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고등학교의 교감이 인터넷 상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있다. 요약하자면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에게 교감이 '내일부터 학교 오지 말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 라고 급식소 앞에서 공개적으로 타박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실제로 막말을 하지는 않았다는 반론도 있어 명확한 진실을 밝히기는 좀 더 시간을 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지방 선거 때부터 이어져 오던 무상 급식 찬반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하기 전에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놓고자 한다.  

 

사실 본인은 급식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다.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생으로 아직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울산 지역에서는 거의 최초로 급식 시범 학교로 지정되었다. 이미 20여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내가 돈을 냈던가 내지 않았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에는 무상 급식은 커녕 급식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하던 모두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던 시기였으니 당연히 급식비는 따로 냈으리라. 

 

물론 영양사가 있었고, 영양학적 관점으로는 훌륭한 식사였을 것이라고 추정 해본다. 나름 시범학교였으니 교육청에서도 관심이 많았을 것이고. 그러나 그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나에게 있어서 가장 고역이었던 것은 급식의 맛이었다. 이미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치닫는 지금에야 딱히 가리는 음식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당시 국민학생이 지금처럼 무엇이든 잘 먹었겠는가? 더군다나 재료비 절감의 목적인지, 영양사가 고르는 방법을 모르는 것인지, 납품업체의 농간인지, 그도 아니면 단순히 조리를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선 조림에서는 비린내가 심하게 났고 몇번 나오지도 않는 돈까스 같은 반찬은 소스에 절여져서 튀김옷과 고기가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가장 무시무시했던 것은 김치였다. 

 

사실 나는 지금도 영남 지방의 짠 김치는 잘 못 먹는다. 그나마 요즘에야 김치 공장의 증가와 함께 중국산 김치의 수입으로 인해 식당에서도 다 사서 쓰는지라 전국 어디가도 김치 맛이 식당 한정으로는 거의 평준화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김치는 집에서 김장해서 담그는 것이 상식이었고, 그렇게 짜지 않게 먹던 집에서의 식사와는 다르게 학교 급식소의 김치는 내 입맛에는 너무나도 짜서 먹을 수 없었다. 그리고 조리사들은 그런 나에게 김치를 마구 퍼다 주었다.  

 

더군다나 요즘에도 흔한 김치에 대한 알 수 없는 맹신[각주:1]으로 인해 김치는 무조건 다 쳐먹어야 하는 반찬이었다. 잔반통 앞에서 영양사가 지키면서 김치를 먹었나 안먹었나 감시를 하고 있었으니까. 먹지 않은게 걸렸으면 국그릇에 섞어 넣은 김치도 다 쳐먹으라고 했으니 이건 음식 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죽하면 중학교 진학시 가장 좋았던 점이 도시락을 싸가는 것이었을까? 

 

다행히 중학교에서는 도시락을 싸들고 다닐 수 있었고, 3학년 말에 외부 업체 위탁 도시락 급식이 들어왔으나 이미 졸업을 앞둔 마당이라 '니들이나 쳐먹어라 병신들아 ㅗ^_^ㅗ' 이러면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도 도시락을 먹게 되었는데 이 급식의 악몽이 급식소의 건설과 함께 다시 시작되었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두 손 들고 만세를 부르셨고. 

 

그나마 나이가 먹어서인지 아니면 급식이라는 것이 거의 울산 시내 전 학교마다 보급되던 막바지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전보다는 충분히 먹을 만했다. 물론 시궁창에서 건져온 것인지 궁금한 비릿한 생선 조림은 여전했지만. 더군다나 매점이 있어서 컵라면과 햄버거라는 선택지도 있었으니 그냥 저냥 지낼만 했다. 

 

이렇게 단체 급식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학을 떼던 본인이지만, 그나마 이에 대한 생각이 개선된 것이 대학교 때 이다. 물론 아주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 식당이나, 병원 내 직원 식당이 가격 대비 먹을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며, 울산 만큼 전반적으로 음식이 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학생 개개인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각주:2]. 대학처럼 학생 식당 형식으로 만들어서 사먹고 싶으면 사먹든가, 아니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든가, 그것도 아니면 매점에서 사먹든가 하는 자율성을 띄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 혹은 복지와 관련되어 모든 학생들이 의무 급식을 해야만 한다면, 그 형태는 흔히 말하는 무상 급식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경제 정의적 도리상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은 이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도, 책임을 질 수 있는 권리도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된다?' 솔직히 말해보자. 다 똑같이 생긴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집안 경제 수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가? 쟤는 무슨 신발 신더라, 쟤는 어디 살더라, 쟤는 아빠 차가 뭐더라 이런 것으로 이미 집안의 경제적 수준에 대해서는 다 짐작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애들도 알 거 다 안다. 정말로 빈부 격차를 학창 생활 내에서 느끼지 못하게 하려면 기숙사에 가둬 놓고 의복부터 필기구까지 모두 일괄 지급해야지 군대처럼. 빈부 격차니 위화감 조성이니 다 좆까라 그래라.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한 이것은 피할 수 없다.  

