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께서 조국 의약계의 편의를 위한 칼을 빼들었다. 
이전부터 번번히 말이 나왔지만 우리의 제갈나르도 명박치 각하께서 직접 언급을 하신 것을 보니 뭔가 방향이 잡힐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예전에 밤 늦게 약을 사러 돌아다녀봐서 아는데,'로 시작했겠지.

어찌되었건 OTC(over the counter) drug이라고 외국에서 부르는 일반 의약품은 대다수의 경우 인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알려진 약제들이다. 간단한 파스라던지, 타이레놀 등등이 그것인데, 실제로 대한민국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상기 약품을 약국만이 아닌 슈퍼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아무리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약이니 만큼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슈퍼에서 약을 팔 때는 약을 팔 수 있는 자격증[각주:1]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로 알고 있다.

원칙적으로만 본다면 일반 의약품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약국에서 팔고, 제대로 된 복약 지도를 받는 것이 좋겠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하던가?

한 2~3년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본인은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서 증상이 있을 때마다 가끔씩 antihistamine[각주:2]을 복용하곤한다. 그리고 그 때 갔던 약국은 집 근처가 아니라[각주:3] 번화가에 있던 약국으로 기억한다. 평소처럼 알OO라D 주세요라고 하니까 그 약국의 약사가 헛소리를 삑삑대기 시작한다. 알OO라D 보다는 요즘 생약 성분으로 된 다른 약제가 나왔는데 이 것이 더 잘 듣는단다. 귀찮아서 그냥 먹던 것을 먹을테니 그냥 달라고하자 뭔가 궁시렁 거리면서 약을 꺼내온다.
 

그리고 제2차 대전 돌입.
알OO라D를 많이 먹으면 oxygen free radical이 많이 나오니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비타민을 같이 먹는 것이 좋겠다고 헛소리를 배설하기 시작한다. 짜증나서 한 숨 한번 푹 내쉬고 지갑에 있던 사원증을 꺼내 보여주니 아가리 닥치고 약을 싸준다. 사원증이 뭐였냐고? Carcinogen M.D. 라고 적혀있던 서울대병원 ID card 였다.

정말 마음같아서는 한번 제대로 엎어보고 싶었다만 바쁘기도해서 이상한 소리하지말고 복약지도나 잘하라고 쏘아대고 나왔다만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혹할 만한 소리를 헤대는 것이 내가 경험한 약국이다.

너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다른 약국의 예를 또 하나 들어볼란다. 가끔씩 감기 증상이 있을 때마다 처방을 받아 약을 산다. 감기에는 약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는 한다만 어찌되었건 내일은 내일의 수술장에 들어가야하니 증상 개선을 위해서 약을 처방받아 먹는데, 보통 타OO놀과 알OO라D 조합이다.

어찌되었건 약을 달라고하니, 감기냐고 물어보고는 그것보다는 생약 성분이 첨가되어 이 약이 더 잘듣는다면서 화OO벤을 권한다. 참고로 본인은 화OO벤을 먹으면 비몽사몽을 헤메기 때문에 절대로 안먹는 약이어서, 이미 약사가 불법[각주:4]을 저지른 것은 일단 무시하고 그냥 처방대로 달라고 했다. 약을 가져오더니 또다시 비타민을 팔려고 약을 친다. 요즘 비타민이 제법 마진이 남는 모양이다. 역시 이번에도 사원증을 들이 밀었다. 닥치고 약을 싸주더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도 저런 짓을 하고 있는 판국인데, 감시가 덜하고 의료 시설이 부족한 지방 쪽에서는 어떻게 할지 훤하게 보인다. 막말로 의사 짓을 하고 싶으면 다시 의대를 가서 의사 면허를 따오던가. 4년간[각주:5] 피같은 돈 박아가면서 빡세게 공부하고 지금 다시 병원의 반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되도 않는 몇몇 약사 나부랭이가 저런 개짓거리를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치가 떨린다.

일반 의약품의 슈퍼 판매? 원척직으로는 반대한다. 그러나 슈퍼에서 의약품 판매에 대한 자격증 제를 도입하고, 철저한 복약 지도를 엄수한다는 조건하에서라면, 지금처럼 약국에서 되도 않는 약을 팔려고 약을 치는 것보다는 더욱 민중 건강에 좋지 않을까싶다.

더군다나 전문 의약품에서 일반 의약품으로 옮기고 당번 약국제도 폐지한다고 개소리를 찍찍 싸대는 것을 보니 더욱더 기가 찬다. 그 들이 말하던 국민 건강권은 전문 의약품을 일반 의약품으로 바꿔서 먹을 때 더욱 증진되는 것이던가?

병신같은 의협도 문제지만 약협도 제대로 까보자. 지금까지의 의료계 분쟁에서 보건복지부를 방패막이로 삼은 그들이, 진료비 대비 턱없이 높은 조제료를 비롯하여 아무리 불합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그들의 뜻대로 통과되지 않은 것이 있었던가?

OTC, 제대로 할 것이면 복약 지도라도 제대로 하던가, 지금처럼 할 것이면 슈퍼에 판매권을 넘겨주던가. 아니면 차라리 의약 분업 전으로 돌아가던가.
개인적으로는 법만 허락한다면 의약 분업 이전으로 돌아가서, 조제료 안받고 복약 지도료만 받는 정도로 처방해 줄 수 있다. 

PS. 1. 약국의 백마진을 비롯한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서 들은바는 있으나 적지는 않겠다. 본인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S. 2. 약국의 슈퍼 판매가 종편 채널 이후 늘어날 광고 시장을 채우기 위한 각하의 신의 한수라는 말이 있다. 판단은 각자에게 맡긴다. 
  1. 물론 약사 자격증은 아니다. [본문으로]
  2. 흔히들 말하는 알레르기 약이다. 종류도 여러가지가 있기는 하지만 본인은 졸리움 등의 부작용이 덜한 allegra를 선호하는 편이다. [본문으로]
  3. 집 근처가 아니라고 했던 것은 서울대 병원이 집에서부터 도보로 10분 거리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4. 환자에게 증상을 문진하고 자의로 처방을 바꿔서 다른 약제를 권하는 것 자체가 의료행위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료행위는 약사들은 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본문으로]
  5. 예과 2년은 제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쓰레기 같이 놀아봤던 시기라고 욕해도 받아들여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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