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번 파업에 대한 고찰

이번 파업은 기존 의사들 파업때와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기존 의약분업 파업때는 전공의는 물론이고 1차의원 등등에서도 거의 참여를 하는 양상이 보였고, 원격의료 관련 파업[각주:1]때는 거의 1차의원이 다수였던 반면, 이번 파업때는 전공의들이 오히려 날뛰고 1-2차 의료기관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다. 왜 그럴까?


5-1. 개업가에 대한 고찰

개업가의 오너들은 사실 이번 파업이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로 격감한 매출이 문제다. 필지만 해도 3차병원에 있지만 외래의 신환 및 재진 환자가 많이 줄었고, 이에 따라 수술 건수 자체가 많이 줄어들어 수술 대기 기간이 굉장히 짧아졌다. 그나마 방역이 그 와중에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 다시 서서히 늘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지금 개업가의 오너들은 죽을 맛일 거다.

코로나로 인해 개인 방역이 철저해지면서 감기로 먹고 사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의 통칭 감기과들은 매출이 급감한 상태고, 정형외과 같은 곳들도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모든 수술과 치료를 뒤로 미루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 와중에 전광훈을 필두로 하는 극우 개신교 시위로 또다시 코로나 환자가 폭증할 기미를 보이고 있으니 아마 내가 원장이라면 정말 패죽이고 싶을게다. 그런데 파업? 어차피 안되는거 접겠다라는 마음가짐 아니면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 괜히 했다가 주변 환자들에게 찍히면 망할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지금부터 추진해도 10년뒤. 나이 있으신 분들은 슬슬 병원접을 때고, 지금 진입하신 분들도 그 정도면 자리를 잡았을 때다. 사실 그러다보니 별 관심이 없다.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병원의 오너라서 봉직의를 여럿 고용하는 입장이라면 이번 정부 방안을 환영할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의사들 몸값은 어느 정도 떨어질 것 같으니까.


5-2. 전공의 및 의대생에 대한 고찰

지금 전공의, 그리고 의대생들은 아마 가장 위기 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당장 선배들 처럼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 숫자가 늘어나고 첩약 급여화 등으로 건강보험에 숫가락을 얹는 곳이 더 많아지면 더 수가가 칼질당할까봐 겁먹고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 기피과 레지던트들, 여러 의학 드라마에서 영웅으로 치켜세워주고 코로나 방역의 선별 진료소에서 일하던 레지던트들이 지금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일을 줄여준다는데 도대체 왜?


상식적인 상황에서 현재의 인력으로 도저히 일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몰릴 때의 해결책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1. 일감을 줄인다', '2. 인력을 늘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의사들 외 대다수의 경영자들도 들어오는 일감을 줄이고 싶어하진 않을 거다. 물론 이윤이 별로 남지 않는 일은 쳐내고 관리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 들어와있는 일을 더 줄이고 싶어하진 않을테니까. 그럼 상식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은 인력을 늘리는 것이 된다. 물론 인력을 늘리면 인건비 외에도 여러 추가 비용[각주:2]이 들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여기에 대해 계산기를 두들겨본 후 인력 추가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보다 늘어나는 일감을 처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인력을 늘리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해결책이 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고 다른 산업계열도 마찬가지인 제3의 길. 바로 '현재 인력을 갈아 넣는 것'이다. 야근을 밥먹듯이 시키거나, 비정규직을 고용[각주:3]하여 언제든지 짜를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아마도 법의 제제가 없다면 가장 경영자들이 선호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를 반대하고, 이를 반영한 것이 주5일제 40시간 근무 최대 52시간 근무 제한 총량제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영자는 한줌이고 노동자가 대다수니까.