 

무상 급식 형태의 의무 급식을 주장하는 것은, 단지 미성년자인 만큼 급식비를 벌어서 낼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완전 자율에 맡기지 않고 무조건 의무 급식을 해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면, 원칙적으로는 급식의 수혜자인 학생이 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직 미성년자이므로 학생은 급식비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부모의 경제적 무능력을 책임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의무급식이 된 상황에서 부모가 돈이 없어서 못내면 굶는 것은 이미 사라진 형법상 연좌제와 차이가 무엇인가? 

 

물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선별적 복지 어쩌구 주장하면서 그 돈으로 가난한 집 학생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흔히 말하는 '이건희 손자론'이다. 세금으로 이건희 손자에게까지 무상으로 급식을 지원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문하겠다. 이건희건 이재용이건 내가 갑자기 대박을 쳐서 그 정도 급의 갑부가 되지 않는 한 내가 평생 낼 세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냈던 것은 분명하다. 그 정도로 세금을 납부했는데 겨우 그 정도 혜택을 주지 못할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혜택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다른 모든 학생들과 동등한 혜택을 주자는 것인데. 이건 세금을 내지 말라고 주장하는 국가 반역자도 아니고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뿌리채 뒤흔드려는 종북임이 틀림없다. 

 

백보 양보해서 부자에게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가정하자. 물론 이건희 손자 정도라면 용돈의 단위도 남들과는 다를 것이고 증여 등을 통해서 얻은 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건희 손자야 급식비 따위 낼 수 있는 사람이니 돈을 낸다고 치자. 그렇다면 만약에 할아버지가 이건희 만큼은 안되도 충분한 부자이고, 아버지도 상당한 재력가인데 자기 자식에게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땡전한푼 주지 않겠다는 상황이면 어찌되는가?  

 

이건희 손자야 자기 재산에서 깐다고 쳐도 돈 한푼 없는 재력가 자식은? 빚을 내야만 하나? 뭐 좋다 재력가 자식이야 아버지가 대신 내 준다고 치자. 그럼 선별적 복지를 받을 수 있는 한도는 어떻게 정하나? 아니 간단히 예를 들어 월 수입 100만원이라고 치자. 재수 없이 101만원을 받는 사람은 급식비를 내야 하는가? 그럼 100만원 받는 사람보다 가처분 소득은 더 줄 것인데 역차별 아닌가? 이것은 대한민국 급여의 하향 평준화를 노려 경제적 활력을 빼앗으려는 종북의 음모임이 틀림없다. 

 

다시 이건희 손자론으로 돌아가보자. 만약 이건희 손자가 군대를 간다면 군대 내에서의 밥도 공짜로 먹여줘야하는가? 군대내 짬밥은 세금 아닌가? 만약 이건희 손자가 짬밥을 돈주고 사먹는다 치자. 아까 말한 땡전한푼 없는 재력가 자식은? 성인이니까 군대에 있을 동안 빚을 내야하나?  

 

선별적 복지를 하자는 주장에 따라 각 가계마다 소득을 산출하여 분석하고 누구는 해당자, 누구는 해당되지 않는 자 분류하는 것이 행정적으로 효율적인가? 뭐 조직을 키우려는 공무원의 입장에서야 좋겠지만, 세금을 내는 납세자 입장에서 이는 비효율적인 행정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왜 저런 귀찮은 짓을 하는가? 우리에게는 또 다른 방법이 있지 않는가. 내는 기분은 좆같지만 내지 않을 수 없는 세금이라는 방법이. 

 

그냥 무상급식 형태로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는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밥을 먹이면 된다. 그리고 선별적 복지 원칙에 따라 세금을 걷을 때 이에 따른 조세 항목을 따로 만들어서 추가로 더 걷으면 된다. 물론 내는 입장에서는 좆같지. 그래도 저게 맞다고 본다. 이건희에게 한 200만원 더 뜯어내고, 빈곤층에게는 추가로 더 안 뜯어서 급식비 맞추면 그야말로 선별적 복지가 아닌가! 왜 자꾸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가려하나?  

 

그냥 밥먹고 후불제로 돈 걷자. 우리에게는 고유로 내려오는 아름다운 말도 있지 않는가? 

 

'밥 먹고 합시다.'

  1.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의하면 김치만 먹으면 만수 무강할 기세이다. 사실 김치는 과도한 나트륨 함량과 캡사이신 성분으로 인해 건강상 좋은 음식은 절대 아니다. 차라리 백김치면 몰라도. [본문으로]
  2. 물론 이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본인이 자유주의자인 면도 있으리라고 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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