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따금 진화론에 대한 오해가 만연한 것을 보면 아쉽기 그지없다. 굳이 창조론자가 아니고 진화론을 믿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이런 오해와 무지가 횡행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진화(進化)라는 단어의 뜻 때문인지, 진화라고 하는 것은 뭔가 더 대단한 것이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더군다나 이러한 진화론을 잘못 이해한 몇몇 무식한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이 사실이라면 왜 지금은 원숭이가 인간이 되지 않느냐?’며 자신의 무식을 널리 떨치는 일까지 하고 있으니 한숨부터 나온다.

 

우선 진화라는 것은 지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짚고 시작하려 한다. 의사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익히 알고 있을 항생제 내성이라는 것이 진화의 산물임을 알고 있는가? 본인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가장 친숙한 개념이 이것뿐이라서 미안하지만, 이 항생제 내성이라는 것은 진화의 구조를 이해하기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좋은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예를 들겠다.

인체의 감염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세균을 예로 들어보자. 세균성 질환의 경우 현대 의학에서는 크게 2가지 방법을 치료법으로 사용한다. 인체의 면역기능을 믿고 이를 지지해주는 방안과 항생제를 사용해서 대신 제거해주는 방안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후자의 것만 살펴보기로 한다. 항생제라는 것은 체내에 들어온 세균을 직접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약품이다. 이러한 항생제가 투여될 경우 세균은 상당수가 제거되며, 미쳐 제거되지 못한 소수의 세균은 인체의 면역기능이 마무리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는 항생제를 쓰고 나면 살아남는 세균은 없어야 한다. 진화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인간들 중에서 특이한 개체를 보고 돌연변이라 칭하는 것처럼, 세균 중에서도 별종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이한 개체들은 대개 항생제 사용 이전에는 전체 세균 중에서도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 사회에서도 사회적으로 특이한 개체들은 극히 드물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항생제를 주면 먹지 않고 뱉어내는 세균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항생제 사용 이전에는 이러한 세균들은 대개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다. 왜 그런지 이유를 따져보자면 유전자와 분자 수준의 이야기까지 진행되니 덮어두고 간단히 편식을 하기 때문에 자라지 못한 것이라고 간주하자. 어찌되었건 다른 정상적인 세균들이 마구마구 번식하면서 그 위용을 자랑함에 비해서 이 비리비리한 편식 세균은 구석에 찌그러져 있다. 그러나 모든 개는 자기 날을 가지고 있고, 쥐구멍에도 해 뜰 날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항생제의 습격이 시작된다.

평상시에도 아무거나 넙죽넙죽 잘 받아먹던 세균들은 항생제가 지 먹이인줄 알고 좋아하다가 골로 가게 되고, 편식 세균들은 이 항생제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이 편식 세균 앞에 펼쳐진 것은 피와 당이 흐르는 넓은 육체이다. 경쟁자들은 다 사라지고 자신들만 남은 상황에서 이 편식 세균들은 미친 듯이 번식을 시작한다. 왜 가끔씩 학창 시절에 이런 아해들 있지 않았는가? 내 앞 등수가 다 죽어버리면 내가 전교 1등이다라고 하는 아해들. 외부의 도움으로 전교 1등이 되어버린 이 편식 세균은 원래부터 가리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다음 번에 항생제를 준다고 해도 먹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인간인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어휘로 표현한다.
항생제 내성

 