이렇게 법으로 강제하게되면 결국 고용주는 어쩔 수 없이 위의 두가지 방법 중 1개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일이 의료계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바로 전공의 특별법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공의는 정말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필자가 전공의 생활을 시작했던 대략 약 10여년전만해도 전공의 특별법? 그건 먹는 건가요? 같은 반응이었고, 1-2년차때는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날이 더 많았다. 어차피 2-3시간 잘바에는 출퇴근 시간이라도 아껴서 30분이라도 더 자려고. 그래서 항상 토요일 오후에 집에가서 밀린 빨라를 하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 세탁한 옷가지 들을 캐리어에 넣고 병원 당직실에 풀어 놓았다.


"라떼는 말이야~" 같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나는 힘들었었고, 나보다 먼저 수련을 받았던 선배들은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며, 지금 전공의들은 어쨌든 나보다는 편하지만 이게 옳은 일은 아니니까. 시대의 흐름을 볼 때 분명 이렇게 가는 것이 맞다. 나는 의사들도 다른 직종처럼 주40시간 근무 최대 52시간  제한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보다 의사를 2배 더 뽑으면 해결이 될까?


물론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것이다. 정해진 일을 1명이 하다가 2명이 하게되면 당연히 개인에 가해지는 일의 총량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다. 이는 바로 의사를 2배 더 뽑으면 전공의 지원도 현재 비율 그대로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앞서도 들었던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내가 오늘 면허를 막 발급받고 수련을 안 마친 일반의라도 뇌수술을 집도하는 것에는 아무런 법적 제제가 없는 것 처럼,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을 경우 대부분의 의료 행위를 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각주:4]. 이는 의과대학의 목표가 전반적인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일반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사 과정을 두었기 때문으로, 이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각주:5]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럼 다시 의대정원을 2배로 늘렸다고 가정해보자. 앞서도 말했지만 일반의의 진료를 받고 싶어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고, 현재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목표 중 하나가 기피과 인력 해소이므로 전공의 TO도 아마 2배로 늘릴 것이다. 그럼 문제 해결? 짜잔 여전히 가고 있지 않습니다.


아까 흉부외과가 기피과라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기피과를 넘어 거의 소멸 단계로 가고 있는 과가 하나 있으니 바로 핵의학과다. 그 외에도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과들이 있지만, 실제로 TO를 늘렸다가 미달되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곳이 이곳이니 여기만 파보자. 아마 의료계통 종사자들을 제외하면 뭐하는 곳인지도 거의 모를 곳이 핵의학과일 것인데, PET 같은 검사를 하고, 방사선 동위원소 등을 주입하여 치료를 하는 곳이다. 즉, 방사능 물질을 다루는 의학계통이라고 보면 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핵의학과 개업은 절대 불가능하다. 만약 여러분 아파트 상가에 핵의학과 의원이 들어왔는데 방사능 물질 차폐 관리가 안되서 주변으로 방사능이 퍼졌다고 생각해봐라. 개업이 되겠는가?


따라서 핵의학과는 어지간한 2차병원에도 거의 존재하지 않고, 3차병원 급 이상에서만 핵의학과 의사로서 진료를 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애초에 자리가 포화상태인데, 2019년 정규 전공의 TO 20명에 이전부터 미달난 TO 12개를 받아서 32개를 만들었었다. 그리고 결과는? 전국 다 합쳐서 2명 지원. 이 정도면 레지던트가 아니라 예전 무협지의 정파 공동 제자급이다. 아쉽게도 2020년 전문의 시험 때 떨어지신 1분[각주:6]께는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 전국의 핵의학과 교수님들은 아마 그 친구 이름이랑 얼굴까지도 다 알고 계실 듯 하다.


