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본격적으로 운전하기 시작한지 이제 1년여를 넘어가는 허접한 운전자이다. 그러나 운전할 때마다 섬찟한 적이 너무나 많기에 푸념을 해볼까한다.

 

본인은 현재 사대문 안에 위치한 곳에 기거 중이다. 혹시나 이곳에 운전해서 오신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의 교통사정은 매우 좋지 않다. 우선 도로의 폭이 넓지 않고, 이정표는 엉망이며, 좌회전 가능 구역이 들쭉날쭉하고, 차는 많으며, 무엇보다도 버스와 택시가 많이 다닌다.

 

사실 도로의 폭이 좁은 것이나, 좌회전 가능 구역이 들쭉날쭉한 것들은 참을 수 있다. 강남땅값에 비하면 싸다지만 서울시 4대문 내 땅값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임은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도로를 늘릴 형편이 되지 않음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차가 많은 것도 이해한다. 출퇴근 차량 많은 것이야 밀집되어있는 오피스 빌딩 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며, 주거인구도 적은 편이 아니므로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버스와 택시가 운전하는 꼬라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나마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이후로 조금 나아졌지만, 버스의 마지막 차선에서 1차선으로 가로지르기(혹은 그 반대)는 여전하다. 그것도 교통 흐름은 전혀 무시한 채로. 버스에 타고 계신 분들은 별로 실감이 나지 않지만-나도 버스에 타고 있을 때는 이렇게까지 심하게 차선을 변경하는지 몰랐다.- 밖에서 한번 쳐다보라. 이건 뭐 깡패가 따로 없다.

좋다. 그래도 버스전용차로로 들어가기 위해서 무지막지하게 차선 변경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왜 버스전용차로에 약간 버스가 많다는 이유로 일반차로로 쳐들어 오는데! 좌회전이나 우회전 할 것도 아니면서!!! 끼어들 때, 미리 표시라도 해주면 다행이다. 우선 머리부터 집어넣는다. 한번은 버스 옆 차선에서 중간 1/3 정도까지 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끼어들기에 철렁했던 상황도 있었다.

 

그래도 이것은 매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왜 준법운행대로 가는데 뒤에서 성질을 내고 지랄이신가?’라는 질문이다.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대로는 꽤나 혼잡하여 속도내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감시카메라가 그 짧은 거리에도 2개나 붙어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나, 내지 않으나 가는 시간에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본인의 차가 0-100이 정말 짧은 스포츠 카가 아닌 이상에야.

한번은 약속시간까지 여유를 두고 나와서 천천히 규정속도 60km아래로 주행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 교차로에 신호위반-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어있기도 했었고. 어라? 그런데 갑자기 내 눈이 부신다. 후면반사경을 통해서 보니 뒤에서 버스 한대가 상향등을 켰다-껐다 그러면서 성깔을 부리고 있다. 일반차량 같았으면 이정표 보느라 그랬겠거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주어진 노선대로 가는 버스가 저런다는 것은 나보고 이 쉑히 빨리 좀 가라!’라는 말밖에 더 되는가? 혹시나 내가 너무 늦게 가나 싶어서 속도 계기판을 보니 60km/h..
저게 지금 준법 운행을 하는 나에게 지랄을 한다 이거지?’라는 생각이 들자,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30km/h.로 가주었다. 참고로 앞서 말했지만 이 도로는 매우 혼잡하다. 나는 관대하게도 내 앞으로 어떤 차가 끼어들던 괘념치 않고 다 보내주었다. 내 뒤에 놈만 빼고. 여기서 끝났으면 다행이다.

어지간해선 황색 신호등이 켜지면 멈추는 사람이라, 그 날도 당연히 황색 신호등에 멈추었다. 그러자 기대했던 대로 뒤에서 난리가 났다. 버스 특유의 거대한 경적 소리가 내 마음을 울려주었고, 거기에 나는 보답하여 내 왼쪽 창문을 열고 주먹을 쥔 손을 내보낸 후 감사의 표시로 가운데 손가락만 살짝 펴주었다. 그리고 왠지 이것만으로는 부족한듯하여 살짝 좌우로 계속하여 흔들어주었다. 아쉽게도 곧 녹색 신호등이 발광하면서 감사를 마칠 수 밖에 없었지만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이라도 계속하고 싶은 맘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

“Fuck you
very much!”

 

그나마 버스야 대중교통수단이고 시간에 쫓긴다고 하니 조금 이해를 해보려고 한다. 문제는 대중교통수단도 아닌 개인 및 법인 영업 수단 주제에 대중교통수단인 척을 하는 택시. 이놈들 대부분 운전자 보험 5~6개는 필수적으로 들어놓은 상태라, 어지간해서는 뒷목이랑 허리 부여잡고 땅바닥에 구르는게, 새벽부터 운전하는 것보다 수입이 더 좋아서 스치기만해도 땅바닥에 눕는다. 그래서일까? 끼어드는데 아주 거침이 없다. 서울 시내의 그 혼잡한 도로에서도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고 칼질하는데 망설임이 없고, 비상등 조차 켜지 않고 급 제동을 걸어서 안에 탄 손님 내리는 것은 기본이다. 그나마 이건 괜찮지. 방향 지시등 넣고 옆 차선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온갖 경적을 울리면서 지랄을 하시다가 막상 내가 들어가고 나니, 고대로 칼질해서 내가 있던 차선으로 끼어든다.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버스나 택시나 운전하기 고된 것은 이해하고, 그것이 생계 수단인 이상 시간에 쫓긴다는 것도 인정한다. 아무리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지. 다른 것도 아닌 운전이 생계 수단인 이상 일반인들보다 더 엄격하게 교통 법규가 적용되어야 정상아닌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인 이들조차 법규 알기를 우습게 아는데, 어찌 권위를 가질 수가 있겠는가? 그네들이 지금처럼 운전하는 것은, 그네들이 씹어대는 정치인들보다 더 그네들을 우습게 보이도록 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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