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에 들었던 괴담일 것이다(본인은 초등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어떤 아이가 집에가다가 허름한 문방구에 들러서 연습장을 하나 사려고 했다. 그 주인 아저씨는 생긴 것부터가 무시무시해서 평소에는 거의 방문하지 않았으나, 주변에 문을 연 문방구가 하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는 그 가게로 들어섰다. 어두침침한 실내에 먼지만이 뽀얗게 쌓여있어 아이는 무서워져서 몸을 돌려나가려고 했으나 주인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뭐 사러 왔니?"
이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였다.
"연습장이요."
그러자 아저씨는 붉은 표지를 지닌 연습장을 하나 꺼내주면서 이야기했다.
"이걸 살 생각 없니?"
연습장은 너무나도 붉은 색이었다. 어두침침한 가게에서 그것만이 홀로 빛은 내는 양 눈이 시릴 정도로 붉은 표지는 아이의 맘을 뒤흔들어 놓았다. 마치 피가 떨어지는 듯 붉은 연습장을 받아든 아이는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거 살게요. 얼마에요?"
"1,000 원이다. 정말로 살거냐?"
"네. 이거 살게요."
"그래. 하지만 나랑 약속을 하나 해줘야 그걸 너에게 팔 수 있단다."
"뭔데요?"
"연습장을 다 쓸 때까지 절대로 뒷 표지를 봐서는 안된다. 약속해 줄 수 있겠니?"
"네. 약속드려요."
1,000원이라는 조금 비싼 가격의 연습장이었지만 소년은 뭔가에 홀린 듯이 연습장의 대금을 치루고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한참을 뛰다가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소년은 주인 아저씨가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집까지 쉼없이 뛰어갔다.
소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연습장을 책상 위에 던져두고는 숨을 몰아 쉬었다. 어린 소년이 뛰기에는 너무나도 먼 거리를 달려왔기 때문이리라. 그리고는 방문을 잠그고 책상 앞에 걸어가서 앉았다. 원래는 연습장으로 산 것이었지만 단순히 연습장으로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소년은 그 것을 연습장이 아닌 일기장으로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자마자 소년은 마음속에서 뭔가가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바로 소년을 괴롭히던 나쁜 놈들이 그것이다. 소년은 펜을 꺼내들고 미친듯이 적어나갔다.
'그 나쁜 새끼가 콱 차에 치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새끼 옆에서 미친듯이 웃고있던 새끼들도 전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실제로 이 정도로 멈췄으면 좋으련만 소년은 그가 싫어하던 모든 사람에 대한 저주의 말을 공책에 미친듯이 쏟아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소년은 충격과 환희와 공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바로 담임 선생의 한 마디로.
"어제 영철이가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다가 지나오던 차에 치여 죽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쫓아오던 친구들도 모두 차에 치여서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모두 살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모두 차 조심하고 길을 건너기 전에는 반드시 좌우를 살피고 걷도록 하거라."
그가 적은 내용과 겹치는데서 오는 충격과, 그를 괴롭히는 자들이 죽었기에 느꼈던 환희, 그리고 그 자신이 죽인 것과 같은 공포. 이 세가지 감정은 미묘하게 소년의 마음을 마구 뒤흔들어 놓았다. 그래서일까? 소년은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었다. 선생이 부르는 것도 들리지 않았고 몇번이나 무시해버렸던 그는 마침내 화가난 선생에 의해 끌려가서 죽도록 맞았다. 그리고 이 때 소년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감정이 끼여들어 그의 마음을 자극했다. 고통과 그에 의한 분노에 의해서.
소년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미친듯이 연습장을 찾았고 그를 마구 때린 선생에 대한 저주를 쏟아내었다.
'그 미친 새끼가 집에가다가 강도들한테 맞아 죽었으면 좋겠다. 나를 때린 것보다 10배는 더 맞아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날 소년은 그의 저주가 실현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그의 마음속에서는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 거슬리는 녀석은 모두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소년의 행동은 점차 거침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불량 집단에게 매일 맞고 다니던 소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그를 슬슬 피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그의 부모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듣기좋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미 소년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이 강하게 틀어박혀 있었기에, 타이르던 말은 꾸중으로 그리고 잔소리로 발전해나갔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마침내 참다못한 그의 부모는 그를 방에 가둬두고 마구 두들겨팼다. 그리고 그것은 소년의 마음 속에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도록 하였다. 소년은 아픈 몸을 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그 붉은 연습장을 꺼내어 이렇게 적었다.
'아빠도 엄마도 필요없다.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일시적인 충동에 의해서 적은 글이었지만 소년은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상태 그대로 책상위에 내팽개쳐두고 소년은 잠에 들었다.
