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강우석 |
이끼, 윤태호 |
윤태호 원작, 강우석 감독의 이끼를 보았다.
원작이야 다음에서 워낙에 호평을 받았던 상황이고, 강우석 감독이 영화화하기로 결정했을 때 수많은 원작 팬들은 기대 반, 걱정 2배의 심정으로 영화를 기다렸다.
... 왠지 모르게 버디 무비가 나올 것 같은 느낌으로.
어찌되었건 걱정과 기대 속에 영화는 개봉했고 시사회 이후 들려왔던 수많은 미적지근한 평속에서 영화를 보러갔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세트와 미술적인 측면에서는 대만족이었다. 이장의 집과 같이 원작의 작화보다도 맘에 드는 곳도 있었고 디테일한 측면에서는 꽤나 좋았다고 생각한다. 음악도 괜찮았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정재영과 허준호가 각각 이장과 류목형 역을 한다고 했을 때 불안한 마음 1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라고 할 만큼 잘 녹아들었던 것 같다. 다만 문제는 연출이다.
원작 이끼의 가장 큰 매력이 뭔가 모호할 듯 알 수 없으면서도 한없이 얽혀있는 인간 관계와 그 내부의 음모에 있다면, 영화에서는 이러한 인간 관계는 모두 피상적으로 한없이 간소화 간략화 되었다. 물론 러닝 타임안에 그 많은 것을 압축적으로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슬프런 안개 속에서 언제 밟아 넘어질지 모르는 이끼와 같은 긴장감 2이 반감되었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영화의 톤이다. 원작에서 희끄무레 탁한 색으로 묘사하여 그 주제를 부각시키려고 했다면 영화에서의 톤은 뭔가 너무 밝다. 조금만 더 세피아 톤으로 명도와 채도를 줄였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3
어찌되었건 영화 이끼는 무언가 아쉽다. 이전 영화 식객에서 느꼈던 단점을 그대로 느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