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cinogen
Citizen of the republic of Korea
Medicinae Doctor
Orthopaedic surgeon
Liberalist
Anti-nationalist
Pastafarian
Amateur photographer
Stupid novelist
Hobby bassist
Master of invective
티져 포스터와 인터넷에서 떠돌던 예고편을 보고 선택한 영화 10,000 BC.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의 감독인 Roland Emmerich의 신작.
간단히 요약하자면. 내 인생에서 극장에서 돈주고 본 영화 중 단적비연수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또 나올 줄은 몰랐어.
스토리? 뭐 언제는 이런 영화 스토리 보면서 봤나. 어차피 주인공 만만세에 마지막에는 주인공들끼리 키스하면서 끝나는 거야 정해진 것이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인 플롯이라는 것은 있어야지!!! 주인공들끼리 서로 호감을 갖는 부분이야 그렇다고 치자. 어차피 액션영화니까 언제 눈 맞아도 이상하지 않으니. 뭐 어렸을 때 첫 눈에 반했다는거야 그러려니 하겠다만, 그럴거면 도대체 덜 자란 녀석의 고백신은 도대체 왜 나오는 것이며, 그 장면 이후로 다시 미칠 듯이 시간이 흘러서 성인이 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뭐 저 부분이야 액션영화니까 넘어가자. 아무리 그래도 모든 스토리를 '예언'이라는 한 마디로 떠 넘기기에는 너무 개연성이 없지 않니? 뽀록으로 사냥하는 것도 예언에 의한 것이고, 지나가던 검치호 구해주는 것도 예언에 의한 것이고, 쌈박질하는 것도 예언에 의한 것이고, 죽었던 여주인공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예언에 의한 것이고. 차라리 야훼를 등장시켜서 기독교 영화로 만들었다면 또 모르겠다. 의외로 더 재미있을지도? 하긴 저 감독의 영화에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맥을 잘못 짚은 것이니 넘어가자.
역사적 고증? 어차피 애초에 기원전 10000년에 초고대문명이 있었다고 가정하는 것이니 악당들이 등자 얹은 말타고 돌아다니면서 철기를 휘두르고 비단 옷을 입고 있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련다. 사실 번쩍이는 금박이 덮인 캡스톤[각주:1]은 멋있기는 했어. 그냥 300보다 못한 수준의 역사적 고증을 거쳤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300이야 장창과 방패로 밀집대형을 만드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지.
스케일? 스케일이야 크다. 눈 덮인 산맥에 매머드 떼에 드넓은 평원 등 눈이 시원시원하기는 하다. 더군다나 이미 지금은 멸종하고 없는 검치호의 CG는 예술이었으니까. 그런데 말이지. 내 길지 않은 생애 중에서 이렇게 정적인 블록버스터는 처음보는 것 같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말이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격씬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그냥 아무 사건없이 눈 덮인 산맥을 지나가는 그 평온함 정도의 수준으로 긴장감이 없이 주우우우욱 유지된다. 창 휘두르는 것? 그딴거 몇번 없다. 더군다나 일방적으로 쫓기고 얻어맞는 장면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이게 주인공이 곧 죽을 것 같다는 긴박감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리고 검치호! 잠깐 나왔다가 그럴 듯하게 돌아다니고 끝까지 안나온다. 쥬라기 공원으로 치면 벨로시 랩터 급의 강렬한 인상을 박아놓고 초기에만 잠깐 보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익룡 출현 시간 만큼 나온달까? 그나마 마지막 부분에서 매머드의 난동 부분은 조금 볼만했다. 혹시 그 부분만 동영상 클립으로 나돌거든 그것만 구해서 보시면 이 영화 다봤다고 자신있게 말해도 된다.
이 영화 보실 시간과 재력이 있거든 그냥 동네 DVD 샾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한번 더 빌려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