한참 자다가 소년은 뭔가 뜨겁다는 느낌을 받고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깬 소년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붉은 불길. 붉은 불길은 소년을 위협하듯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소년은 깜짝 놀라 연습장도 두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잠시후 소방차가 와서 화마의 불길은 잡아내었으나, 소년이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양친의 뼛조각 몇개와 붉은 연습장 뿐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붉은 연습장은 불에 전혀 타지 않은채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되찾게 되었다. 소년은 양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그가 적었던 모든 문장들이 그의 뇌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를 괴롭히던 나쁜 새끼들과 선생, 그리고 그의 양친까지.
소년은 일어나서 미친듯이 달려나갔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가서 예전 문방구가 있던 자리로 달려갔다. 이미 밤 늦은 시간이었기에 문방구의 문은 닫혀있었고 불도 꺼져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미친듯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잘못했어요. 우리 아빠, 엄마 살려주세요. 제발요 살려주세요."
한참을 두들겼으나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울면서 울부짖었기에 소년의 목소리는 점차 갈라지고 문을 두들기던 손에서도 점차 힘이 빠져나갔다. 그에 따라서 소년은 들고 있던 연습장을 놓쳤다. 때마침 분 바람 때문일까? 땅에 떨어진 연습장은 파라락 소리를 내면서 장수가 넘어갔고 마침내 소년은 한번도 보지못했던 뒷 표지를 드러내었다. 소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운 마음을 가득 품고 서서히 뒷 표지로 다가갔다. 그리고 소년은 깜짝 놀라게 되었다.
어이 거기 돌 들고 계신 분은 내려놓으시죠. 마지막 결말까지 지어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구체적인 문장이야 재구성을 했지만.). 본인이 학교 다닐 때, 한창 공포 괴담류의 책이 유행했던 시기라서 그런지, 저런 류의 위트있는 결말이 넘치는 괴담도 존재했던 것 같다. 요즘도 '공포 특급'이나 '쉿'이니 하는 책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국민학교때야 굉장히 유행했었고, 본인도 이런 류의 괴담을 즐기는 편이라 아무런 거부감 없이 즐겨 보았었다. 뭐 당시에 언론에서는 불량 서적이 판친다느니 아이들의 정서에 해롭다느니하는 설레발을 떨었지만 뭐 아직까지 이 사회가 잘돌아가는 것을 보면 역시 호들갑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아이가 집에가다가 허름한 문방구에 들러서 연습장을 하나 사려고 했다. 그 주인 아저씨는 생긴 것부터가 무시무시해서 평소에는 거의 방문하지 않았으나, 주변에 문을 연 문방구가 하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는 그 가게로 들어섰다. 어두침침한 실내에 먼지만이 뽀얗게 쌓여있어 아이는 무서워져서 몸을 돌려나가려고 했으나 주인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뭐 사러 왔니?"
이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였다.
"연습장이요."
그러자 아저씨는 붉은 표지를 지닌 연습장을 하나 꺼내주면서 이야기했다.
"이걸 살 생각 없니?"
연습장은 너무나도 붉은 색이었다. 어두침침한 가게에서 그것만이 홀로 빛은 내는 양 눈이 시릴 정도로 붉은 표지는 아이의 맘을 뒤흔들어 놓았다. 마치 피가 떨어지는 듯 붉은 연습장을 받아든 아이는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거 살게요. 얼마에요?"
"1,000 원이다. 정말로 살거냐?"
"네. 이거 살게요."
"그래. 하지만 나랑 약속을 하나 해줘야 그걸 너에게 팔 수 있단다."
"뭔데요?"
"연습장을 다 쓸 때까지 절대로 뒷 표지를 봐서는 안된다. 약속해 줄 수 있겠니?"
"네. 약속드려요."
1,000원이라는 조금 비싼 가격의 연습장이었지만 소년은 뭔가에 홀린 듯이 연습장의 대금을 치루고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한참을 뛰다가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소년은 주인 아저씨가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집까지 쉼없이 뛰어갔다.
소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연습장을 책상 위에 던져두고는 숨을 몰아 쉬었다. 어린 소년이 뛰기에는 너무나도 먼 거리를 달려왔기 때문이리라. 그리고는 방문을 잠그고 책상 앞에 걸어가서 앉았다. 원래는 연습장으로 산 것이었지만 단순히 연습장으로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소년은 그 것을 연습장이 아닌 일기장으로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자마자 소년은 마음속에서 뭔가가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바로 소년을 괴롭히던 나쁜 놈들이 그것이다. 소년은 펜을 꺼내들고 미친듯이 적어나갔다.