전공의 TO 늘렸더니 기피과 지원이 늘었나? 의대 정원을 2배로 늘려도 지금 기피과는 여전히 기피과일 것이다. 문제는 의사 인력의 숫자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없다는 것이다. 자꾸 흉부외과를 예로 들어서 죄송스럽지만, 흉부외과 지원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흉부외과 자리를 강제로 만드는 것 말고는 없다. 모든 3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흉부외과를 비롯한 산부인과, 외과 등 기피과 전문의 채용이 필수이며, 24시간 응급환자 대기를 위해서 4명씩 채용하라고 한다면 사상 초유의 병협[각주:7] 주도 파업과 의협 주도 진료 지속 시위의 대결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매사를 오컴의 면도날로 쓱쓱 썰어서 명쾌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병협 파업 때려잡고 법적으로 강제하면 되겠네! 미안하지만 안될거다 아마. 일부 규모가 있는 중형 종합병원 이상은 꾸역꾸역 따라갈 수도 있겠지만 어중간한 규모의 병원들은 그냥 병상수를 줄이고, 산후 조리원이나 검진 센터 등으로 바꿔서 저 기준을 회피하려고 할거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늘어나는 자리는 많아봤자 2자리 숫자 초반 정도? 병원도 사유재산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럼 또다른 방안은? 국가에서 공공의료기관을 적극 확충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만약 일정이상 규모의 지자체마다 국가에서 공공의료원을 만들고, 흔히 말하는 기피과 전문의의 자리를 만든다음 최소 3교대 이상은 가능하도록 4명 이상 자리를 확보하라고 하고 이를 정규직 혹은 이에 준하는 무기 계약직으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기피과 문제는 상당수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함정이 있다. 돈이 겁나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의사들 조져서 월급까면 되지 않냐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지금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이 누워 계시는 그 분이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ECMO는 아마도 평생동안 내 돈으로 살 수 없을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얼핏 언급하긴 했지만 의료 장비들은 상식을 초월하는 가격을 자랑하고, 개인 의원급이 아니라 3차 종합병원쯤되면 시설 관리비가 의사 인건비는 압도적으로 뛰어 넘는다.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 월급까지 탈탈 털어도 아마 운영하려면 세금 꽤나 빠질거다.


몇년전 홍찍자지 선생님께서 도지사를 하시던 시절, 경남 진주에 있던 의료원을 없앤적이 있다. 수익이 안나고 운영이 방만하여 도민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이유에서다. 맞다 회계 장부만 보면 대다수의 공공의료원은 그냥 돈먹는 하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집 앞에 병원이 있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병이 위중하다고 자신이 판단하면 흔히 말하는 big 5 병원으로 몰려간다. KTX 이후로 워낙 지방의 서울 접근성이 높아지기도 했고,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수도권 몰빵은 의료계도 피해가지 못했으므로. 당연히 환자는 경증 환자 일부만 제외하고 지방의 의료원에는 가지 않는다. 당연히 적자는 누적될 것이고, 코로나 사태 같은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매일 정치인들의 공세에 시달릴 것이다. "그렇게 돈을 많이 들이는데 진료를 이것밖에 못보는 것이 말이 되냐!"


이를 해결하려면 어중간한 규모의 병원으로는 불가능하다. 못해도 각 도마다 1개 이상씩 big 5 병원급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공공의료원을 만들고, 아무리 세금이 줄줄 새더라도 이를 최소 10여년 이상은 지원해야한다. 그리고 의료 전달 체계를 바꿔서 지금 big 5 병원이라고 하는 것은 4차 의료기관으로 바꾸고, 4차 의료기관을 가려면 3차 의료기관의 전원소견서를 가지고 가던지 아니면 본인부담금을 거의 100%에 가깝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big 5 병원에 가고 있는 환자들은 기준에 안맞으면 새로 건설한 지역의 3차 의료기관으로 가도록 지역할당을 해야 하고.


