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의사 협회에서 1주간 백내장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해서 말이 많다. 역시나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인술'을 펼쳐야할 의사 새끼들이 지 밥그릇 싸움하려고 저런다.
인정한다. 밥 그릇 싸움인 것.
하지만 여기에는 의사 밥 그릇 만이 아니라 환자 밥 그릇이 같이 섞여 있기 때문에 문제다.
솔직히 말해서 모든 의사가 착하고 양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있나?
나는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안 그런 사람도 많고.
그렇기에 모든 의사가 개새끼고 도둑놈이다라는 가정에서 풀어보자.
수술을 해야할 환자가 온다.
국가에서는 이 환자에 대해서 100만원이라는 제한을 걸어 두었다.
이 환자의 수술에 대해서 돈은 별로 안들지만 회복 기간이 길고 상처가 크게 남는 수술이 있고, 돈은 조금 더 들지만 회복 기간이 짧고 상처도 거의 안 남는 수술이 있다고 가정을 하자. 물론 두 수술법 모두 병은 완치된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말이다.
당연히 환자 입장에서는 후자의 수술을 원할 것이다. 어차피 내는 돈은 같으므로. 근데 의사가 졸라 개새끼다. 이 개새끼는 환자가 아무리 상처가 크게 나던, 회복 기간이 길던 환자가 죽지 않고 어쨌든 병만 낫고, 돈만 벌면 끝이다. 그래서 당연히 첫번째 방법으로 수술을 한다. 왜냐고? 의사가 개새끼니까.
그런데 의사가 개새끼 같은 짓을 했는데도 떨어지는 돈이 얼마 안된다. 애초에 국가에서 첫번째 방법을 기준으로 돈을 100만원 주겠다고 했으니 좋은 재료를 쓸 경우 별 돈이 안된다. 그렇다면 개새끼인 의사가 '아 씨발 이만큼만 벌어야 겠다.' 라고 포기할 것 같은가?
아니지. 왜냐하면 의사는 개새끼니까.
당연히 원가 절감에 들어간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 모두 카피 약으로 바꾼다. 왜냐하면 국가에서 오리지널 약제나 카피 약제가 같다고 주장했으므로 1.
병원에서 사용하는 실? 당연히 가장 싼 걸로 바꾼다. 이물 반응, 염증 반응이 적은 수입산 실? 웃기지 마라. 아무리 이물 반응 및 염증 반응이 많더라도 살이 붙기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이전 같았으면 3층으로 층마다 꼼꼼히 꼬매었을 것도, 3개 층을 1개로 붙잡아서 듬성 듬성 꼬맬 것이다 2. 어차피 꼬매놓고 나면 겉에서는 안보이므로.
환자가 지병이 많아서 다 검사를 해야 수술을 할 수 있다. 검사? 미쳤나 그걸 왜 하나. 큰 병원으로 보내버린다. 돈이 안되니까.
생각만해도 졸라 끔찍하지? 하지만 실제로 이런 정도로 환자가 잘 죽지는 않는다. 첫 번째 수술이라는 것도 사실은 수많은 세월동안 검증되어왔던 고전적인 방법이고 환자가 고생을 할 뿐이지 어떻게든 살아남기는 할 것이다. 물론 배에는 큰 수술자국이 남아있겠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무엇인지 아나?
저게 일반화되면 우리나라 의료 발전은 매우 더디게 흘러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 의료가 전 세계를 압도하게 되었던 원동력의 하나는 그 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이 되니까 제약회사, 의료 기구 회사에서 미친 듯이 돈을 때려 붓고,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 효과를 입증한 다음 특허기간내에 신나게 팔아제낀다. 대신 의료는 최첨단의 정점에 서있게된다.
하지만 어차피 특허권에는 기간이 있기 마련이고 이후 카피 업체가 가격 경쟁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금의 최신치료는 10여년 뒤에는 보편적인 치료가 되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떨어지는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서 다시 미친 듯이 연구비를 때려붓고 있겠지.
그런데 지금처럼 의료 수가를 동결시키면 어떻게 될 까? 최신 치료는 당연히 바로 못들어온다. 최소한 그게 보편적인 치료로 인정이 될 때 쯤에야 들어올까 말까 할 것이다. 왜? 어차피 최신 기구 들어와도 못쓴다. 돈이 안되서. 그러니 당연히 안들어오겠지.
