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에 있어 최강대국으로 50여년이 넘게 집권하고 있는 미국.
여러 세력들이 부침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굳건히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들에 도전해왔던 국가와는 달리 끝임없이 괴롭힘을 받는 문제가 있다.
총기 사고가 그것이다.
미국에서 총기사고는 타 국가에 비하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Michael Moore 감독은 'Bowling for Columbine'에서 이에 대해 신랄하게 까기도 했다. 그리고 일부 미국의 중상류층은 총기 소유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총기를 소유한 강도가 우리 집을 털었을 때, 같은 총기를 통해서 방어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는 우리 집 아이가 실수로 자기 총기를 통하여 다치거나 사망할 위험이 더 크다.'라는 것이 그 이유다 1.
또한 흔히 진보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내 인사들이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총기 소유에 대해서는 찬성만큼이나 반대 의견도 많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오바마 대통령도 자신의 의지대로 규제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미국은 왜 총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총기는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크기의 병기에서는 현대의 만병지왕이라고 불릴 수 있다. 일부 만화나 게임 등에서는 총구의 각도를 보고 총알의 위치를 예측하여 칼로 쳐낸다거나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할 리가 없다.
총기는 인류 역사상 전쟁의 양상을 바꾼 거의 유일한 무기 2이자, 신체 조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무기라고도 할 수 있다. Colt의 창업주인 Samuel Colt는 신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했지만, 남녀를 평등하게 만든 것은 Samuel Colt라고 했을 정도로, 타 병기에 비해서 신체적 조건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이러한 것은 병기로서 큰 장점이 되는데 다른 병기에 비해서 이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훈련 기간이 획기적으로 짧다는 것 3과 그 누가 들어도 유사한 위력 4을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병기로서의 장점으로 미국은 식민지 독립 전쟁에서 승리했다.
즉, 미 시민 민병대가 영국의 정규군을 북 아메리카 대륙에서 몰아낸 것이다.
이러한 역사때문에 미국의 시민들은 누구나 총기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법리상으로 따지자면 여러가지 복잡한 말이 나오겠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시민의 뜻에 거역하는 정부는 시민의 뜻으로 인한 민병대에 무너질 수 있다.'라는 개념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민란을 통해서 발생한 국가이고, Gold rush로 대표되는 앵글로섹슨 계 인종을 중심으로한 서부 약탈 및 원주민 학살 시대에서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개인의 총기 뿐이었기에 자기 보호를 위한 총기라는 개념은 상당히 중요하게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이 담겨져 있는 법조항이 바로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이다.
또한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만약에 어떠한 범죄자가 범죄를 계획하고 있다고 가정을 하자. 범죄 대상이 되는 상대방이 총을 가지고 있을 경우와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다면 과연 어떠한 대상이 더 범죄의 희생양으로 선택하기가 쉬워질까?
다만 한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애초에 총기가 없으면 총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허나 서부 약탈 시대로 대표되는 미합중국 건국 시기의 치안의 부재에 의한 무법자의 발호 및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하는 문제가 아닐까?
이러한 미국의 건국 이념과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NRA는 상당한 규모의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고, 엄청난 자금력으로 정계에 로비를 하고 있다. 아마 제2차 남북 전쟁같은 대규모 내전이 있지 않은 이상에야, 앞으로도 미국의 총기 규제는 요원할 것이다. 내전 이후에는 오히려 더 심해질 지도.
- 이는 본인이 다니던 대학 교수님께서 학회에서 만난 다른 미국인 교수와 말을 하다가 들은 내용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보편적인 미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본문으로]
- 총기의 발달이 시작되기 전까지 주요 전법은 회전을 통한 전투가 주였다. '망치와 모루' 전술로 대표되는 진을 짜고 격돌하여 맞붙는 전쟁이 냉병기 시대의 전쟁이었다면, 총기가 발달한 이후 전쟁을 본다면 참호전으로 대표되는 2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사의 전쟁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최근에야 육해공 군의 최첨단 장비를 통한 입체적 전술이라던지 이러한 것을 모두 무로 돌릴 수 있는 핵병기 등도 나와있지만. [본문으로]
- 무협지를 많이 보던 분들은 아마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00일 창, 1,000일 도, 10,000일 검' 즉 어떠한 무기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 현대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지만, 아프리카에서 만연하고 있는 소년병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른이 쏘나 애가 쏘나 총알에 맞으면 사람이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아닌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