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뉴스 먼저.


현 서울 시장 박원순의 정책의 다수를 지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암만 생각해보아도 이 정책은 찬성하지 못하겠다.


이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 심한 부상을 입고 후송된 삼호 쥬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을 기억하시나들 모르겠다. 당시 그의 치료를 맡았던 아주대학교 병원의 이국종 교수는 환자 이송시 비용까지 자기가 책임지겠다며 한국으로 이송하였고, 우리의 위대하신 민족의 영도자셨던 제갈 명박 가카께서는 친히 문안하여 위문하셨다. 그러나 아주대 병원은 2억원을 못받고 삥을 뜯겼다. 국가적 관심사가 집중되었던 사건도 이 모양이니 정부에서 생각하는 의사의 가치란 무엇인지 여실히 알 수 있었던 사건이다. 환자나 치료하며 웽알거리는 하얀 껍데기의 똥파리 정도?


그리고 이는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왜곡된 의료 수가로 인한 경제적 문제로 병원 측이 조치를 취하면 돈으로 값을 치를 수 없는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데 돈이나 밝히는 속물로 매도받고, 의료 사고가 나면 과실이 있건 없건 막대한 거금으로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 하다못해 산부인과는 과실이 없어도 니들이 돈내라라며 삥을 뜯기고 있는 형국이다. 진보 쪽은 아예 무상의료 운동본부를 차려서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고.


하얀 껍데기의 똥파리로서 생각해본다면 박원순 시장의 이 정책은 의도 좋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응급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자는 뜻일 것이다. 물론 좋은 뜻이다. 의사가 사람이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집에 돈이 썩어 넘쳐서 놀기는 뭣하니 취미 생활삼아 진료 보시는 몇몇분들을 제외하면 의사는 다른 모든 국민들과 같은 생활이다. 우화등선하여 솔잎에 달린 이슬이나 빨아먹고 사는 도인이 아니라, 당장 가족을 건사하고 줄어든 연말정산에 빡쳐하는 땅바닥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전문직이 그렇겠지만, 의사들의 경우 자신의 결정에 따라 막대한 신체적/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는 직업인지라 원칙적으로는 항상 신체적/정신적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채로 진료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디 현실이 그렇던가?


2차 병원, 3차 병원의 톱니 바퀴로 굴려가는 전공의는 정부가 인정한 공식적 노예로 주당 80시간까지 근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는 이전보다는 진보한 상태이다. 게다가 저건 공식적 근무 시간이고 실제로는 이중 당직표 등을 통해서 80시간을 거뜬히 뛰어넘는 근무를 하고 있다[각주:1]


그런데 자발적이라고 딱지를 붙여놓기는 했지만 근무 외 시간에도 저런 연락을 대기타라고? 무슨 의사가 노예냐? 아님 요즘 유행하는 열정 페이를 서울시에서 지불하겠다는건가? 한밤중에 연락와서 잠못자고 설쳐서 그 다음날 진료에 영향을 준다면 서울시에서 보상할 것인가? 아니 그런 고차원적인 후유증까지 꺼내지 말도록 하자. 당장 국가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석해균 선장 건도 정부에서는 배째라면서 뻗대는 형국인데, 병원도 아니고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부실한 상태에서 만약 의료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거기에 대한 민형사적 책임을 면제해주기는 할 것인가?


자발적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웃기고 있네. 보나마나 서울시 내의 모든 시립 병원을 비롯한 국공립 의료 기관의 의사들에게 자발의 탈을 쓴 강제를 할 것이다. 마치 고등학교 때의 야간 자율 학습 처럼.


더군다나 아직까지는 의사들이 그나마 먹고 살 만한 축에 속하는지라 흔히 말하는 집값 싼 안좋은 동네[각주:2]에는 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른 차별을 조장하겠다는 것인가?


내가 이 것보다 더 좋은 해결책 하나 알려 준다. 그냥 서울시에 살고 있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응급 구조사 자격증을 따도록 교육시켜라. 2014년 12월 11일에 작성된 서울시 문건 보니까 거의 4만명 가까이 되더라. 어차피 서울 시내에 넘쳐나는 것이 병원이고, 급한 응급 처치 이후 빨리 이송시키는 것이 흔히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골든 타임 맞추기에 훨씬 더 적합하다. 1급 응급 구조사 말고 2급 응급 구조까지만이라도 교육시켜서 써먹는 것이 의사들 부르는 것보다 효율적인 면에서는 더 뛰어날 것이다. 어차피 전국에 있는 의사 다 합쳐봤자 12만명이 안되고, 서울시에 있는 의사는 계산해보니까 37000명 정도더라. 실제 활동하는 숫자는 더 적을 것이고. 더군다나 비슷비슷한 곳에 몰려 살 가능성이 높은 의사보다야 여러 곳에서 퍼져 살 가능성이 높은 서울 내 공무원들 교육시키는 것이 더 좋지 않겠나?


고생은 의사에게 생색은 서울시에게? 


이젠 의사까지 열정 페이로 착취하는 구나.



민원 접수 했다.



  1. 물론 개업의나 봉직의들은 선택한 전공 과목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상황이 낫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등은 전문의들이 자신의 전문의 자격을 포기하고 미용 성형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내가 근무하는 병원도 외과 전문의가 제대로 외과 진료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안되서 응급실 당직을 하고 있는 형편이니. [본문으로]
  2. 물론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 선택은 아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