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D-war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평론가들의 대다수는 혹평을 하는데 정신이 없고, 이에 반발하는 네티즌들은 그들을 쓰레기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영구 아트의 심형래 감독을 옹호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심형래 감독은 속으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돈을 안들여도 언론사에서 열심히 홍보를 해주고 있으니까.

사실 평론가와 일반인이 영화를 보는 관점의 차이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평론가가 구리다고 욕하는 영화만 골라 본다고한다. 그게 재미있어서. 그런데 이것이 왜 요즘 들어와서 이슈화되었을까? 본인이 아직 D-war를 직접 보지 않았는지라 정확히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는 못하겠으나, 주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명작은 아니나, 그렇다고 지금처럼 혹평 받을 졸작도 아니라고는 한다. 적어도 '씨발 돈버렸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영화를 좋아하고 그 폭도 잉그마르 베르히만, 스탠리 큐브릭, 임권택의 영화에서부터 류승완, 조지 루카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까지 모두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 비해 결코 좁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으로써 생각해보면 최근 일련의 사태는 터질 때가 되어서 터졌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애국주의, 국수주의 풍조도 여기에 부채질을 했고.

우선 영화 평론가는 일반 대중의 시각과 왜 다를 수 밖에 없는지 살펴보자. 시중에 의사들은 의학드라마를 비웃으면서 보고, 변호사들은 법률 드라마를 비웃으면서 본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고증을 철저히 하고, 현실적으로 만든다고 해도 그 틈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일반인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같은 영화를 봐도 '씨발 돈 아깝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였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대다수의 영화에서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저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갖춘 인간이 겨우 저딴 년한테 목숨 거냐!-물론 여기서 배우의 외모적인 면은 무시한다면 말이다.-'라고 생각할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지 않고, 여자들이 '남자 새끼가 조낸 무식하고 과격한데 왜 여주인공이 저기에 넘어가냐!'라고 생각할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대다수의 일반 관객들은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돈을 낸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영화라면 혹평을 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의 정보를 대충은 알고 가며, 그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맞을 만한 영화를 골라서 보게 된다. 돈많은 바보 변태가 아닌 이상에야, 공포 영화 예고편도 못 보는 사람이 공포 영화를 고를 리가 없고, 배우들끼리 염장질 지르는 것이 맘에 안 드는 사람이 멜로 영화를 고를 리가 없지 않은가? 즉, 영화를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혹평을 할 여지를 우선 거르고 시작하는 것이 일반인이다. 왜냐면 돈과 시간이 아까우니까! 물론 시간 맞춰서 영화를 보는 경우는 제한다면 말이다.
또한 앞서 말한 대로 우선 영화를 고르고 나면 영화 제작자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대개는 영화 제작자가 의도한 영화의 표현방법이 일반인의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 대부분이 된다. 화려한 연출과 빵빵한 액션을 보러 멜로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이 없고, 애절한 가슴 시린 느낌을 갖고 싶어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어느 장르의 영화를 골랐다면 거기에 맞는 나름의 기준선을 정하게 되고 그 기준선을 만족시킬 정도만 된다면 실망하지 않는 것이 일반 관객이다. 물론 그 기준선조차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여지없이 혹평을 쏟아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영화 평론가들은 어떠한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볼까? 평론가들마다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한 평론가의 영화 평론들을 주욱 놓고 훑어보면 일종의 경향성이 보인다. 어떤 평론가들은 영화 전개에서의 탄탄함을 최고로 치는 반면, 어떤 평론가들은 영화의 영상미, 음향 등을 비롯한 미학적인 측면을 중점으로 두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잘 없기는 하지만 출연 배우의 용모를 중점으로 두는 사람도 있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은 일반인들보다는 전문적이고 까다롭지만 좁은 시선에서 영화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명작의 반열에 오른 Starwars Trilogy(Episode 4, 5,6)의 경우에도 처음 개봉했을 당시에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평론가들의 뭇매를 맞았으며, 일반인에게는 잠이 안 올 때 보기 좋은 프랑스 영화들도 평론가에게는 극찬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평론가의 경향성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그들이 평론하는 대다수의 영화에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의학도가 공포영화를 공포영화로 즐기지 못하고 쓸데없이 머리 속에서 굴려가면서 보듯이, 유체역학에 도가 튼 사람이 액션 영화를 보면서, 어 저렇게 미사일이 날아갈 수가 없는 데 라는 생각을 하듯이, 평론가들은 자신의 기준을 두고 영화를 보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반인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우선 그들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영화만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들은 평론이 주업이므로 개봉하는 영화를 일반 관객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이 보게 된다. 일반인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돈이 아까울 만한 영화를 보지 않은 반면, 평론가들은 그 영화를 비평하기 위해서 영화를 보아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보아야만 하는 영화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대부분 혹평을 금치 못하게 된다.