여러분이 정치인이라면 이 것 할 수 있겠는가? 지금도 곧 죽을 병이라고 하면 big 5 문턱이라도 밟아보고자 대기하는 환자가 줄을 서있고, 수술받아야 된다고 하면 못믿겠다며 1차 의료기관 전원소견서를 달라고 해서 수술해도 되는 상황인지 알아보겠다며 외래로 오는 사람이 절반 이상인 상황에서? 세금을 때려붓거나 건보료를 왕창 상승시켜놓고 경상남도 사는 사람은 무조건 경남의료원에서 진료를 봐야하고, 서울대병원가려면 거기서 소견서를 때가던가 아니면 모든 진료를 건보 지원 없이 보라고 한다면, 그 정권은 다음 선거때 소멸하고 서울 공화국의 주범이라면서 최소 100년 이상은 집권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꺼낸 카드가 의대 정원 확충이다. 1년에 400명, 10년간 4000명 한시적 인원 증가. 지금 의대생 및 전공의 입장에서 400명 증원은 현 정원의 10% 이상 증원하는 것이니 불만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의사수가 13만명을 넘어간 상태에서 절대적인 숫자로는 당연히 크지 않고 아마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4000명 늘려놓으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는 아무것도 해결 안된다. 이 사람들이 일할 자리가 있어야 된다니까? 시설 빵빵한. 그냥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의대 교수 자제분들과 흔히 말하는 고위공무직 및 정치인 자제들의 마음만 설렐뿐이지.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베상의 자제분도 황제 학생 인턴쉽을 하시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는 기피과 전공의들에게는 목에 칼을 들이댄 것과 다름없다. 국가에서 세금을 때려붓기는 싫으니까 전공의 숫자 늘려놓으면 누군가 1명은 가겠지라는 정책은 지금 기피과 전공의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절대 니들 전문의 자리는 안늘어나니까 알아서 잘 살아봐 ^^'라고 하는 것과 같다. 왜냐고? 만약 전공의 인원이 어떻게든 충원이 된다면 이는 전문의를 뽑지 않을 동력이 될 것이고, 충원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경쟁자만 늘어나는 것이니까. 기피과 전공의는 미래를 위해서라면 지금 전공의 TO를 줄여야 그나마 나중에라도 전문의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8].


6. 정리 및 망상

앞서 본 것 처럼 의사는 직역마다, 일하는 의료기관의 급수마다, 고용 상태에 따라, 그리고 전공과목에 따라 수백개의 입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번 파업의 양상이 전공의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책도 있지만 점차 젊은 세대쪽으로 내려갈 수록 이전과 같은 강압적인 방법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이전에는 의사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어느 정도 무형의 선이 있었다면 젊은 세대로 갈 수록 "1주에 80시간씩 일하라고? 끝나면 돈은 얼마나 받는데? 사명감을 가지라고? 전공 못살리고 피부, 미용, 비만해야 된다는데? ㅋㅋㅋ 좆까 그럴꺼면 그냥 처음부터 수련안받고 간다 ㅋㅋㅋ" 이렇게 될 것이다. 추가 근무 시켰다고 교육 수련부에 인턴이 민원을 넣고, 그것을 처리하는 것이 현재 병원의 일상이다. 코로나 선별진료소 근무에 인턴을 투입한다고하면 "다른 병원은 레지던트가 하던데요?"라고 반문하는 것이 현실이고.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흐름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늦던 빠르던 언젠가는 오게될 시대의 흐름이고, 다른 모든 직종에서도 정도의 차이일 뿐 이런 현상은 벌어지고 있으니까. "Latte is horse."가 괜히 나온 밈이겠는가.


현재의 상황을 내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조합한 망상을 기본으로 소설을 써보자면, 사실 이번 의대정원 증가 관련 파업은 의전원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본다. 의대생들 중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은 인턴 수련 신청을 할 때 보통 의무사관후보생 등록을 같이 하게 된다. 다른건 아니고 '너 님은 이제 의사니까 군대는 일반 병사로는 못가고 3년간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가야됨 ㅋ' 라고 통보하는 절차에 가깝다[각주:9].


