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우의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한 장이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전장의 효시를 울렸다.


성우 김자연씨는 넥슨 사의 게임 중 한 캐릭터를 연기하였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출연료)는 받았으나, 메갈리아 지지자라는 이유로 넥슨 사의 주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항의를 하자 넥슨에서 녹음한 목소리는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부당 해고라며 넥슨 보이콧 운동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졌고, 특히 웹툰 작가들이 이에 호응하며 전장은 확대된다. 급기야는 이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웹툰 규제에 반대하는 운동이었던 'No cut' 캠페인을 비틀어 웹툰 규제에 찬성한다는 'Yes cut' 캠페인까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점차 전장은 확대된다. 정의당 문예위에서 메갈리아를 지지하며 참전을 선언[각주:1]하고, 이에 한겨례와 그 산하 기관인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경향[각주:2], 오마이뉴스 등의 소위 진보 언론 매체가 화력을 뒷받침 하였다. 


그리고 정의당의 구성원들은 또 다른 방식의 저항을 시작한다. 내전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총선때 정의당에 비례를 준 자신들이 어리석었다는 신앙 고백(?)이 각 인터넷 게시판을 줄줄이 장식하고, 당원이었던 이들의 일부는 정의당 게시판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또 다른 일부는 탈당계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당황한 정의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문예위의 논평을 철회시켰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또 다른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메갈리아가 무엇이길래 이전 중화민국시절 국공합작을 떠올리게 하는 각 인터넷 커뮤니티간 대통합전선이 발생했는가?


메갈리아의 태초는 DC inside의 메르스 갤러리로 알려져있다[각주:3]. 이전 메르스 사태 때 홍콩에서 격리를 거부하고 탈출했다가 연행되었다고 알려진 여성 2명의 사진이 인터넷 상에 떠돌아다니고, 메르스 갤러리에서 '김치녀' 드립을 치고 있었는데 의사소통의 오해로 발생한 일이라는 자초지종이 알려지자 이에 격분한 여초 커뮤니티에서 '미러링'을 시작했다고 메갈리아 측에서는 주장한다. 반대로 메르스 갤러리 개설 13분만에 남성 혐오글이 작성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어찌되었건 메르스 갤러리가 그 시초가 되었음은 틀림이 없다. 이후 메르스 갤러리는 온갖 패드립이 난무하는 막장의 성전으로 자리잡고, DC inside의 김유식도 혀를 내두를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메르스 갤러리의 상주 인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커뮤니티 사이트가 만들어진다. '메르스'와 '이갈리아의 딸들'을 합친 메갈리아가 그 것이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노르웨이의 페미니스트 Gerd Mjøen Brantenberg가 1970년대에 집필한 소설로 가모장제 사회를 가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며 현재 가부장적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잘못되었는지를 고발한 소설이다. 여기에서 착안한 메갈리아는 일베등을 비롯한 여성혐오 게시물의 성별을 바꿔서 '미러링'이라 칭하였다. 이런 식의 충격 요법이 분명 단기간 내에는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음에는 동의한다. 실제로 메갈리아 출범 초기 이러한 시도가 기존 여성 운동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단기간의 충격요법으로 끝이 났어야 할 '미러링'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전반적인 남성 혐오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서브컬처 계에서 통용되는 가장 유명한 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어구[각주:4]처럼, 초기 대한민국 사회 내에 만연해있던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고발하고자 택했던 '미러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순한 남성에 대한 공격의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결국 메갈리아는 여성판 일베라는 또 다른 괴물이 되고 말았다.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이들은 있기 마련이고, 자유주의자로서 그 극단의 의견도 사회에 표출될 수 있다고 여기는 입장으로서 여기에는 별 불만이 없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경축 흉탄절'이라고 떠들던 '중력절'이라 떠들건 그것이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각주:5]이라면 이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고 한 바 있고, 지금도 이러한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문제는 이 '여성판 일베'는 원본 '일베'와 마찬가지로 약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있으며, 이에 대한 아무런 여과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동 폭행을 자랑스레 인증하는 글이나, 아동 성애에 대한 기호를 자랑스레 인증하거나, 남성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심지어는 똥꼬충들 아웃팅 시켰다며 희희낙락하는 등 기존 '일베'의 반인륜적 행태를 그대로 옮겨왔다. 뭐 이에 대해서도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각기 다양하고 모든 의견은 표출될 수 있으므로.


