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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즐겨 읽었던 이 혹은 삼국지 게임에 파묻혔던 이 들에게 전한-후한 두 황조에서 다른 황제는 몰라도 익숙한 황제의 시호 들이 있을 것이다.

한 고조, 한 무제, 한 영제, 한 헌제가 그들이다.


앞의 둘은 실질적 창업 군주 들이고, 뒤의 둘은 국가 막장 테크를 가속화 시킨 암군 들이다. 실제로 한 헌제는 후한의 말제이기도 했고. 


한 황조에 있어서 황권을 위협하는 세력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한 황실 전반에 걸쳐 가장 융성했던 세력이라면 크게 외척 세력과 환관 세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한을 말아먹고 황위를 찬탈하여 고대 중국사에서 길이 빛날 전설의 역적, 1대만에 무너지는 신 황조의 태조이자 말제인 왕망 또한 외척 출신이며, 굳이 중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세도 정치로 유명하던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만 보아도 외척의 발호는 군주의 권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전제국가에서의 군주는 외척의 억제를 위하여 친히 후계자의 외척을 몰살시켜주거나[각주:1], 왕비를 한미한 집안[각주:2]에서 들이거나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었다. 그리고 중국의 황제들이 주로 이용한 방법은 환관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환관은 국가별로, 시대별로 조금씩 거세하는 범위가 달라지기는 하였으나 기본적으로는 생식 능력이 없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그렇기에 원칙적으로는 환관 가문은 있을 수가 없었고, 황제의 권력이 충분할 때는 단번에 제거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상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황제가 너무 어리거나, 태생적으로 우둔하여 제대로 된 사리 판단이 불가능할 경우, 외척의 발호를 막기 위한 환관의 권력이 너무 커져서 오히려 황제의 권력을 잠식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환관의 권력 잠식이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십상시의 난'이다.


후한 영제는 자신의 사망 이후 후계를 논하기 위해 십상시 중 한명인 건석을 불러 독대하고 이에 십상시는 황후의 오라비인 하진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계획대로 하진은 제거하였으나, 이후 복잡한 과정을 거쳐 동탁에게 모두 제거되었으며, 동탁은 자신의 권력 찬탈을 미화하기 위해서이건 정말로 역적이었건 이들을 모두 역적으로 모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 들이 일으킨 권력 다툼을 '십상시의 난'이라고 일컫는다.


사실 후한 영제 이전에도 수많은 권신, 간신들이 등장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십상시의 난이 유독 주목 받는 것은 아무래도 '고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제하고는 아무런 노력이 없이 권력을 획득한 권신 집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한나라 시기에 과거 제도 같은 세련된 방식이 있을 리가 없으니 각자 지방의 호족 혹은 중앙의 귀족 출신의 자제들이 관료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고위 관료라면 그 자신의 능력이건 가문의 후광이건 간에 수많은 정적들을 제거하고 오른 역전의 용사나 다름없다. 그러나 환관은 고자가 되기 위한 자의적/타의적 노력 이외에는 황제 개인 수발이나 들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권력을 획득하게 되었고, 우연히 로또 맞은 고자들의 정통성의 침해라고 느껴졌으리라.


지금 대중 매체에서 나오는 소식을 들어 보면 누구는 '십상시'라고 일컫고, 누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라고 일컬으며, 누구는 '만만회' 내부의 권력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우리 현명하고 솔선을 수범하며 원칙을 지키는 부지런한 벌꿀 같은 레이디 가카께서는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잘 알겠지만, 불순한 한겨례나 세계 일보처럼 비선 조직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을 가정하고 한번 생각 해보자. 