또한 그네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뭔가 있어 보이는 것에 약하듯이, 그네들도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러기에 일반 관객이 보기에는 어이없을 정도의 기준을 세우게 되고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은 대개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이전까지 선배가 쌓아왔던 업적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중심으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다가 그들은 전문가여서 남들이 보기에는 와 멋지다! 라고 할만한 장면도 철저하게 미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해내려 하니 폭은 좁되 그 깊이는 무한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깊은 전문가적 관점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일반 관객과 비평가의 영화 보는 관점에서의 차이는 필연적으로 일반 관객에 있어서 갈등을 낳을 수 밖에 없고, 대부분은 이를 무시하고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보던가, 아니면 억지로라도 비평가적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해가 안 가면 한번 상상해보라. 내가 봤을 때는 굉장히 좋아 보이는데 전문가라는 작자가 와서 그거 쓰레기야 다른게 훨씬 더 좋아! 라고 했을 때의 발생하는 기분 나쁘고 알 수 없지만 뭔가 꿀리는 느낌.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남자 주인공이 평소에는 맛있게 먹던 무를 여자 주인공이 맛없다라고 하는 한마디에 아 이거 이상하다면서 집어 던지던 장면을 상상해보라. 더 이상은 내 능력으론 설명 못해. 이와 같은 상황은 현재까지는 터지지 않고 잘 넘어왔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이것은 D-war에 의해서 폭발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에게 심형래는 단순히 영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미 고인이 된 고 이주일씨가 코메디언을 그만두고 정계로 진출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 새끼 또 코메디하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던 것처럼, 심형래가 영화를 만든다고 하였을 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도 저 새끼 또 코메디하네가 대다수였다. 영구아트의 초기 작품인 '땡칠이와 공룡 쮸쮸', '티라노의 발톱' 등이 만들어질 때부터, 약간은 가능성을 주목 받기 시작했던 '용가리'가 만들어 질 때까지 심형래는 여전히 영화감독 심형래보다는 코메디언 영구로써 더 주목 받던 사람이었다.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지식인에 선정되기 전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는 평론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가 만든 작품은 우선 한 단계 낮춰서 보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는 단순히 방송가에서 웃기던 코메디언이지 예술을 할만한 인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젊은 층의 대다수는 영구를 잘 모르는 이들이 차지하게 되었을 때, D-war가 개봉되었다.
사실 직접 D-war를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CG를 비롯한 SFX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의견보다는, 국산 영화에서 이 정도의 CG면 정말로 대단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일반 관객이야 이 정도면 적당히 볼만했고, 더군다나 국산 기술이라고 하니 만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도 있겠다. 그러나 평론가들이 보기에 영구아트의 'D-war'는 헐리웃의 최신 기술에 비하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고, 이야기 구성도 미흡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즉, 이전까지의 영화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일반 관객과 평론가들의 견해차이를 드러낸 것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큰 차이가 있다면, 어찌되었건 젊은 층에게 있어서는 영구 아트의 심형래 감독이 코메디언 영구보다는 친숙하다는 것이고, 국내 유일의 SFX 영화 전문 제작자겸 감독을 표방하고 있는 이가 심형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던 애국주의 물결에 휩쓸려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된다.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일반 관객들은 이전까지 평론가들에게 받아왔던 알 수 없던 미묘한 감정을 해소하기에 좋은 기회가 된 것이고, 평론가들은 이와 같은 이전에 없던 반발에 당황하여 네티즌들이 걸어온 싸움에 말려드는 형세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전까지 상투적으로 쓰여왔던 국산 CG 기술의 한계 어쩌구 저쩌구는 네티즌들에게는 물어뜯기 좋은 먹이감이 되었고.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국수주의, 애국애민주의가 투철한 한국에서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국산으로서는 대단한 퀄리티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상품에 대해서 혹평을 퍼붓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D-war를 혹평한 비평가들은 단순한 비평가가 아닌 국산품을 모독하는 매국노로써 대접받기에 충분한 씨앗을 제공한 것이다.
더군다나 감독으로 살아온 심형래의 삶은 인간극장에 출연해도 될 만큼의 드라마틱한 이상주의자의 삶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대부분의 평범한 일반인이게 있어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자신들이 현실 때문에 포기했던 꿈을 바보라고 알고 있던 사람이 우직하게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티즌들이 날뛰지 않을 것을 기대하지 않은 것은 바보가 아닐까?
분명 D-war 자체는 뛰어난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이미 비평가들의 꽉 막힌 권위 추구와 일반 관객의 애국주의적 광기가 빚어낸 촌극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은 각자가 즐기는 것인데 이러한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다. 비평가건 일반 관객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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