이 상황을 다시 풀이해보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진화라는 것은 Microsoft Windows version up처럼 어느 날 갑자기 뭔가 멋지고 좋은 능력[각주:1]터억하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상황에 의해서 그러한 능력[각주:2]을 갖추지 못한 정상 개체들이 모두 제거됨에 의해서 생기는 냉혹한 선택이다. 이제 진화론이 무엇인지 대략 이해가 되셨는가? 그렇다면 왜 현재는 원숭이는 인간이 되지 못하고, 인간은 더 이상 겉으로 보기에 진화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도 인간이 전혀 진화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이 진화란 갑자기 무엇인가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무슨 소리냐고? 현대 의학의 발달은 이 진화의 가능성을 무한히 높여줌과 동시에 무한히 좁히는 2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간단히 영아 사망률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현재 1940~1950년대 출생만 하더라도 상당히 영아 사망률이 높았다. 본인이 듣기로도 아버지의 형제자매들 중 몇몇은 어렸을 때 병으로 이 세상을 뜨셨다고 하는 것을 봐서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인지 생물학적으로 조금 험하게 자라신 분들 중에서는 잔병 치레를 거의 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다.[각주:3] 이러한 것을 앞서 세균의 예와 비교해보면 일종의 진화가 일어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보다 면역기능이 강한 유전자를 타고난 개체만이 살아남아 번식에 성공한 것이다. 아 그렇다면 현대의 의학 기술은 진화의 적이란 말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전자 수준에서 보면 어떨까?

흔히 말하는 성형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자연에 근거한 생물학적 논리에 따르면 미적으로 조금 떨어지는 개체는 번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것은 비단 인간만의 세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로 공작의 수컷이 화려한 깃털을 가지게 된 것도, 그 실용성보다는 미적인 아름다움으로 암컷에게 마수[각주:4]를 뻗치기 위하여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찌되었건 성형 수술이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서 미적으로 조금 떨어지는 개체도 자손 번식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조금이나마 더 열리게 되었다. 자 그렇다면 2세로 넘어가보자. 성형 수술로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세운다고 해서 유전자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래의 외꺼풀과 낮은 코의 유전자는 후손에게 전해지게 된다. , 자연적인 과정에서라면 도태되었어야 할 유전자가 후세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정리해보자면 개체 수준에서는 쌍꺼풀로의 획일화로 인해서 진화의 가능성을 낮춘 것이 되지만, 유전자는 남아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는 도태될 분량만큼의 진화 가능성을 늘린 것이 된다. 만약에 어떤 미친 천재 과학자가 이 세상에 잘생기고 예쁜 놈 년들은 다 죽어야 되!’라고 생각해서 쌍꺼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모두 죽여버리는 미지의 세균을 작성해서 뿌린다고 하더라도 후천적 쌍꺼풀 획득 인간을 비롯하여 인류는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이 경우 인류는 다음 세대에는 외꺼풀로 진화할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어찌 보면 현대의 민주주의도 이러한 진화의 법칙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과 유사할 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승리의 허총재님의 의견과 창조신 빵상 아주머니의 행동이 미친 쌩또라이의 발악처럼 보이고, 천하삼분지계를 주장하는 제갈 명박님의 의견과 베들레헴 출신 과대망상주의자의 사상이 혼돈스러운 세상의 구세주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라도 한 100년쯤 지난 후에는 승리의 허총재님의 탁견이 재조명 받아서 세계 인류 사상의 주요한 흐름을 휘어잡고, 세계인의 첫 인사말이 빵상이 될지도 모른다.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200년 전만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조선 시대에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개신교도는 반역죄로 삼족이 멸족 당했을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사회의 필요에 따라서 이러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민주주의와 개체간 다양성으로 인해서 환경의 격변에도 그 종을 유지해 나아갈 수 있는 진화의 법칙. 참으로 아름답고도 야만적인 정교한 체계가 아닌가? 그리고 이것이 바로 본인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 보안법종교의 자유를 인정치 않는 일신교를 싫어하는 이유이다.

빵상 아줌마란?

 

  1. 물론 여기서 MS windows version up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믿을지 여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본문으로]
  2. 돌연변이를 의미한다. 본래 돌연변이가 생물학적 용어를 사회에서 차용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학적 용어를 생물학에서 차용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본문으로]
  3. 물론 산업의 발달에 따라서 기존의 생존 환경에서는 흔하지 않던 다른 질병이 급속하게 늘고 있기는 하다. [본문으로]
  4. 새니까 마족이나 마익이라고 해야할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