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d & Reconstructed by Carcinogen

GX-10+35/2.0, meaningless

지금 한 사건이 점차 그 흔적을 잃어가고 있다. 보도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언론의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이가, 직접 삼성때문에 엿먹고 만들어진 시사in’에 접촉하여 그 내막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언론을 제하고는 들리지 않는 척 귀를 막고 보이지 않는 척 눈을 막고 있다.

이전 한화의 김승연 회장이 지 아들내미를 두들겨 팬 양아치들을 조폭의 방식으로 계도한 후에 수많은 언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각주:1] 그리고 포탈 사이트의 뉴스 댓글에 비꼬는 듯한 어조로 양아치들이 삼성의 아들내미를 건들지 않았으니 아직 저 놈들이 살아있다고 한 것을 보았다.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현대 정몽구 회장이 곤욕을 치르고 법정을 벗어나며 환하게 웃는 사진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만약 이건희가 그랬다면 언론에 보이지도 않고 법정에 소환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사건이 터졌다.
삼성이 아니라 다른 정치인[각주:2]이었다면, 혹은 다른 재벌 그룹의 계열사였다면 특종감이라며 달려들어 사실/유언비어, 진실/허구를 가리지 않고 미친 놈 옷자락 풀어헤치듯이 물어뜯었을 기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심지어 흔하게 내는 '개소리'조차 내지 않고 닥치고 있다. 아니 심지어는 어떤 신문사의 사회부 부장은 이러한 <불량한 폭로>를 그만두라고 훈계까지 하고 있다. 기자실 폐쇄했을 때는 쌩 지랄 발광을 털더니, 이제 폭로를 그만두라고 외치는 기자라. 순간 나는 내가 난독증에 걸린 것으로만 알았다.
지금 삼성이 정말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아니면 삼성의 주장대로 어떤 정신병자 공갈범의 헛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점이 있다면 그 의문점을 파헤치는 것이 언론과 사법부, 행정부의 역할이 아니던가? 민주주의 3권분립, 그리고 그 잘난 언론사들의 주장과 같이 민주주의의 4권분립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몰라도 지금 그들의 작태는 삼성 제국의 말단 행정관으로라도 들어가기 위해 문전 성시를 이루는 유랑의 무리를 떠오르게 한다.

정몽구, 김승연때도 그랬지만, 재벌 총수가 흔들리면 기업에 타격이 크고, 기업에 타격이 크면 국가 경제에 무리가 오니까 건들지 말라고? 개소리 닥쳐라. 동네 구멍가게도 주인이 아프면 그 아들내미던 마누라던 알아서 잘만 꾸려나간다. 정몽구, 김승연, 이건희 밑에서 월급 받아먹는 것들은 죄다 병신들만 모아놓았나? 혹시라도 이건희 회장님께서 주무시다가 심부정맥혈전증으로 별세하시면 삼성은 그 날로 해체되겠다 응?
백보 양보해서 재벌 총수가 뒈지던지 깜방가서 흔들리면 기업이 망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한 장사꾼의 재정 상태에 국가 상태가 흔들릴 정도의 안정성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금권정치를 표방하던 솔론 시대의 아테네만도 못한 나라다. 그게 나라냐? 아니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정한 자유 경쟁이 보장되는 자본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법치국가라면, 자기네 들이 한 불법행위로 회사가 흔들리던지 말던지 사법부에서 철저하게 파헤쳐야하는 것이 아닌가?
뜻은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타격이 크니까 그만두자고? IMF를 벌써 잊었나? 분명히 그거 터지고나서 IMF의 근본원인은 '정경유착''관치금융'이라고 언론들이 쳐지껄였던 것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지금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폭탄 돌리기 게임이라도 나랑 하자는건가? 관둘란다. 더 내고 덜 받을 국민연금만으로도 충분하다.

마르고 닳도록 써도 항상 29만원을 손에 쥐고 계신 어떤 재테크의 귀재분이 하셨던 것 처럼 정치논리로 재벌을 때려잡자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기초를 둔 법에 따라서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주자는 것이다. 나는 삼성비자금을 만들었는지 아니면 삼성에서 짤린 또라이 하나가 개진상을 치는지 모른다. 삼성이 비자금을 만들었다면 관련된 삼성 임직원들을 감방에 쳐넣으면 되는 것이고, 어떤 또라이 하나가 개진상을 치는 것이라면 그 또라이를 무고죄로 감방에 쳐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발 좀 밝혀다오.

나는 알고 싶다.

  1. 한화 회장의 한마디였다면 경찰들이 알아서 죠져놨을 것인데 참 세련되지 못한 방식이었다. [본문으로]
  2. esp. 노무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