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은 개인적인 견해가 매우 많이 섞인 것임을 밝힌다.

본인은 삼성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의 가족이 뽑기 운이 없었는지 아니면 제품이 좋지 않았었는지 몰라도, 본인의 집에서 삼성 제품이란 잘해야 1년 버티고 이후에는 줄줄이 고장나다가 결국 버려야 할 제품으로 낙인이 찍혀있었다. 그나마 삼성에서 애니콜이 출시된 이후에 인식이 나아졌다고 할까? 우리 아버지께서 애니콜을 처음 쓰셨을 때만 해도 '요즘은 삼성이 튼튼하게 만드나보네.'라고 했으니 요즘의 삼성을 아시는 분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에야 삼성이 소니를 제쳤다라는 소리가 나오지만 3~4년전만해도 삼성이란 항상 소니의 아류로 밖에 취급되지 않았던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본인이 보기에는 지금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기술적인 분야, 그리고 공학도들이 알아먹을 만한 분야에서 삼성이 어느 정도나 해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직접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삼성의 물건은 크게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삼성의 물건을 처음 보았을 때 드는 생각은 '저거 어디서 보던 물건 같은데.'이다. 삼성에서 아무리 좋은 물건이 나왔어도, 제품 컨셉은 항상 누군가가 미리 했던 물건이 대부분이다. 지금에야 Sony가 거듭된 삽질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만, 그들이 처음으로 내어놓은 물건들을 보면 지금도 신기한 것들이 많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Flagship이라는 느낌이 드는 물건이랄까? 반면 삼성의 물품을 보면 드는 생각은 정말 잘나가는 2인자라는 생각이다. New concept의 물건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해나가기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자리가 확보되어있는 시장에 자금을 확 풀어서 물량으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대다수의 분야에서 그렇지만 가장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을 때는 커다란 시장이 막 형성된 시점이다. 물론 적당한 때에 끼어들어서 물량으로 압도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만 그것이 쉬운가? 항상 삼성의 제품 중 쓸만한 것이 나왔다고 생각되는 때는 이미 시장이 절정을 치고 있을 때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님하 디자인 좀 신경요.'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한심스러운 디자인. 한국에서야 디자인보다는 성능을 먼저 보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대세를 이루고 있기에 디자인이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단순한 예로 ipod을 보자.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나왔다면 생긴 것만 멀쩡하고 기능은 병신인 기계로 낙인찍혀서 사장당했을 것이다. '현원'의 '주사위형 mp3'도 사정없이 씹힌 것을 보면 말이다(기계적인 성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욕 먹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세계 최소를 강조하면서 내어 놓았기에, 작기만 하고 병신인 기계로 낙인찍혔던 것이 아닐까?). 그나마 요즘은 삼성 디자인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마감이 덜 되었다는 느낌을 주긴 매한가지다.

마지막은 마케팅 전략. 흔히들 삼성은 이성 마케팅, LG는 감성 마케팅이라고 한다. 동양인이 서구인에 비해서 이성적인 면보다는 감성적인 면이 강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는 뭔가 거슬린다. 가장 대표적이었던 것이 '삼성은 세계 곳곳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란 컨셉의 광고. 극장에서 저 광고 처음보면서 첫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참 돈에 비해서 홍보효과 떨어진다.' 두번째로 든 생각은 '국내 광고용이면 국내에서 했던 봉사 활동이나 제대로 정리해서 촬영할 것이지.' 세번째로 든 생각은 '에버랜드 주식에 대한 세금이나 제대로 낼 것이지.' 네번째로 든 생각은 '저런 광고는 홍보실에서나 틀 것이지. 그래서 내가 설득될 것 같어?' 였다. 원체 본인이 까칠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름이 아닌 이미지 광고에서 저런 생각이 들게 한다면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은가? 반면에 LG의 광고들은 '사랑해요.' 내지는 '안아주세요.' 등등의 별 의미 없는 광고가 많다. 그러나 화면빨, 배우빨인가? 최소한 느끼하네라는 생각은 들어도 삼성 광고에서 느껴지는 반감은 들지 않는다. 뭔가 삼성의 광고가 맞는 말을 하긴 하지만 싸가지 없게 느껴지는 우등생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면, LG의 광고는 뭔가 어눌하지만 밉지않은 녀석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고 할까? 100분 토론에서 틀 것이 아닌 이상, 저것은 좀 곤란하지 않은가?

삼성이 앞으로도 비전이 있는 기업일지 아닐지는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 비전이 있으려면 최소한 저 3가지는 개선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삼성은 새로운 Concept의 제품을 생각해 낼 수 있는 Creator는 두었으면 좋겠다. 지금과 같은 Engineer 양산 체제로는 평생 2인자 이상을 벗어나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