그런데 의전원이 되면서 의대는 예전과 달리 군대를 이미 다녀온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싸이 같은 한군두가 있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고, 이미 국방의 의무를 다한 사람들을 다시 군대로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의과대학의 입학 성비 중 여성의 비율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올라섰고. 만약 여자 의사만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보낸다고 하면 Giris can do anything 하시는 분들 부터 들고 일어나서 위헌 소송이 줄을 설거다. 반대로 여자도 이번 기회에 군대가야된다고 역으로도 위헌 소송이 발생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군의관 인력이 부족해지니 국방부는 보건복지부에 통보한다. "야! 우리 군의관 숫자 모자란다. 니들한테 보내던 공보의 못주겠다." 보건복지부는 "우리 보건지소 다 닫아야되 그럼. 거기 딸린 인원이 얼만데!"라고 답했을 거고, 국방부는 다시 "응~ 그건 니네 알아서 하시구요~ 군대가 있어야 나라를 지키지 보건지소가 우리랑 뭔 상관?"이라고 했지 싶다. 당연히 보건복지부는 본전도 못찾고 털렸고[각주:10], 통밥을 굴리다가 묘책을 발견했다. '10년간 400명 더 뽑고 수련기간 거친 다음에 한 3년만 써먹어도 공보의가 해결되네? 오케이 이대로 간다.'


설마 저 시나리오는 아니었길 바란다.
국가 보건 정책 수립을 저런 빡대가리가 결정한다는 것은 의사에게도 동료 시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니까.


  1. 지금은 구치소에 계신 꽃중의 꽃 삼청동 박여사님 집권시절이시다. 별로 언론에서 다뤄주지는 않았지만. [본문으로]
  2. 4대보험은 인건비에 퉁친다고 하고, 최소 책상은 있어야 할테고, 하다못해 사원증 발급도 돈이 들어간다. 업무 교육하는 비용도 다 마찬가지고. [본문으로]
  3. 사실 비정규직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특수한 상황에서 일의 부하가 늘어나는 경우 예를 들면 흔히 한철장사라고 불리는 여름 해수욕장 근처 식당들의 고용 행태가 될 것이다. 이 식당들이 1년 내내 고용을 유지할까? 평상시에는 최소한만 유지하다가 시즌이 되면 대량으로 알바를 구할 것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안정성에 상응하는 정도로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나쁜 제도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문제는 정규직과 동일 혹은 그 이상의 노동을 1년 내내 상시하면서도 대우는 그에 못 미치는 것이 문제지. [본문으로]
  4. 장애진단서라던가 보장구처방전 발급 등등 몇가지 행위에 대해서는 전문의 자격증을 필요로 한다. [본문으로]
  5. 현대 의학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미국과 캐나다의 의대에는 미국의 의사 면허 시험인 USMLE를 칠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며, 다른 외국의 의과대학을 졸업해도 자격을 주고 있다. 다만 모든 외국 의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외국의대졸업자를 위한 교육 위원회(ECFMG)의 인증을 받은 의과대학 졸업자만 이에 해당된다. 즉, ECFMG 인증을 받은 곳들은 어느 정도 체계화된 학사 과정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되고, 현재 대한민국의 의과대학은 대부분 이에 등록되어 있다. [본문으로]
  6. 10명이 응시해서 1명이 떨어졌다. [본문으로]
  7. 대한병원협회. 병원장들의 모임이며, 의료계의 전경련이라고 볼 수 있다. 의협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민노총이라고 하기에는 뭣하고 한노총(?)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당연히 두 단체는 사이가 좋지 않다. [본문으로]
  8. 뭐 굳이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않더라도 이미 알아서 잘 줄어들고 있다. [본문으로]
  9. 실제로 의사면허시험 합격하기 전에 입대 신청을 잘만하면 시험 치고 의무사관후보생 등록이 안된 상태로 현역병으로 갈 수 있다. 보통은 그렇게 안해서 그렇지. 의대 동기 중 1분이 4급이셨는데 저 방법으로 공익으로 다녀오셔서 시간을 많이 단축하셨었지 아마. [본문으로]
  10. 공중보건의는 국방부에서 군의관 자원의 일부를 보건복지부에 대여해주는 것에 가깝다. 왜 산부인과, 소아과 전문의 들이 대부분 공보의로 가겠는가? 군대에서 별 필요없으니까 그렇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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