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예수가 말하기를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뭐 그들의 순수함과 순수한 믿음이 마음에 들어서 그리하였으며, 아이와 같은 존재가 되라고 신도들에게 설교했다는데, 나같이 유황냄새 나는 소리를 태연히 풀풀 지껄이는 삐딱한 놈이 보기에는 '이 쉑히 역시 거물의 싹을 갖고 있었구나!'라고 느끼게 한다. 현재처럼 심리학이 제대로 발달하지도 않은 고대 중동에서 가치관이 덜 여물은 애들을 꼬시면 나이 먹어서도 정신 못 차리고 복종한다는 것을 깨닫다니 역시 머리 하나는 타고난 녀석이다. 하긴 그러니 미혼모의 사생아이면서도 종교 집단을 이끌었지.

개인적으로 종교의 순기능은 인정하는 편이다. 분명히 인류 사회가 이 정도로 발전된 것은 집단의 유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종교는 그 도덕률로 작용하여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도구와 불의 이용만큼이나 명백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에게 있어서 종교가 삶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올바른 가치관의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래도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여물지도 않은 애새끼들에게 이런 것을 강요한다는 것은 범죄지.

미성년자는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시기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람은 자신이 관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끊임없이 가치관에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시기이지만, 가치관의 큰 틀을 마련하는 것은 미성년자 기간에 보고 접한 것과 경험이 기반을 이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개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미 굳건한 체제를 갖춘 한가지 사상이 비판 능력이 미처 형성되지 못한 미성년자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옳은 일일까?

본인의 어렴풋한 기억에 근거해서나, 친척 애새끼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주변 어른들을 모방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종교단체에 나가서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어차피 이런 아이들이야 모태신앙이니 영아 세례니 하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되어, 그 영적, 정신적 세계를 종교 단체에 약탈당하겠지만 굳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미 편향된 가치관에 접하게 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갓 태어난 오리 새끼가 처음 본 동물이 개라면, 그 개를 어미로 여기고 따르는 것처럼 말이다.

뭐 앞서 말한 종교의 순기능만 생각해본다면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 종교가 순기능만 있던가. 우선 종교는 이성적 비판능력을 저하시킨다. 이성적으로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나, 어릴 적 어머니의 무릎 곁에서 들었던 신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를 믿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릴 적에 신앙을 가진 이들은 이미 그 신앙이 깊이 각인되어 종교에 대한 이성적인 비판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나마 이것이 개인의 영역으로 한정된다면 다행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만행을 보라. 명동 한복판에 서서 확성기로 소리 지르기는 예사고, 아프가니스탄에 피랍되었다가 풀려난 주제에 이젠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기들끼리 해결 할테니 계속하여 선교를 하겠다고 날뛴다. 더군다나 무종교인 내지는 타종교인에 대해서 사탄의 자식이라니, 길 잃은 어린 양이라니 까대면서 말이다. 중세 유럽에서의 마녀사냥과도 같은 집단적 광기와 차이가 무엇인가? 그때처럼 사람을 마음껏 살육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정도?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이하 영등위)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접할 경우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작품에 대해서 19세 미만 관람 금지(이하 19금)라는 딱지를 뗀다. 이게 포르노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살육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이러한 영등위의 기준이 참이라고 가정한다면, 종교에 대해서는 영등위가 과연 어떠한 판정을 내리게 될까? 모르긴 모르되 구약의 일부분을 이름을 모조리 바꾸고 배경을 고대 중동이 아닌 현대 사회로 고친 후에 영상물을 제작한다면 최소한 19금 내지는 등급심의 보류 판정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남색꾼 이야기에 겁탈 방지를 위해서 아내를 누이 동생으로 속인 이야기, 적을 잔인하게 살육하고 약탈한 이야기가 절대로 청소년 권장 영상물로 뽑히지는 않을 것 아닌가?

더군다나 종교는 이러한 것들보다 더욱더 뿌리깊게 영향을 미치는 매체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 어린 아이에게 종교를 믿으라면 그는 아무런 생각 없이 이를 믿게 되고, 이미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더 이상 이에 대한 비판적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 포르노나 잔혹물은 부모가 보지 못하도록 막아주기라도 하지, 이것은 부모가 솔선해서 애들을 권하게 되니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성인이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어떠한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는 형성된 가치관에 기반하여 자신의 의지로 그 믿음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그들의 가치관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며, 이는 내 가치관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주변의 영향에 의해서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살인죄에 버금가는 범죄라고 생각한다. 아니 한 개인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한 범죄이자 영적 포르노이고 정신적 19금이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평생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가치관을 가치관이 채 형성되지도 않은 시기에 강요한다는 것은, 사상범으로 규정짓고 60년, 70년동안 가둬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에 포르노가 해롭다고 느낀다면 미성년자에게 행하는 포교도 같이 금하라.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포르노를 허하던가. 그나마 그건 부모가 막아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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