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참 재미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인이야 한의학에 대해서는 무지하므로 할 말은 없지만,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신기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침술을 시술받아보기도 하였고, 나름대로 효과도 본지라 한의학=사기꾼이라고는 생각치는 않는다. 다만 한의학 및 동양의학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있길래 적어본다.

바로 앞문단에도 적어놓았지만 분명히 한의학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침 같은 경우에는 효능이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는 과학적으로 밝혀져서(기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IMNS(interventional myoadhesiolysis & nerve stimulation)라는 시술로서 시행되고 있기도하고, 현재 현대의학에서 사용 중인 대다수의 약의 근원은 온 세계의 전통의학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한의학이 무조건 효과가 없다고 매도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의학의 문제란 무엇인가?

우선 한의학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여기서 과학적이라는 말이 거슬린다면, 통계적이라는 말을 넣어도 좋겠다. 본인도 실생활에서의 통계란 잘 만들어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현대사회에서 과학이라는 것은 molecular-biotics 등의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확률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는 실제로 이공계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0 아니면 1로 떨어질 것 같은 물리학에서도 '불확정성의 원리'가 도입된지 수십년이 지났고, Newton이 실수세계에서의 법칙을 정립한 것 처럼, 우주를 비롯한 만물에 대해서 어떠한 완벽한 도그마를 형성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확률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당히 타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의학도 마찬가지여서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법 A가 새로 발명되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료법인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해석의 적절성이라던가, 임상시험 설계에 대한 수없이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며, 수십년이 지나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고, 제약회사 및 기득권을 가진 학자층에 의해서, 그들에게 불리한 시험결과는 은폐되는 등의 어두운 면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는 비교적 올바로 작용한다고 알려져왔으며, 그것이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즉시 폐기 처분되거나, 수정 보완하는 방법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검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혹시 '비방'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비밀스러운 처방을 의미하는 비방은 동양의학의 태동 때부터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으며,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의원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과 한번이라도 이야기를 해보았다면 '어떤 한의원은 몇대째 이어져오고 있으니 분명히 효과가 좋은 비방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의사, 그리고 한의대생은 비방의 제조에 혼신을 다한다고하며, 절대로 이것을 공개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이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혹 순진하신 분들은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구나.'라고 여기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비방이라는 것 자체가 한 개인의 깜냥으로는 굉장히 논리적이고 빈틈이 없는 구성으로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면 면허는 왜 필요하며 학회는 무엇때문에 존재하는가?

면허는 국가에서 지정한 보편타당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간주하기에 주어지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뜻하며, 학회란 한 개인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기에 여러 사람이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 만든 모임이다. 모든 한의사가 한의학에 큰 획을 그을 천재들이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여러 사람에 의해 검증받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일이 아닐까?

그 다음으로는 품질관리가 되고있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의학에 왠 품질관리냐?'라는 질문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약들을 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환장하는 '생약'으로 이루어져있는 것이 한약이다. 종합 감기약에도 '생약'성분을 강조하는 나라이니, 이것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약발이 잘먹힐지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생약이 문제가 되는가? 혹시 사과나 귤을 한 박스 사서 드셔보신 분들은 다 알 것이다. 분명 같은 과수원에서 채집한 과일이고, 그 시기도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과일이 같은 맛이 나지는 않는다. 어떤 것은 매우 당도가 높은 반면에, 어떤 것은 매우 시다. 또한 제철에 난 과일의 맛과 하우스에서 기른 과일의 맛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생약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생약이란 말 그대로,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는 약초나 동물의 사체를 의미한다. 즉 생약이란 위에서 예를 든 과일 등과 같이 태생적으로 그 품질관리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대의학도 그 약을 완벽히 관리를 할 수는 없겠으나, 최대의 순도를 얻어내고 균일한 성분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반면에, 한의학의 약재는 기껏 품질관리라고 해보았자 국산인가 중국산인가를 가려내는 것이 한계이다.

홍삼을 예로 들어볼까? '담배로 잃은 건강, 홍삼으로 되찾자.'라는 모토를 지녔다고 하는 구 담배인삼공사, 현 KT & G가 한국 인삼에 대해서 선전하는 문구는 이것이다. '한국산 인삼은 세계에서 제일 약발이 끝내줘요!' 과연 이것이 좋은 것일까?

물론 약발도 전혀 안듣는 도라지보다야 낫겠지만, 약이란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그 '약발'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약재의 중량으로 약을 처방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의학 종사자로서의 직무 유기는 아닐까? 미국산 인삼이 시장을 공략하는 모토를 한번 찬찬히 생각해보자. '한국산 인삼이 약발은 끝내주지만 너무 독해요. 미국산 인삼이 일반인에게는 제일 좋은 농도의 적당한 약발을 가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유통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가끔씩 뉴스를 보면 서울 시내 모 유명 한의원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마무리를 짓는 말은 항상 이것이다. '중국산 한약재에 대한 단속이 필요합니다.'

약국에서 약을 사보신 분들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은 그 책임 소재가 분명히 정해져있다. 처방전이든 실제로 약국에서 산 약 상자이건 간에 어떤 약인지 그 종류를 알 수 있으며, 그것이 어떤 제약회사에서 제조된 것인지 자료가 남게된다. 그러나 한약은 어떠한가?

물론 '총명탕'이니 '십전대보탕'이니 하는 대략적인 종류는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떠한 약재를 쓰고, 그것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또한 그것이 어느 약재상에서 왔는지를 알더라도 실제 문제가 되었을 때, 그 출처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모든 한약재에 대해서 중국산과 국산을 구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산 식품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책임소재가 분명한 유통경로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의학은 전 세계의 전통의학에서 발전되어왔다. 말라리아약으로 유명한 '키니네'도 본래는 현지 주민들이 예방적으로 사용하던 동명의 식물에서 그 성분과 이름이 유래된 것이고, 전 세계의 제약회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서 지금도 온갖 오지의 전통약품들을 분석하고 있다. 이것이 한의학에도 적용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그것만이 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이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신비로 무장한채 신선처럼 산다면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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