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보의 주문 완료 화면. 개인 정보가 들어있는 부분은 삭제하였다.
예전 같았으면 인디 가수들이 공연장에 자기가 직접 구운 CD를 들고 와서 파는 형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을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시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자신들의 신보를 mp3형태로 공개하면서 가격은 알아서 지불한 후에 다운을 받으라고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얼마나 돈을 벌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레이블과 음반사에서 중간에 떼어먹는 것 없이 카드 수수료 정도만 지불하면 100% 자기 수익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꽤나 괜찮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생각된다.
수십년전 비닐 레코드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로 가수들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호화로운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비닐 레코드 이전 기존 음악계의 가장 큰 산업이었던 악보 산업은 이미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위한 보조적 산업으로 격하되었고, 그렇기에 음악계는 더 이상 작곡가 중심의 음악이 아닌 연주자 중심의 음악으로 흘러가게 된다. 기존까지의 연주자들은 자신들의 공연 티켓에 수익을 100% 의존하였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하였던가? 20세기 말부터 서서히 보이던 음반업계의 붕괴 조짐은 21세기에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Radiohead는 새로운 실험을 도입한 것이다.
사실 이번 그들의 실험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실패했으면 하는 마음이 착잡하게 겹친다.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개인으로서 그들이 망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CD를 처음 손에 쥐고 비닐을 뜯은 후에 앨범 속지를 펼쳐보는 기쁨을 잃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은 날 때부터 디지털을 접하지 않았던 세대의 마지막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P.S. Radiohead는 이번 신보의 disc box 발송이 끝나면 기존의 음반사 중 하나와 계약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단다. 물론 루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