그러나 전제 조건이 있다. 본인이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한다는 극히 간단한 전제 조건이다. 정신 나간 아동 성애자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아 따먹고 싶다'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처벌은 못하지만, "아 따먹고 싶다!"라고 발언을 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머릿속으로는 쓰리썸을 하건 포썸을 하건 제한이 없지만, 무인도에서 혼자 살고 있지 않는 한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건 표현될 때에는 사회적, 법적인재가 가해지는 것이다. 사상의 표현이라는 것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시행되는 것이므로, 영향받은 타인은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것이 공적 영역에서의 표현이라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인 중 한명으로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으로 받아들여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자신의 오른손을 왼손이 억제하는 것과 같은 자기 모순과 같지만, 사적 영역에서의 표현이라면 자신이 날린 주먹만큼 얻어 맞아야 할 각오를 해야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태가 공당의 영역으로 침투해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전 언급한 바와 같이 공화-민정-민자-한나라-새누리 계의 수구 정당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로서, 국민승리 21, 민주노동당, 사회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의 진보 정당의 관점은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관점이 사회의 발전 가능성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으며, 통진당 해산 결정도 정치적 탄압이라며 반대를 했었다[각주:6]. 그러나 지금 사태에서 보이는 그들의 현실은 미 실패한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계급 논리에 기반을 둔 진영 대결의 장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판단을 내리게 한다.


정의당의 심상정 상임대표는 정의당 자유 게시판에 입장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정의당에 상당한 비율로 호감을 표하고 지난 총선 때에는당한 재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는 다음과 같이 비틀었다.


언니다.


젠더 문제다.


당비내라.


이에 한겨, 경향 등이 지속적으로 불을 지피고, jtbc 마저도 메갈이 아니면 일베라는 양극단의 흑백 논리를 펼치며 이젠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은 도저히 풀 길 없는 수렁으로 빠져가고 있다. 아마도 이 사태로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는 온라인 상의 여론은 진보 정당에 큰 회의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며, 비약하면 일베와 더불어 사회의 우경화에 큰 기여를 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시민들의 결정을 내리고, 그 책임을 분담한다는 것이다. 후세가 보기에 말도 안되는 결정을 내렸어도, 그 책임을 나눠지기에 이 제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물론 큰 사회적 흐름에 반대하는 비주류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고, 때로 이 비주류의 목소리가 주류의 폭주를 막아서며 진보를 이룩해왔던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회의 진보는 아직 냉전시대의 진영 논리에서 발전하지 못한 이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난 통진당 사태 때 경기 동부 연합이 보여주었고, 여성 운동계에 있어서도 이들의 시각은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극단적 흑백 논리로만 무장된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드러냈다. 심지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은 무작정 적으로 낙인찍는 실수를 범하여, 자신의 지지자들마저 등돌리게 만드는 삽질을 태연히 하고 있다.


본인은 'Yes cut' 캠페인이 성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구속하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공적 영역에서 페미니스트 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발언하는 것을 멈추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한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메갈리아에서 그 어떠한 발언을 하던 간에 그 들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공적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에서 범죄의 영역에 들어섰다면 마땅히 이에 대한 형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져야하는 유일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 사태를 논평한 가장 직설적인 트윗 하나로 글을 마무리한다.


"모두가 일베와 싸울 때 일베 따라한 등신은 메갈뿐이야"



  1. 현재는 중앙당에서 논평을 철회하여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본문으로]
  2. 이전부터 기획 기사로 어느 정도 메갈리아의 입장을 대변하였다. [본문으로]
  3. 메갈리아의 주장과 이에 대한 반박을 정리한 블로그 게시물이다. [본문으로]
  4.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 "선악의 저편': 잠언과 간주곡 146 [본문으로]
  5. 혹은 비난이라고 할 지라도. [본문으로]
  6. 본인은 공당이 사라지는 방법은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 지지를 얻지 못해서 해산되는 방법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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