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sula K. Le Guin, The Earthsea Cycle
어슐러 르 귄의 장편 소설 어스시 전집. J. R. R. Tolkien의 반지의 제왕, C. S. Louis의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환상 소설에 속하며, 몇 달 전에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으로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내놓았던 ‘게드 전기’의 원작이기도 하다. 방학을 맞이해서 읽은 책인데 명성에 비해서는 조금 쳐진다는 느낌이 든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래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야기 자체가 재미가 없고 구성이 허접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템포가 약간 쳐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바람의 열두방향’이란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동 작가의 단편집을 떠올려보니 이 작가는 장편보다는 단편 체질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둠의 왼손’은 같은 장편임에도 재미있게 봤음을 고려해 볼 때 ‘역시 SF 체질이구나’ 라고 납득하고 있다.
모든 사물에는 진정한 이름이 있고, 이 것을 깨닫는 자는 그것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설정은 카발리즘을 떠오르게 한다. 본인처럼 반기독교주의자에게 이 책은 C. S. Louis 처럼 대놓고 기독교적 윤리관을 내세우지는 않지만 약간 껄끄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작가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기독교 윤리에 바탕을 둔 여성 비하적 내용으로 책을 낼 때마다 페미니스트들에게 시달렸다고하니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런 내용이니까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판권을 사들였겠지만. 기대는 컸으나 그것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하는 내용이랄까? 혹시라도 어슐러 르 귄의 소설을 읽으실 분들은 ‘바람의 열두방향’을 추천한다.
Lewis Carroll,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 through the looking glass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Martin Gardner의 주석이 달린 판본이다. 사실 이전에 발행되자마자 바로 사서 다 읽었지만, 최근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본인이 소싯적에 즐겨하던 게임인 American McGee’s Alice가 영화화되어 올해 개봉된다는 점 때문이다. American McGee's Alice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호러 버전 게임'이라고 할까? 자세한 설명은 숨겨놓겠으니 혹시 이에 대한 환상이 없으신 분만 누르시면 되겠다.
우리나라에서야 앨리스라고하면 아동용 동화 이상라는 편견을 벗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 잘 뜯어보면 애들이 이해하기에는 무지하게 까다로운 책임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책 사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로리타 콤플렉스 환자’가 자기 애정의 대상이었던 꼬마 여자애 ‘Alice Pleasance Liddell’에게 작업 겸 찬사의 의미로 쓴 책이다. 아동 문학 전집 편집자는 이 점에서 각성해야 할 것이다. 당신 자녀에게 소아성애자가 쓴 글을 읽히고 싶어? 어찌되었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자체로도 흥미로운 소설이며, 더군다나 이 편집적인 주석자는 정말 지독하다 싶도록 세세하게 주석을 달아놓았으니 앨리스를 다시 읽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한다.
Robert Greene, The 33 strategies of war
유혹의 기술로 유명한 로버트 그린의 책이다. 역시나 출판사에서는 책을 팔아먹기위해서 '전쟁의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붙여서 내었다.
책 내용자체는 나쁜 편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내가 이전에 '손자병법'과 Carl von Clausewitz의 '전쟁론'을 이미 봤다는 거지... 이미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교과서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재미가 느껴질리가 없잖아.
따라서 본인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예전부터 병법서를 인간 처세술서에 적용해서 적은 책은 굉장히 많았고. 이 책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 사람의 전작 '유혹의 기술'에서 보여주었던 참신함과 재기발랄함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그냥 평범한 처세술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진수, 정사 삼국지
이미 한, 중, 일 3국에서는 나관중이 쓴 '삼국연의'가 더 유명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앞에다 '정사'라는 꼬리표를 붙여야하는 비운의 역사서이다.
소설 삼국연의와는 달리 굉장히 딱딱하고 간결한 문체로 되어있어서 소설과 같은 재미를 위해서 읽기보다는 삼국연의에서 과장된 진실을 알기 위해서 읽는 재미가 큰 책이다.
역시 중국의 고대사서이고 진수 자체가 진나라의 관료로 재직중일때 황제의 명을 받고 쓴 책이라 자신의 편에 좋은 점은 크게 기술하고, 좋지 않았던 점은 축소하거나 줄여서 기술하는 '춘추필법'으로 쓰여져 있음은 당연하다. 그런고로 위서 '동이전' 보고 있으면 기분나빠진다. 재미있는 점은 위서, 촉서, 오서로 나뉘어져있으나 위서만 '기전체(황제의 역사는 OO기, 관료의 역사는 OO전으로 기술하는 것)' 형식을 따르고, 촉서와 오서는 전부 '전'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 다만 대다수의 사람은 조조를 악당으로 알고 있으니, 결국 최후의 승자는 유비가 되는걸까? 삼국연의의 실체를 알고 싶으신 분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재미는 보장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