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오랜 역사가 증명해주듯이, 이민족과 이민족간의 만남에서 평화가 처음부터 싹튼 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대에 들어서 점차 그 방식이 세련되어져서 이전과 같은 민족 분쟁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현재도 이로 인해 분쟁중인 나라들을 살펴본다면, 그 경향성은 여전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단일 민족 사회를 이루어오고 있던 한국 사회에도 점차 다른 민족이 침투하기 시작하고 있다. 단일 민족이 곧 단일 혈통을 이룩하지는 않으나, 한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 한국인에게 있어서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게 되는 혈통으로서의 민족 관념은 신라 한반도 점령 시대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한반도 점령 이후 신라 계와 고구려-백제 계간 대규모 혈통 교배 사례 이후로는,[각주:1] 고려 시대 몽골의 침략과 조선 시대 왜란과 호란과 같이 이민족과의 혈통 교배가 소규모, 삽화적으로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인지 한국인,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의 민족 개념은 혈통적 동질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 굉장히 강하고, 이에 따라서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 지지 않을 이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은 사회의 경제 발달에 힘입어서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게 된다.

 

앞서 말한바 있듯이, 이민족과의 만남에서 오해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이에 따른 분쟁은 필연적인 부산물이다. 더군다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사농공상에 기초를 둔 계급적인 관념이 남아있는 사회이고, 그에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를 하찮게 보면 노비, 잘해야 기능공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부리는 고용주에게도 남아 있어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굉장히 많이 오랫동안 지적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각주:2] 이에 따른 반작용 때문인지 수많은 시민 단체, 종교 단체들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는 외국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라고 생각될 정도의 수준까지 유도되었다고 느끼게 한다. 심지어는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도 보호를 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 반작용이 너무 심해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러한 반작용은 한국 사회를 이루는 평범한 국민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독일도 터키인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독일 통일 이후 경제 침체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한국도 국제화의 조류에 따라서 수치상의 경제는 성장하지만 양극화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하니 이와 같은 악감정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그들이 하라는 일을 하려고는 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외국인이 불법체류 정도의 범죄만 저지르고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모를까, 사람인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 수 있는 민족은 없는 법이고, 아시아계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경우 백인 계 영어 강사처럼 한국 사회에서 나름대로 우아하다고 여겨지는 직업을 가지기 쉽지 않은 탓으로 블루 칼라 범죄에 그 유형이 집중된다. 범죄자를 범죄자 개인으로 생각하고 처벌한다면 다행이지만, 아쉽게도 한국인은 특정한 개인이 그 나라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박찬호, 박세리에 열광했던 시기를 생각해보라. 지금도 이승엽은 단순히 야구선수 개인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기상을 일본에 떨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한국에 존재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조선족 노동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조선족 전체를 매도하고, 서남아 계 노동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서남아 계는 쓸어버려야 할 인종이다. 어쩌다 태어난 곳이 파키스탄이고 어쩌다 보니 파키스탄인중 한 명이 물건을 훔쳤는데, 그 사람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합법 체류 파키스탄인이 몰매를 맞는다? 뭔가 불합리하지 않은가? 학창 시절에 내가 하지도 않은 잘못으로 단체 기합이라는 야만적이고 전근대적인 연좌제적 형벌을 받아봤던 사람이라면 쉽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렇지 아니한가?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처벌을 가하는 것은 사법부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동일한 생득적 집단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에게까지 처벌을 가하려는 것은 인종 차별적인 범죄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아쉽지만 무허가 백인 영어 강사들이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녀도 백인 새끼들을 쳐죽이자는 소리가 서남아 계 노동자를 쳐죽이자는 소리보다 적은 것을 보면, 분명히 우리 사회의 백인 우호적인 인종 차별적 경향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1. 신라 계와 고구려-백제 계가 그 이전 단계에서 단일 민족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실제 민족 의식이 싹트게 된 것은 신라의 한반도 점령 이후 당과의 투쟁에서 생겼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그러나 이것이 과연 외국인이기 때문에만 발생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실제로 전태일 시대 때나 지금이나 사업주는 동일인이 많지 않은가? 그 사람들이 과연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하는 것일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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