20세기 들어 민주주의란 개념이 한반도에 흘러 들어오기 전까지 국가의 권력이란 '천명'을 받드는 왕조의 창시자가 새로이 국가를 세워 이를 왕조에 길이 전하는 것을 의미했다. 고구려의 태조 주몽은 천제의 손자이자 하백의 자손으로 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백제는 이러한 주몽의 직계 자손임을 천명하였으며, 신라는 하늘에서 백마가 운반한 알에서 깨어난 혁거세가 세운 나라임을 강조했다. 고려는 왕건의 아비인 작제건이 서해 용왕의 딸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로 용의 피가 흐른다고 주장했고, 조선은 진정한 왕씨의 혈통이 아닌 신우, 신창을 처단하고 권력을 잡은 이성계의 덕이 충만하여 공양왕으로부터 선양 받아 천명을 잇는다고 말했다.


개인주의 이전 사회에서 가문이 곧 개인의 힘을 정해 주었던 중근세 왕조 사회였기에 천명을 받은 주체는 곧 창시자 개인이었으나, 이 천명을 유지해야 할 이들은 그의 후손들이었다. 이는 중근세 왕조 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각 왕조마다 다른 왕위 계승의 법칙을 가졌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특정 가문이 대를 이어 통치하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시대에 유전자 감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통성의 확보란 현 국왕에서 내려오는 Y 염색체의 순수성이었던지라 편집증적으로 혈통의 순수성에 집착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왕조의 정통성은 아메리카 합중국 독립 전쟁과 프랑스 대혁명으로 대표되는 근대 민주주의의 시작과 함께 대부분의 나라에서 박살이 나게 된다.


민주주의 이전에도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주장하며, 잘못된 통치자는 역성 혁명으로 갈아치울 수 있다는 맹자의 주장도 있었으나 사실상 한반도 역사에서는 고려-조선 교체기 이외에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이전의 시대에 비해, 민주주의는 임기의 교체마다 정부의 수반이 바뀔 수 있는 길을 열어젖혔다.


그렇기에 이전 왕조 시대의 정통성이 천명을 부여 받은 이와 그의 Y 염색체를 이어받은 이들의 혈연 집단에 있었다면, 민주주의 시대의 정부의 정통성이란 국민들의 의지를 대리하는 선거에서의 승리에 달리게 되었다. 


물론 대선은 정당했을 것이고, 우리의 전임 제갈 명박 가카나 레이디 가카께서 절대로 야비하고 비열하게 선거를 조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지라 51.6%의 지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레이디 가카 정부의 정통성은 확고하다. 그러나 레이디 가카 정부의 정책을 입안하고 수족이 되어 실제로 실무를 해야할 각료들이, 불순한 야당의 극딜을 당하고 너덜너덜 해져서 겨우 자리에 올라 정통성의 확보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일해야 하는데, 어디서 뭐하던 놈이지도 모를 굴러먹다 남은 개뼈다구들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물론 우리의 위대한 오리지날 원조 가카의 진한 X 염색체를 이어받으신 원칙의 제왕 레이디 가카께서 그러셨을리는 없겠지만, 세월이 하 수상 하니 불순한 반동지인 한겨례와 세계 일보의 주장이 맞다는 엄청나게 말도 안되고 절대 그럴리 없는 가정을 하고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레이디 가카의 정책을 믿고 51.6%나 지지하였고, 당연히 이 정책은 국민들로부터 검증 받은 이들에 의해 행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로 비선조직이 존재한다면, 이들은 후한 시기의 대왕고자 10명처럼 그 어떠한 노력도 없이 레이디 가카의 총애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정적들을 제끼고 반동분자들의 공격에 너덜너덜해진 정식 각료들을 거세해버리는 행동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입안한 정책과 그 수행 과정에서의 결과를 놓고 평가 받아야 하는 이들이 한낱 고자 새끼한테 치여 산다면 누가 그러한 힘든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실제로 고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고자하고 말지. 


정말로 그럴 리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선출되지 않은 자들이 국정을 농단한다면 이들은 즉각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것 개인적으로는 고자가 되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레이디 가카와 열명의 고자들. 


간지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지 않은가?

  1. 조선 태종 [본문으로]
  2. 흥선 대원군과 명성황후 민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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