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다.
평소와 같이 안부와 이런 저런 잡담을 하던 도중에 결혼 사진을 찾으려고 뒤지시다가 나와 동생의 일기를 찾아서 2시까지 보면서 웃으셨단다.
1. 동생 일기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은데 너는 독서 감상문이 80%를 넘는다.
당연하다. 인격적으로 전혀 믿음이 안가는 선생 따위에게 나의 일상을 털어 놓을 수는 없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일기 검사 따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선생들끼리 간접적으로 가정 환경 조사해서 뒤땅 깔 목적으로?
2. 흥부전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쓴 것이 있다고 하였다. 그곳에 이러한 구절이 있었다고 한다. ‘남들과는 달라서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흥부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흥부는 일도 안하고 무능력한 주제에 형인 놀부에게 구걸하러 갔다. 가장의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
흥부전이었으니까 아무리 높게 잡아도 국민학교 3학년 전일텐데, 역시 나는 어렸을 적부터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남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는 당당한 의견 표현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선생은 아마 ‘뭐 이딴 새끼가 다있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볼 때, 내 혈관엔 자본주의의 피가 흐르고 있음이 틀림없다.
3. 나중에 내 자식이 생기면 반드시 보여줄 거라고 하신다.
내가 뭔가 삐딱한 견해를 보일 때 마다 어머니께서 입버릇처럼 ‘나중에 꼭 니 같은 새끼 나아봐야 정신 차린다.’라고 하셨는데, 꼭 손주를 나 같은 새끼로 키우고 싶으신가 보다.
자녀 양육은 쉽지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