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의 자산이란 참 많은 뜻을 포함하고 있다.
한 사람의 머리속에 있는 지식들 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기반으로 수행되는 여러가지 노동 및 그 산물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가치도 이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흔히들 '인건비'라는 명목으로 포장되어 각 개인에게 지불된다. 이러한 '인건비'는 한국사회에서는 참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1, 2차 산업인 생산직보다는 3차 산업인 서비스직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각주:1]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사농공상의 위계질서를 기반으로한 유교 사회에 자본주의의 향이 덧입혀져서 작성된 사회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3차 산업에 큰 부가가치가 더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3차 산업에 대한 보상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3차 산업에서도 전통적인 '사' 계급의 일인 정치, 사법 분야에서는 제대로 가치가 지불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앞으로 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의사 사회에서나,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서비스직(컴퓨터 프로그램을 비롯한 수많은 산업들)에 대한 보상은 굉장히 미약하다고 본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정품 소프트웨어는 비교적 비싼 편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Microsoft 사의 windows를 보면 대략 정가는 아무리 싼 것이라고 20~30만원 선에 속한다[각주:2]. 그리고 이것이 비싸다고 생각해서인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OS를 복제해서 사용한다.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이 것을 무조건 이용해야하고, OS를 하나사면 최소 몇년은 거뜬히 쓴다고 볼 때, 사용시간대비 가격으로 나누면 몇 십원 정도만 들지 않을까 싶지만.
하지만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대한 것은 사람들이 크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에는 하드웨어는 공장을 갖추지 않고 개인이 수작업으로 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을 것이지만, 더 나은 성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서 이를 구매하게 된다.
가관인 것은 최신의 하드웨어를 갖춘 PC의 소유자가 OS를 비롯하여 모든 소프트웨어를 복사한 형태로 사용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입가경으로 대다수의 개인 유져가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점이 정말 머리아픈 문제이다.

게임으로 한번 볼까? 현재 한국에서 게임 패키지 산업은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의 모 게임 제작사는 실컷 게임을 만들었더니 평론에서는 무지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팔린 갯수는 몇 개 안되며, 패치를 받아가는 사람은 그 수십배에 달했다고 하니 망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을 평정하겠다며 야심차게 첫발을 내딛은 소니가 현재까지 최신 기종인 PS3를 정발하지 않고 있다는 것만 해도, 이 시장은 망조가 들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이를 볼 때, 대다수의 한국인은 복제가 가능한 정신노동산물의 가치를 굉장히 하찮게 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의료에 적용해보자. 의사 하나를 키우는데는 굉장한 돈이 들어간다. 대략 다른 단과의 2배정도에 달하는 등록금을 차치하고서라도 12년의 정규 교육 기간에 쏟아부은 열정과 돈[각주:3], 그리고 대학 입학후에도 기본적으로 2년, 대학원제일 경우에는 4년의 세월이 다른 직종에 비해서 더욱 요구되며[각주:4], 이를 기초로 대학 입학 이후 취직까지의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연봉 3000 만원 기준으로 같은 또래 나이에 비해서 6000만원에서 1억 2000만원이 더 소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그 동안에 숙련될 기술의 차이 정도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에서 인건비의 가치는 굉장히 낮은 편이다. 검사만 하더라도 장비가 비싸고 그 유지비는 많이 들지만, 의사의 해석이 크게 어렵지 않은 검사의 경우에는 비교적 수가가 비싼 편이지만, 장비와 유지비는 싸지만 의사 개인의 숙련도나 지식이 크게 필요한 검사의 경우에는 수가가 형편없다.
실제로 흉부외과 수술의 경우에는 수술 비용 자체는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수술에 사용된 기구 및 재료 등을 제하고 순수 인건비만 따져서 본다면(집도의+assistance 3+간호사), 아무리 장기간의 수술이라고 하더라도 다 합쳐서 몇 십만원 정도라고 하니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CT 및 MRI 같은 뭔가 있어보이는 장비를 이용하는 검사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는 크게 불만을 갖지 않으면서도, 신경학적 검사 같이 애들 장난같이 보이는 검사[각주:5]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비싸냐고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한국사회에서 정신노동이 갖는 가치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어떤 환자의 경우에는 자기가 수술 재료를 다 마련해올 테니 공짜로 수술해달라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하니 한국 사회에서 의사의 가치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겠지.

그렇기 때문일까? 한국에서 의사란 약이나, 다른 쓸데없(다고 환자 및 정부가 생각하)는 검사를 비싸게 팔아먹는 장사꾼으로 매도되어 있다. 또한 조상 중에 '허준'이라는 명의 선생님이 계셔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의사의 정신노동에 대한 수가를 조금이라도 인상하려는 움직임[각주:6]이 보이기만 하면 아주 벌떼같이 달려들어 매도하고 고귀한 한마디를 남기신다.
'인술을 펼쳐라.'
의사외의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얼마나 고귀하게 사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정당한 가치는 인정해주셨으면 한다. 그것도 다른 것이 아닌 자신의 생명과 건강에 관련된 것인데 이를 깎아먹어서 좋은 점이 얼마나 있을 것 같은가?

어찌보면 한국인들에게 적합한 사회 제도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가 아닐까 싶다. 다른 이들이 노력해서 이룩해 놓은 대가를 정당한 가격으로 지불하기 보다는 그것을 깎아내리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합한 가치로 만들어내기 바쁘니,
다같이 협동 농장이나 아오지 탄광에서 일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1. 대기업 노조들은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본문으로]
  2. 최신 OS를 기준으로 한다. 현재 떨이처럼 팔리는 windows 98 등은 제하자. [본문으로]
  3. 하지만 이 것은 대학 서열화 및 줄 세우기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비판받는다. [본문으로]
  4. 편의점 시급보다 싼 가격으로 부려먹히는 수련의 기간은 제외하도록 한다. [본문으로]
  5. 그러나 해석은 총체적인 신경학적 지식이 기반이 되어있어야만 가능하다. [본문으로]
  6. 그것도 의료보험 전체 인상율에 턱없이 못미치는 인상율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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