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상 기록적인 일이 일어났다. 


본인이 항상 답이 없다고 찬양하는 NL 계열의 이석기 의원의 RO 발언으로 통합진보당의 해체가 결정되었다. 그것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유래 없는 헌법 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의해서. 뭐 사실 대한민국에 한해서 처음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독일이나 스페인 등의 서구권 국가에서도 이전에 정당 해산이 이뤄진 적이 있다. 


독일은 나치즘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와 맑스-레닌주의를 천명했다는 이유로 이미 두 차례나 해산시킨 적이 있고, 스페인은 바스크 지역의 분리 독립을 천명하는 이들을 해산시킨 적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50년대에 이미 두 차례나 겪었는데, 나치즘으로 인해 처절하게 박살났던 과거 탓인지 나치즘에 의한 해산에 있어서는 별 잡음이 없었지만, 공산당의 해산에 있어서는 냉전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또다시 네오나치즘을 표방하는 정당이 있어서 다시 독일에서 정당 해산 청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각주:1]로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정되어 기각되었다. 그리고 이에 빡친 이들이 다시 정당 해산 청구를 넣었으며 이는 현재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도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수많은 하위법에 의해 통치되는 법치 국가 이다. 그렇기에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모든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물론 헌법은 다른 하위법에 비하면 추상적, 개념적[각주:2]이며, 하위법이 헌법의 취지에 맞지않는다고 판단된다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여 위헌 판결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재판소에서도 이러한 법조문의 판결이 아닌 실제적인 판결을 할 때가 몇 번 있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 당시 선거 결과를 살살 눈치 보다가 탄핵을 거부하여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으며, 세종시 수도 이전에 대해 서울은 관습적 수도라는 해괴한 개념을 도입하여 많은 이들의 조롱을 받기는 했지만. 


그리고 이번 판결에서 그들은 빨갱이 들의 국가 전복을 막으려는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기로 결의했으며, 그 덕분에 답이 없는 NL은 그들의 특기인 시체 팔이순교자 코스프레를 당의 차원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주의자로 보았을 때, 정말 한심스럽기 그지 없는 일이다. 이석기가 비록 통합진보당 국회 의원 신분이기는 하였으나 공개된 자료를 보았을 때, 이것이 정식 전당 대회에서 강령으로 채택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 무슨 몽상가들의 개소리 쯤으로 밖에 간주되지 않는데 이를 빌미로 삼아 정당을 해산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뒤흔드는 정도의 다음과 같은 강령을 주장하고 이의 실천을 위한 행동을 시행해야 해산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에 고령 박씨 왕조를 창건하자!


북괴 김씨 왕조의 통치 아래로 들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보자!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단순히 종북 빨갱이니까 처단해야 한다? 이미 20세기에 이루어졌던 맑스-레닌식의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으며, 정상적인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대한민국의 상황이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보다 훨씬 더 양호함을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당법에 의하면, 어차피 국회의원 총선에서 총 유효 투표수의 2% 이상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정당이 해산된다. 즉 통진당은 대한민국 시민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받으며 쓸쓸히 해산되어야 할 정당이지, 그들의 시체팔이 및 순교자 코스프레를 위한 정당 해산 심판을 받으며 해산될 정도의 가치도 없는 조직이란 말이다.


물론 이석기 같은 답이 없는 진성 NL이야 있겠지만, 그들은 치매나 조현병 같은 정신병적 영역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그들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 다른 이들의 동정을 사야할 뿐이지 법적으로 해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요즘도 거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서울대 관악 캠퍼스 중도 베토벤이나 신림동 개끄는 아줌마가 치료의 대상이지 처벌의 대상은 아니지 않는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종북 좌빨임을 물어 그들을 해산한다? 위대하신 레이디 가카의 어명으로 행정부의 한 조직이 해체되는 이러한 세상에서 과연 다음 차례는 누가될까? 이러다 의사들도 원격 진료에 반대하면 북괴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Als die Nazis die Kommunisten holten, 

나찌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habe ich geschwiegen;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ich war ja kein Kommunist.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Als sie die Sozialdemokraten einsperrten,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가둘 때, 

habe ich geschwiegen; 

나는 잠자코 있었다. 

ich war ja kein Sozialdemokrat.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Als sie die Gewerkschafter holten, 

그들이 노조에게 왔을 때 

habe ich nicht protestiert;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ich war ja kein Gewerkschafter. 

나는 노조가 아니었으니까. 


Als sie die Juden holten, 

그들이 유태인에게 왔을 때 

habe ich geschwiegen;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ich war ja kein Jude.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니까. 


Als sie mich holten, 

그들이 내게 왔을 때 

gab es keinen mehr, der protestieren konnte. 

아무도 항의해 줄 이가 남아있지 않았다. 


Martin Niemoeller



  1. 정식 수사 기관이 아닌 정보 기관에서 영장 없이 몰래 잠입하여 증거를 획득. 이를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탄압으로 주장하였으며, 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였다. [본문으로]
  2.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교통 신호 위반 법률 같은 것까지 헌법에 집어 넣는다면 속도 제한 하나 풀 때마다 개헌을 해야 한다. 즉 헌법은 국가의 통치에 대한 가장 권위 있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인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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