의사가 사용하고 싶어도 못 쓴다. 왜? 국내에 수입이 되어야 쓰던지 말던지 하지. 최신 의료 기구들이라는 것이 대부분 미국산인 관계로 의료기 수입 회사에서 이러한 물품을 수입해줘야한다. 그런데 수입해도 안팔린다. 회사 입장에서 적자인데 이러한 물품을 수입하겠는가? 사장이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에야 당연히 수입 포기다. 다른 돈 되는 물품도 많은데 왜 수입하겠는가? 실제로 내시경 수술에 필요한 물품의 수가 및 조달 문제로 올림푸스에서 수입 거부를 시행하기도 했다.
의사가 졸라 착한 성인같은 사람이라면 자기돈을 부어서 사용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의사는 개새끼이므로 사용 안한다. 그리고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식약청에 정식으로 허가된 물품이 아니므로 3, 재수없으면 과잉 진료로 폭풍 삭감 당하거나 의료법 위반으로 끌려갈 수도 있다.
수십년전 대한민국이 현재처럼 잘 살지 못했을 때, 대한민국은 결핵의 초유행지역이었다. 이전 문학작품에서 종종 나오던 곧 죽을 폐병 환자의 퇴폐미 4를 묘사한 것은 실제로 결핵 환자의 외양이기도 했고. 당시 결핵을 치료는 해야겠는데 문제는 국가에 돈이 없었다. 실제로 결핵은 3개 약제를 섞어서 사용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고, 이러한 약제가 잘 안들을 경우 다른 약제 3종을 섞어서 사용을 하게된다. 그래도 안들으면 수술로 결핵이 침범한 부위를 잘라내던지, 아니면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근데 문제는 지금이야 결핵약이 졸라 싸지만, 당시 결핵약은 미친 듯이 비쌌다는 것이다. 그 당시 대한민국이 못 살던 것을 감안해서뿐만이 아니라 신약이었기 떄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당시 차선책으로 내어 놓은 것이, 3개 약제를 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2개 약제만 사용 5하는 것이었고, 대부분은 별다른 문제없이 나았으나, 약제 내성균이 생기면서 유의하게 전체 결핵균 중 다중 약제 내성 결핵균의 비율이 높아졌다.
지금은?
결핵 약제가 너무 싸져서 제약회사에서도 항결핵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절대로 인정을 안하고 있다. 항결핵약제로 증명되는 순간, 그냥 항생제로 팔 때 받을 수 있는 돈을 못받고 항결핵약제의 기준에 맞춰서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최첨단의 기술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보편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포괄 수가제는 이러한 원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어차피 모든 국민이 최첨단의 비싼 치료를 받을 수는 없다. 국가도, 개인도 돈이 안되므로. 그러나 지금처럼 포괄수가제를 해버리면 이런 비싼 치료 자체가 원천적으로 막히게 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현행 의료제도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고, 일부 제약회사, 생명보험회사,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지금처럼 치료받느니 차라리 돈을 더 내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쩐지 친숙하지? 바로 의료 민영화의 시작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개새끼인 의사 입장에서는 포괄 수가제가 되더라도 당장 수익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지금보다 일은 더해야할 것이고, 재료는 더욱 싼 것으로 사용하겠지. 그리고 이러한 포괄 수가제의 불만으로 의료 민영화가 될 경우, 일부 의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생기니만큼 차라리 더 좋을 수도 있다.
포괄 수가제? 국민이 원한다면 의사가 개새끼라고 욕하면서 진행해라.
어차피 개새끼인 것 개새끼처럼 욕먹고 돈이나 벌다가 살면 그만이니까.
도대체 의사에게 뭘 바라는가? 성인군자? 허준? 히포크라테스?
어차피 개새끼들인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 실제로 의약분업 사태에서 의사들이 이슈화를 시키려고 노력했던 부분이다. 국가의 입장은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통과하면 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실제 임상에서는 다르다. 약품 성분만이 아니라 그 약품이 전달되도록 하는 방법도 제약회사 제조 비밀이자 노하우 인데 그런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본문으로]
- 이전 글의 예시에서도 밝혔듯 분명히 별 차이가 없다는 의학적 근거도 있다. 물론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예후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본문으로]
- 당연하다. 수입이 되어야 등록이 되던지 말던지 하지. [본문으로]
- 가녀리고 파리한 안색의 흰 피부를 지닌 병약한 미소녀 컨셉. 가끔씩 기침을 할 때 마다 섞여나오는 피. 이러한 점은 모두 중증 결핵 환자를 묘사한 것이다. [본문으로]
- 이미 7~8년전에 들었던 수업이라 가물가물하다. 2개 약제 사용 아니면 단독 약제 사용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