'그 나쁜 새끼가 콱 차에 치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새끼 옆에서 미친듯이 웃고있던 새끼들도 전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실제로 이 정도로 멈췄으면 좋으련만 소년은 그가 싫어하던 모든 사람에 대한 저주의 말을 공책에 미친듯이 쏟아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소년은 충격과 환희와 공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바로 담임 선생의 한 마디로.
"어제 영철이가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다가 지나오던 차에 치여 죽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쫓아오던 친구들도 모두 차에 치여서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모두 살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모두 차 조심하고 길을 건너기 전에는 반드시 좌우를 살피고 걷도록 하거라."
그가 적은 내용과 겹치는데서 오는 충격과, 그를 괴롭히는 자들이 죽었기에 느꼈던 환희, 그리고 그 자신이 죽인 것과 같은 공포. 이 세가지 감정은 미묘하게 소년의 마음을 마구 뒤흔들어 놓았다. 그래서일까? 소년은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었다. 선생이 부르는 것도 들리지 않았고 몇번이나 무시해버렸던 그는 마침내 화가난 선생에 의해 끌려가서 죽도록 맞았다. 그리고 이 때 소년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감정이 끼여들어 그의 마음을 자극했다. 고통과 그에 의한 분노에 의해서.
소년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미친듯이 연습장을 찾았고 그를 마구 때린 선생에 대한 저주를 쏟아내었다.
'그 미친 새끼가 집에가다가 강도들한테 맞아 죽었으면 좋겠다. 나를 때린 것보다 10배는 더 맞아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날 소년은 그의 저주가 실현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그의 마음속에서는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 거슬리는 녀석은 모두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소년의 행동은 점차 거침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불량 집단에게 매일 맞고 다니던 소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그를 슬슬 피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그의 부모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듣기좋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미 소년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이 강하게 틀어박혀 있었기에, 타이르던 말은 꾸중으로 그리고 잔소리로 발전해나갔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마침내 참다못한 그의 부모는 그를 방에 가둬두고 마구 두들겨팼다. 그리고 그것은 소년의 마음 속에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도록 하였다. 소년은 아픈 몸을 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그 붉은 연습장을 꺼내어 이렇게 적었다.
'아빠도 엄마도 필요없다.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일시적인 충동에 의해서 적은 글이었지만 소년은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상태 그대로 책상위에 내팽개쳐두고 소년은 잠에 들었다.
한참 자다가 소년은 뭔가 뜨겁다는 느낌을 받고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깬 소년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붉은 불길. 붉은 불길은 소년을 위협하듯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소년은 깜짝 놀라 연습장도 두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잠시후 소방차가 와서 화마의 불길은 잡아내었으나, 소년이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양친의 뼛조각 몇개와 붉은 연습장 뿐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붉은 연습장은 불에 전혀 타지 않은채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되찾게 되었다. 소년은 양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그가 적었던 모든 문장들이 그의 뇌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를 괴롭히던 나쁜 새끼들과 선생, 그리고 그의 양친까지.
소년은 일어나서 미친듯이 달려나갔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가서 예전 문방구가 있던 자리로 달려갔다. 이미 밤 늦은 시간이었기에 문방구의 문은 닫혀있었고 불도 꺼져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미친듯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잘못했어요. 우리 아빠, 엄마 살려주세요. 제발요 살려주세요."
한참을 두들겼으나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울면서 울부짖었기에 소년의 목소리는 점차 갈라지고 문을 두들기던 손에서도 점차 힘이 빠져나갔다. 그에 따라서 소년은 들고 있던 연습장을 놓쳤다. 때마침 분 바람 때문일까? 땅에 떨어진 연습장은 파라락 소리를 내면서 장수가 넘어갔고 마침내 소년은 한번도 보지못했던 뒷 표지를 드러내었다. 소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운 마음을 가득 품고 서서히 뒷 표지로 다가갔다. 그리고 소년은 깜짝 놀라게 되었다.
소비자 권장가: 500원
어이 거기 돌 들고 계신 분은 내려놓으시죠. 마지막 결말까지 지어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구체적인 문장이야 재구성을 했지만.). 본인이 학교 다닐 때, 한창 공포 괴담류의 책이 유행했던 시기라서 그런지, 저런 류의 위트있는 결말이 넘치는 괴담도 존재했던 것 같다. 요즘도 '공포 특급'이나 '쉿'이니 하는 책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국민학교때야 굉장히 유행했었고, 본인도 이런 류의 괴담을 즐기는 편이라 아무런 거부감 없이 즐겨 보았었다. 뭐 당시에 언론에서는 불량 서적이 판친다느니 아이들의 정서에 해롭다느니하는 설레발을 떨었지만 뭐 아직까지 이 사회가 잘돌아가는 것을 보면 역시 호들갑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