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유인촌 씨의 재산 증식 과정에 불만이 많으신 분들이 꽤나 되는 것 같다.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전원일기'라는 드라마를 도대체 무슨 재미로 보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건 유인촌 씨가 양촌리 회장님 둘째 아들로 열연을 펼쳤던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런 배역의 역할 때문인지 아니면 신수가 훤하게 생겨서인지 꽤나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박혀있는 것도 대충 공감이 가기도 하고. 뭐 이분도 정계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유-씨어터의 주인으로, 그냥 그럭저럭 성공한 배우라는 이미지를 안고 은퇴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만, 제갈 장로님의 영도아래 민족 문화 예술의 앞날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장관직을 내정받게 되셨다. 사실 뭐 영광스러운 자리이기는 하다. 대한민국의 장관이라는 직위는.

 

그런데 이 유인촌 씨의 재산에 대해서 상당히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시고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다. 일개 배우 나부랭이[각주:1]가 재산이 140억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시는 분이 꽤나 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믿었던 김회장의 둘째 아들이 나보다 돈이 많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사촌이 땅을 산 것처럼 배 아파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같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한 사실일까?


재테크에 대해서 공부를 하셨건, 미시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셨던 분이건, 현대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 법칙에서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기본 명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것은 '
돈이 돈을 부른다는 것이다.'
똑같은 돈을 CMA에 쳐박아두고 5%의 이자를 받더라도 100만원을 넣은 사람이 받는 5만원과 100억을 넣은 사람이 받는 5억은 그 절대적 가치하에서 무지막지한 차이가 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 아닌가?
난 유인촌 씨가 이 정도의 돈을 모은 것이 이상하다고는 생각치는 않는다. 단 한번도 초일류급 스타 대우를 받지는 못했지만, 내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절에도 띠디리리 띠 디디하는 시그널 뮤직과 함께 시작되었던 전원일기에서 끊임없이 출연을 했던 그였고 특별한 부침없이 수십년을 연예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더군다나 시청자에게 믿음을 주는 이미지라는 것은 CF에 있어서도 상당한 메리트가 되었을 것이고. 특히 IMF 직후부터 현재까지 오른 부동산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그가 이 정도의 재산을 모아온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왜 그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본인은 다른 장관 내정자와는 달리 그는 비교적 재산 증식 과정에서 의혹 여부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공직 사회를 거치면서 개발 예정 지역의 땅을 미친듯이 사다가 재산을 불리기는 애초부터 거의 불가능한 사람[각주:2]이고, 자신의 판단대로 부동산에 투자를 해서 돈을 불렸다면 애초에 이것은 그의 탁월한 식견을 높이 사야할 일이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개미처럼 출연료를 알뜰살뜰 저축한 사람이라면 이는 전통적인 경제적 관점으로는 칭찬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고. 그런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우선 첫번째 가설로는 양촌리 회장 둘째아들이 이렇게 돈이 많을 수가 없어. 이건 배신이야 배신.’이라는 상당히 초딩스러운 정신 상태에 기초를 둔 질투 근원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유인촌 씨가 단 한번도 부유층스러운 느낌을 내는 배역을 맡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각주:3]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가 돈이 나보다 적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라면, 그는 애초에 이미지와 실체를 분간치 못하는 바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그와 수입면에서 다툴 수 있는 사람이 전체 국민 중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것은 최불암 씨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분 전형적인 서민의 아버지 상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미 서민의 영역을 뛰어넘는 재산을 구축하고 계실 것이다. 아마도. 이 것은 바보의 문제니 그냥 넘어가자.

 

첫번째 가설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투기는 나쁘니까 유인촌도 나쁜 놈이라는 언론과 사회가 조장한 비합리적 편견에 근거를 둔 '경제 논리 편견설'이다. 물론 근로로 얻은 소득이 그 어느 것보다 값지다고 여기는 한국 사회적 경제 논리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자본에 의한 투자를 인정하고 그것을 종용한다.
물론 근대자본주의 초기의 영국에서처럼 막장스러운 사회상을 억제하기 위해서 정부와 시민 사회가 복지 정책이라는 명목하에 끊임없이 이를 견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본에 의한 투자와 그 투자 이득을 얻는 것을 막는 정부는 자본주의적 경제 체제를 가진 나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주식으로 500%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나 내가 사둔 집값이 5배 뛰는 것이나 개인적 입장의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보면 그 어떠한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일반 주식 시장보다는 더욱 막장스러운 선물 시장에서 내가 풋 옵션[각주:4]에 몰빵해서 30,000%의 수익을 얻고, 선량한 국민연금공단이 그 수익을 위해서 덤터기를 쓰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각주:5] 마찬가지로 나도 그 만큼의 위험을 얻고 시작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여서 불법적으로 획득한 정보[각주:6]가 아니라면 주어진 정보를 자기가 해석해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 만큼의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말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 사회에서는 부동산 투자로 이러한 이득을 얻는 것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있다. 혹자는 서민 울리는 부동산이라고까지 표현하지만 주식 투자로 집안이 작살난 서민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수도권에 지나치게 기능이 편중된 한국 사회의 부조리 때문이지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최소 1/4정도는 서울 수도 이전에 반대하지 않았던가?
물론 애초 가정한 것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어서 유인촌 씨가 불법적으로 획득한 내부정보로 이러한 시세 차익을 얻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글쎄?

 

만약 부자라서 싫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그냥 쿠바행 비행기표 티켓을 끊은 후에 그곳에 정착하시던가, 목숨걸고 북한으로 귀순하시기 바란다. 이건 뭐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까.

 

난 양촌리 김회장님의 둘째 아드님이 어떠한 수단으로 부를 획득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축하와 존경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써 해야할 일이 아닐까? 물론 그 이전에 지난 5년간의 공직자 청문회처럼 철저하게 심사를 해야겠지만. 우리 사회가 퇴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1. 글의 진행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표현으로, 본인은 사농공상적 질서에 기초를 둔 배우가 비천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을 공인으로 취급하지도 않지만. [본문으로]
  2. 만의 하나라는 점에서 전혀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혹시 친한 공직자가 있어서 개발 정보를 주워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본문으로]
  3. 혹시나 맡았다면 알려주기 바란다. 1983년 출생으로 반 50년의 세월을 반추해보건데 특별히 그가 그런 배역을 맡았던 기억은 없다. [본문으로]
  4.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상황에서 돈을 딸 수 있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예를 들어 내가 삼숭전자의 주식이 현재는 주당 500,000원이지만 주당 1,0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면 무조건 490,000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풋 옵션이다. 이 경우 차익은 ‘(490,000-1,000)-소정의 수수료가 된다. 물론 증시가 미친 듯이 상승해서 삼숭전자의 주식이 주당 1,000,000원까지 오른다면 난 완전히 망한거다. 한강 다리 위로 가야지 뭐. [본문으로]
  5. 이론적으로 선물시장은 zero-sum 법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약육강식의 정글과도 같은 곳이다. 내가 50,000%의 수익을 올렸다면 누군가는 50,000%의 피해를 얻고 한강 다리 위에서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이 항상 있는 곳이란 뜻이다. 이런 것을 볼 때, 과연 주식시장이 부동산 투기에 비해서 더욱 건전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본문으로]
  6. 아버지가 시장이라 개발 예정지를 줄줄이 꿰찬 아들이 이를 이용하여 미친 듯이 땅을 매입한다든지 하는 내부 정보를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불법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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