보한다는 주장에 반박하며 진보하려는 방향성과 이에 반발하여 돌아가려는 반동성의 대립과 조화에 의한 정-반-합의 변증법에 따라 발전한다고 하였다.

그에게 있어 역사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역사가가 각자의 주관에 맞춰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실을 뽑아내는 큐레이션에서 시작되는 것이었으며, 그렇기에 역사를 보기 위해서는 역사가의 성향, 그리고 그 역사가를 길러낸 사회의 방향을 같이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물론 E. H. Carr는 과거의 실증주의 사학자들, 그리고 해석을 훨씬 중요시하는 다른 종류의 사학자들에게 모두 공격받았으나, 적어도 현재에 있어서 기본적인 역사 기술 이론의 본류는 E. H. Carr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한권의 역사책을 저술한다는 것은 그 역사가의 사상을 녹여내어 저술한다는 것과 같다. 한반도의 가장 위대한 저술 중 하나[각주:6]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도 얼핏 보아서는 사관이 기계적으로 끄적인 기록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으나, 사관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록의 원본인 사초에 기록하였을 것이며, 왕의 사후 사관들끼리의 회의를 통하여 남길 기록과 파기할 기록을 정하여 실록을 편찬하였을 것이다. 한반도에게 가장 객관적인 사료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도 사실은 성리학적 사상에 근거한 사상서라고 볼 수 있다.

뭐 일개 개인이 사서를 저술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환빠가 환단고기를 보고 환뽕을 맞아 수메르 문명이 옛 조선의 봉신국가인 수밀이국이라고 주장을 하던, 쪽바리가 임나 일본부가 진실이라는 주장을 하던, 학계가 정상적으로만 작동한다면 말도 안되는 주장은 반대편에 의해서 처절하게 박살이 날 것이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합의되는 진실[각주:7]이 쌓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서라면 어떠한가?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역사 교육은 학계에서 합의한 범위 이내에서, 양극단의 해석을 주장하는 서적을 한권씩 뽑아 비교하면서, 역사를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사학자가 될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에 한권의 교과서를 선정하여 학생에게 교육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 전 국민이 모두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어떨까?


사실 전래가 없었던 일도 아니고, 뭐 그렇게 해도 세상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타자부터 국사는 국정 교과서로 배웠던 세대니까. 그리고 이에 대한 반동인지 대학 들어가자마자 만났던 일부 운동권은 '니들이 알고 있는 역사는 전부 틀렸다!'라고 주장하며 또다른 극단의 잘못된 역사[각주:8]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적어도 이에 대해서는 감히 단정지을 수 있다. 니들은 둘 다 틀렸다.

대한민국 집권층 입장에서 국정 교과서란 구미에 땡기는 일일 것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사실만을 기억하도록 할 수 있으며, 초-중-고 12년간의 교육 과정상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교육한다면, 흔히 말하는 삐딱한 일부를 제외한 민중의 대다수는 세뇌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흔히 일베가 말하는 애국 사관이든, 환빠가 주장하는 식민사관이든, 그것도 아니면 수령님 축지법 쓰신다 수준의 주체주의 사관이든 상관없다. 그 어떤 사관이 되더라도 민중이 권력의 의도에 따라서 일사불란한 생각을 갖게 만들 수 있도록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 개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행하는 전체주의에 기반한 시대 착오적 발상이다.


아무리 우수한 생산성을 가진 품종이라도 단일 품종이라면 병충해 한번에 모조리 휩쓸려 갈 수 있다. 예전 그로 미셀[각주:9]이라는 바나나가 휩쓸려갔고, 현재의 캐번디시[각주:10] 바나나도 멸종이 될지 모른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구대륙의 포도나무는 모두 피록세라에 휩쓸려 갔고,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서 토종, 재래종 종자를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인류 사회도 마찬가지다. 전체주의의 광기에 사로잡혔던 이들의 말로를 보아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 이후 아리아 선민주의에 빠져있던 제3제국[각주:11]이나, 꼬맹이와 뚱보의 원투 수정 펀치를 맞고서야 정신차린 대동아공영권의 황국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 구성원이 상부의 합리적인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집단은 군대 외에는 없다. 다만 상부의 명령은 국민의 뜻에 의해 결정되어야하며, 비합리적인 명령은 거부되어야만 한다. 지금 쿼터 갓의 정권은 개인의 효도를 위해서 대한민국을 전체주의 국가로 만드려 발악하고 있다. 그러게 좀 수정할 필요 없이 대국적으로 살지 그랬어?

  1. 국가 보안법 제2장 제7조 제1항의 찬양, 고무 금지를 위반한 빨갱이다. 일해라 국정원! [본문으로]
  2. 커티스 르메이 장군이 좋아하는 석기 시대 드립이 생각난다. [본문으로]
  3. 과거와 미래의 왕. 브리튼 켈트 전설의 왕, 아서를 의미한다. [본문으로]
  4. 아마 한 10% 정도나 제대로 읽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5. 이하 E. H. Carr [본문으로]
  6. 다른 또 하나의 위대한 저술은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7. 흔히 말하는 정설이다. [본문으로]
  8. 환빠부터 수령님 축지법쓰신다까지 아주 가관이었다. [본문으로]
  9. Gros Michel. 대량생산되었던 바나나의 품종. 이전 파나마 병으로 멸종했다. 지금 흔히 먹는 캐번디시 보다 훨씬 단단하고 맛있었다더라. [본문으로]
  10. Cavendish. 이전 그로 미셀 종이 주였을 때는 쩌리 취급받던 품종이었다고 한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먹는 바나나는 다 이 종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본문으로]
  11. Drittes Reich. 흔히 말하는 나치 독일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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