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는 종류가 많다.
그리고 이에 대한 분류의 시각도 여러가지가 있다.

어떤 이는 운문과 산문으로 나누고, 어떤 이는 논문과 잡글로 나누기도 하며, 어떤 이는 문서와 사신으로 나누기도 한다. 물론 베스트셀러와 안팔리는 책으로 나눌 수도 있겠다.

보는 관점의 차이겠지만 나는 크게 3가지로 나누는 분류에 동의한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 그리고 팔아먹기 위한 글. 물론 이러한 분류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어떤 글에 있어서도 3가지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첫번째는 말 그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적는 글이다. 자신만 보는 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간단한 메모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글은 보는 이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읽기 힘든 경향이 있지만, 그만큼 진솔하고 강한 힘을 보여준다. 물론 쓴 사람 자신만 보기 원하는 글이므로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글을 본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며, 스스럼 없이 이런 글을 볼 수 있는 사이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두번째는 가장 큰 부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정의상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자신의 있는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기 보다는 사회적 성향이라는 필터를 거쳐서 글을 내보내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개 이러한 부류의 글은 읽기가 비교적 쉽고,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채기가 쉽다.

세번째는 너무 성향이 다양하다. 그러나 대개 이러한 부류의 글은 정형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말 그대로 팔아먹기 위한 글이므로 대개 사회적 통념에서 인정이 되는 부류의 글을 적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통념을 과감하게 깨뜨림으로서 상업성을 획득하는 글도 있지만.

항상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마광수 씨의 글은 첫번째와 세번째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논문이라는 부류의 글은 두번째와 세번째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계약서라던지, 신문 기사와 같은 글은 세번째가 무엇보다도 강하게 나타나는 글일 것이다.

본인은 첫번째 글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첫번째라고 생각하는 글이 과연 첫번째인가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는 없다. 내가 쓴글이 아닌 이상에야 필자가 어떠한 의도로 글을 썼는가는 추측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내가 첫번째 부류라고 생각하는 글은 그렇다고 믿고 사는 것이 유일한 해답일듯 하다.

두번째 부류의 글은 비교적 괜찮다. 두번째 부류의 글이 있기에 세상은 다양하다고 느끼는 것이며, 진솔하게 쓰여졌다고 생각되는 두번재 부류의 글은 첫번째 부류의 글과 구분하기가 힘들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시대 정신을 개척할 수 있기에 나는 두번째 글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세번째 부류의 글은 필자에 따라서 심하게 호불호가 갈리게 된다. 세번째 부류의 글을 잘쓰는 사람은 위선자일수도 있고, 성인일 수도 있으며, 사기꾼일수도 있고, 위대한 작가일수도 있으며, 장사꾼일수도 있고, 공무원일수도 있다.
차라리 대놓고 세번째 부류의 글을 표방하는 글은 나는 좋아한다. 매매 계약서라던지 범칙금 통지서, 시험 답안지 같은 것 말이다.
또한 첫번째나 두번째 부류의 글을 훌륭하게 섞은 글은 매우 좋아한다. 고전이라던가 명작이라고 하는 글은 이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글을 쓴 자들의 진실이 사회 구성원을 설득시켰기에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첫번째 부류나 두번째 부류의 글의 향을 어설프게 친 글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괜히 어설프게 성인 군자인냥, 혹은 자신이 개척자이고 새로운 사상가인냥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패륜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드라마를 마구 찍어내는 모 작가의 글도 이에 속한다.

하지만 글을 읽어갈수록 이러한 글들을 분류하기란 힘들어진다. 내가 이러한 글들을 얼마나 제대로 읽었냐고 묻는다면 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고 믿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닭고기 스프류의 글이나, 이런 남자 어디없나요류의 글이나, 파페포포 씨리즈의 글을 싫어하는 이유이다. 진실이 거세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글은, 신선함이 떨어지는 재료를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양념으로 버무려서 파는 식당의 미원 맛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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