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지간해서는 꿈을 꾸지 않는다. 그래서 어렸을 적에는 나는 왜 꿈을 안 꾸지? 원래 그런 인간인가라며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으니까. 어찌되었건 방금 전에 하도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하도 내용이 골 때려서 이곳에 옮겨 적으려 한다.
지금부터 나올 이름의 이니셜들은 별명 혹은 성명의 일부를 약자화한 것이다. 굳이 알려고 하진 말아줬으면 한다.

 

WK랑 내가 우리 집 베란다에서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WK가 자신의 여자 친구에 대해서 평소에 투덜거리는 내용을 읊고 있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듣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서 거실로 나가보니 예전에 얼핏 들었던 WK 여자 친구의 이름이 웅웅 거리면서 WK의 핸드폰을 울리고 있었다. 참고로 그 핸드폰은 WK의 핸드폰이 아니었다. 어쨌건 WK가 전화를 받자 나는 커피나 끓이려고 물 끓이는 주전자에다 물을 붓고 끓이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뚜껑을 열어보니 주전자 안에서 새까많게 탄 우그러진 냄비 뚜껑이 보였다. 그것을 만지작 거리니 휘어져서 스테인리스 스틸이 이럴 리가 없는데 라며 생각하다 갑자기 실신을 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번 더 꿈속으로 들어간다.

 

3대째 한의사라는 말과 함께 추나 요법의 권위자라는 자막과 함께 예전 홈쇼핑에서 광고하던 허리 보호대의 영상이 뜨면서 정상적이라면 S자로 굽어져 있는 척추가 1자로 펴지는 CG영상과 함께 한의사가 자신은 한의학은 미신이라는 것을 타파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한의생물학자라고 불러달라면서 환한 미소를 띄고 걸어 나오는 듯한 모습으로 소개되었다. 근데 더 웃긴 것은 척추는 1자로 펴지면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고, 한의사가 생긴 것이 서울대 병원 호흡기 내과의 LJ 교수님이었다는 것이다.

 

뭔가 웃긴다 꿈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깨어나보니 이상한 사발 같은 그릇에 옅은 커피가 담겨져있고 집에는 MG와 그 한의사가 와있었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하고 왜 이렇게 커피가 묽냐고 WK에게 묻다가 잠결에 내 몸 상태에는 식물을 우려낸 물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실제로 칼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 야채는 생으로 먹지 않고 살짝 데친 후에 그 물은 따라서 버려버리고 먹는 것이 현대 의학에서도 적용하는 식이 방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WK가 그게 내 몸 상태에 맞추기 위해서 적절한 농도로 묽힌 양이라고 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커피를 마셨다. 솔직히 속으로는 그럴 듯한데? 역시 한의생물학자인가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커피에서 물컹하는 것이 씹히고 그것이 토마토 과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는 보이지 않았으나 왠지 머리 속에 그 토마토 과육의 씨부분이 생생하게 연상된 것. 아 이거 꿈이로구나라고 깨달았으나 왠지 일어나서 4시쯤이면 그 다음 날 피곤할 것 같기에 그냥 계속 꿈을 꾸기로 했다. 어찌되었건 WK에게 왜 이러냐 물으니까 설거지 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토마토 간 것이 들어있던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인 것이라고 한다. 뭐 꿈이니까라고 생각하며 다시 그 이상한 커피를 마시는데 WK가 아시아 지역을 여행할 때, 현지 물을 믿지 못하겠어서 커피만 마셨다는 말을 하길래, 그런 녀석이 커피를 이따구로 끓이냐며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두번째 사발을 보는데 커피 속에 피다만 담배와 담배갑이 통째로 보였다. 베란다에서 한의사와 이야기하던 MG에게 이거 니꺼냐라고 묻자, 그렇다면서 던져달라고 하였다. 평소에 피던 Marlboro light이 아니라 Parliament 1mg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커피에 젖은 담배갑을 던져주니 축축하게 젖은 담배갑에서 담배를 하나 뽑더니 불을 붙이고 피운다. 아무리 이것이 꿈이라도 이것은 말이 안된다 꿈 해몽서라도 찾아봐야하나라고 생각하며 일어나서 핸드폰 시계를 보았더니 시간은 5 29분이다. 그리고 이것이 기록의 전부다.

 

혹시 이거 해몽되시는 분이 있는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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