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ed by Carcinogen

여름하면 떠오르는 괴담.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여름철 괴담으로 시간을 보내려는 노력은 꽤나 오래되었다. 이는 옆동네도 예외는 아니어서 촛불 100개 켜놓고 괴담하나마다 촛불을 하나씩 끄는 민속 놀이도 있다고하니 상당히 체계적으로 노는구나라는 생각을 금치 못하게 한다.
참고로 촛불이 다꺼지면 이승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나타난데.

어찌되었건 괴담이라는 것은 일견 비합리적이고 원초적 감성에 호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에도 여전히 납량특집이라던가 귀신 이야기의 탈을 쓰고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리고 오늘 리뷰할 두권의 책은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 이러한 괴담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말한대로 괴담이라는 것은 비합리적인 면때문에 오랫동안 학문적 영역으로 편입하지 못하였다. 괴담과 달리 똑같이 비합리적인 민담이라던가 전설은 학문적 영역에 진입한지 오래되어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대한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큰 것은 괴담이란 그 시대의 풍속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말이 안되는 소리만 써있기는 하잖아. 그리고 이 두권의 책은 이에 반발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시행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쓰여진 책인듯 하다.

이전까지의 괴담 모음집이 단순히 괴담을 채집하여 나열하는 방식에 그쳤다면, 일본의 도시 괴담과 한국의 학교 괴담은 괴담을 사례별로 분류하여 괴담의 원류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기인하였는지에 대해 민속학적 관점으로 분석을 시도한 책이다. 사실 일본의 도시 괴담을 번역한 역자가 제대로 필 받아서 나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한국의 학교 괴담을 쓴 것 같기는 하다만.

이 책들을 보고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괴담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과 한국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 어렸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하고 생각했던 괴담들의 상당수가 원본은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름대로 다른 발전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책의 두께를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얇은 책이고(책값은 꽤나 한다. 4800원이다.) 그에 따라서 읽는데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는다. '나는 괴담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나, '괴담이 무서워서 안되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하다.

참고로 일본의 도시 괴담이 좀더 책이 잘되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류의 한계일까? 다만 읽을 생각이 있으시다면 두권을 비교해가면서 읽는 편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